9. 대승의 육바라밀과 십바라밀

〈해심밀경(海深密經)〉(5권)은 만법유식(萬法唯識) 사상을 주창한 유가(瑜伽)학파의 근본경전이다. 중국 법상종의 소의경전이기도 하다. 이 경의 한역으로는 현장(玄唆) 역 이외에 진제(眞諦), 보리유지(菩提流支), 구나발타라의 4가지가 있으며 특히 이 경에 대한 주석서를 신라시대 유식학자인 원측(圓測), 원효(元曉), 경흥(憬興)이 저술하였으나 이 중 유일하게 원측의 〈해심밀경소(疏)〉(10권)가 현존하여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원측의 주석서는 티베트 본으로도 남아 있어 이를 통해 한문본의 결락부분이 보충되고 있다.

〈해심밀경〉 ‘지바라밀다품 제7(地波羅蜜多品第七)'에서는 보살 십지(十地) 및 불지(佛地)를 다루었고, 육바라밀과 십바라밀 이야기가 나온다. 육바라밀을 언급한 내용을 아래에 인용한다. 여기에서 ‘선정(禪定)’ 대신에 ‘정려(靜慮)’라는 용어를 사용하였고, ‘지혜(智慧)’ 대신에 ‘혜(慧)’, ‘바라밀’ 대신에 뜻번역인 ‘도피안(到彼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세존이시여, 이 모든 보살이 배워야 할 일은 몇 가지나 있나이까?”

부처님이 관자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보살이 배워야 할 일이 대략 여섯 가지가 있나니, 이른바 보시(布施), 지계(持戒), 인욕(忍辱), 정진(精進), 정려(靜慮; 禪定), 혜(慧; 智慧)도피안(到彼岸)이니라.”[世尊。是諸菩薩凡有幾種所應學事。佛告觀自在菩薩曰。善男子。菩薩學事略有六種。所謂布施持戒忍辱精進靜慮慧到彼岸] <解深密經 T0676_.16.0705a04-7>

〈초전법륜경〉에 나오는 수행법인 실천중도(中道)로서의 팔정도(八正道)나, 대승의 수행법인 육바라밀은 모두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의 근본수행으로 수렴될 수 있다. 팔정도의 정견, 정사유는 삼학 중 혜학에 소속되고, 정어, 정업, 정명은 계학에 소속되고, 정정진, 정념, 정정은 정학에 소속된다. 이때 정정진은 계정혜 삼학 모두에 속한다고도 할 수 있다.

〈해심밀경〉 ‘지바라밀다품 제7’에는 삼학 중 ‘정학(定學)’을 ‘심학(心學)’으로 표현하였다. 그리고 ‘증상(增上)’을 접두(接頭)한 ‘증상계학’, ‘증상심학’, ‘증상혜학’으로 표현하였다. 육바라밀 중, 보시, 지계, 인욕은 증상계학으로, 정려(선정)는 증상정학으로, 혜(지혜)는 증상혜학으로 분류하고, 정진은 계정혜 모두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계학은 복덕의 자량이 되고, 혜학은 지혜의 자량이 되며, 정려(선정)와 정진은 복덕과 지혜 모두의 자량이 된다.

부처님께서 관자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마땅히 알라. 앞의 세 가지[布施, 持戒, 忍辱]는 가장 높은 계학[增上戒學]에 포섭되는 것이며, 정려(靜慮; 禪定) 한 가지는 가장 높은 심학[增上心學; 增上定學]에 포섭되는 것이며, 지혜(智慧)는 가장 높은 혜학[增上慧學]에 포섭되는 것이니라. 그리고 나는 정진이 일체에 두루 적용된다고 설하노라.”

육바라밀에 방편(方便), 원(願), 력(力), 지(智)의 사(四)바라밀을 더하면 대승의 십바라밀이 된다. 이들 사바라밀은, 육바라밀 중의 지혜를 세분한 것이고, 육바라밀을 조반(助伴ㆍ짝으로 돕기)한다. 즉 방편(方便)은 육바라밀 중 보시, 지계, 인욕을 조반하고, 원(願)은 정진을, 력(力)은 선정을, 지(智)는 지혜를 조반한다.

“세존이시여, 어떠한 인연으로 나머지 네 가지 바라밀다를 시설하셨나이까?”

부처님께서 관자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앞의 여섯 가지 바라밀다와 함께 돕는 짝[助伴]이 되는 까닭이니라.”[世尊。何因?故。施設所餘波羅蜜多。但有四數 佛告觀自在菩薩曰。善男子。由前六種波羅蜜多爲助伴故。] 〈解深密經 T0676_.16.0705b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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