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옥 영남대 교수

이강옥 교수는… 경남 김해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남대학교 국문학과에서 봉직했고, 영남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예일대학교, 뉴욕주립 스토니부룩대학교에서 방문학자로 연구했다. 야담과 일화, 〈구운몽〉을 많이 연구했다. 불교 수행과 〈구운몽〉 읽기를 활용한 우울증 수행치료 프로그램을 만들어 상담해 왔다. 성산학술상, 천마학술상, 지훈국학상을 수상했다. 고우 스님으로부터 원봉(圓峯)의 법명을 받았다. 〈한국 야담의 서사세계〉, 〈한국 야담 연구〉, 〈일화의 형성원리와 서술미학〉, 〈조선시대 일화 연구〉, 〈구운몽과 꿈 활용 우울증 수행치료〉, 〈구운몽의 불교적 해석과 문학치료교육〉, 〈보이는 세상 보이지 않는 세상〉, 〈젖병을 든 아빠, 아이와 함께 크는 이야기〉 등을 저술했고, 〈청구야담〉을 번역했다.

힘든 어린 시절 수행 계기
20대 때 출가 시도, 불발

송광사에서 롱아일랜드까지
단기, 안거, 무문관 수행 등
속세에서 꾸준한 수행 실천
佛法으로 우울증 잘 치료해

불교 통해 넓은 문학사연구
구운몽으로 분별심 치료
불교문학 비중있게 다뤄야
퇴임 후 수행·봉사 계획

 

수행이라는 것은 이제 불교에서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형식과 내용, 개념 모두 다양해지고 있다. 과연 수행이라는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새로 나온 책 깨어남의 시간들은 정년퇴직을 앞둔 국문학자가 오랜 세월 동안 체험한 수행의 기록을 담고 있다. 저자는 영남대학교 국어교육과 이강옥(64) 교수다. 이 교수는 20대에 출가를 시도했지만 속세의 인연을 끊어내지 못하고 세속에서 수행을 실천해왔다. 그는 수행으로 체득한 경험들을 학문연구와 삶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그에게 수행은 삶의 근간이 되었다. 불교문학을 재조명하는 등 일가를 이룬 학자로서의 삶도 힘겨운 시간을 건너온 인간으로서의 삶도 모두 수행이라는 깊은 시간을 거쳤다. 책에서도 밝혔듯 그에게 삶과 수행은 하나다. 그리고 그 수행은 오롯이 불법(佛法)에서 시작된 것이다. 214일 영남대학교 사범대 연구실에서 이강옥 교수를 만났다.

 

깨어남의 시간들삶으로 들어온 수행

이 교수는 경상남도 김해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린 시절에는 잔잔한 시간이 많지 않았다. 일찍부터 삶에서 죽음을 보았고, 가난의 어려움을 경험해야 했다. 홍수로 강이 넘치면 각종 쓰레기와 익사체들이 떠내려 왔다. 오열하는 이웃의 슬픔은 결코 남의 슬픔이 아니었다. 가난한 삶에서 오는 슬픔과 가난을 나누어 가진 이웃의 그늘을 보면서 어린 이 교수는 자랐다.

그런 삶의 환경은 어린 이 교수를 내향적인 성향으로 이끌었다. 혼자 있기를 좋아했다. 혼자 깊은 생각에 빠져 있을 때가 많았다. 생각이 많았다. 그 깊은 생각들이 그를 깊은 곳으로 깊은 곳으로 이끌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일일이 시비를 가려내야 마음이 놓였고, 그 엄격함은 자신의 삶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완벽한 선()’은 어린 이 교수에게 절대가치였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는 스스로를 힘들게 했고, 종종 감당하기 힘든 엄격함은 우울증으로 이어졌다. 이 교수는 대학생이 되어서도 그 엄격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어느 정도 달라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의 삶은 딱딱했다.

이 교수의 수행20년 전 송광사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거금도 송광암, 롱아일랜드, 부산 안국선원, 봉화 금봉암, 행복공장 등 무문관 수행과 단기 출가, 안거까지 이어 갔다.

수행의 목적은 분별망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무아(無我)’를 명확하게 깨닫고 내면화하면 화를 낼 주체가 없습니다. 불법(佛法)의 핵심 사상인 연기를 깨닫게 되면 나와 남이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분별심이 사라집니다.”

수행을 통해 분별하는 마음이 사라졌을 때 그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된다고 했다. 판단의 엄격한 잣대를 버리고 있는 그대로 존재를 보게 되며 소중한 그 자체로 인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오로지 제대로 된 수행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결과라고 했다. 책을 읽고 경전을 공부해도 직접 수행을 통해 얻는 깨달음만이 삶을 변화시킨다고 강조했다.

수행의 결과로 얽매인 마음이 열리고 모든 생명을 자비심으로 바라보게 됐다. 그리고 학문의 폭도 넓어지게 됐다.

2001년 송광사 여름수련법회 기념사진.

문학연구로 이어진 수행

이 교수는 소설가를 꿈꿨던 문학도였다.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젊은 문학도였던 이 교수는 어느 날 일본 제국주의가 주장한 이식론(移植論)’을 읽고 분개했다. 이 교수는 사실주의 문학연구를 위해 야담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일본은 조선은 주체적으로 근대문학 특히 근대사실주의 문학을 만들어 낼 능력이 없다며 조선을 위해 일본이 먼저 서구 사실주의 문학을 도입해 이식해 준다고 주장했습니다. 뿌리 깊이 박혀있는 이식론을 반박하고 근대사실주의 소설의 형성, 근대문학의 형성을 주체적으로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시대적 소명이었습니다.”

이 교수는 식민사관을 극복하기 위해 조선후기 사실주의 문학인 실학문학, 야담 등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연구 성과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 교수는 한국 야담의 서사세계, 한국 야담 연구, 일화의 형성원리와 서술미학, 조선시대 일화 연구등을 집필하며 한국 근대사실주의 문학을 증명했고 국내 최초로 청구야담을 번역했다. 이 교수는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성산학술상(1999), 천마학술상(2008), 지훈국학상(2015)을 수상했고 한국구비문학회, 한국어문학회, 한국고전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이 교수는 불교 수행을 통해 학문을 연구할 때 형식적으로 정해져 있는 논리의 한계도 넘어설 수 있고 다채로운 방향으로 학문 대상을 재정의 하고 자유로운 글쓰기가 가능해져 연구가 더 즐거워졌다며 자신의 학문연구는 불교수행으로 얻은 지혜로 야담서사에서 자비심을 읽어 낼 수 있어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문연구의 폭을 넓힐 수 있었던 원동력을 불교에서 찾았다고 했다.

2019년 동안거 송광사 대중공양 후.

이 교수는 이식론을 반박하는 근대 사실주의 문학 입증 뿐 아니라 인간 군상의 감정과 절망을 담은 야담 연구에도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는 사실주의 문학을 연구하는 학자에겐 돌출된 행동이었고 범위가 광범위해서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고대소설 구운몽(九雲夢)을 연구하며 그의 불교적 안목이 빛을 더했다. 구운몽의 스토리를 완벽하게 불교적으로 재해석하고 꿈을 활용한 우울증 수행치료에도 접근했다.

201011월에 출간한 구운몽의 불교적 해석과 문학치료교육에는 삶에 대한 허무함으로 방황하던 제가 구운몽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가지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분별심에 빠져 자기 학대라는 고질병을 앓고 있던 저에게 구운몽은 치유의 힘과 방법을 제공했다고 했다.

그는 구운몽에서 발견한 불교의 진리를 치유의 밑거름으로 삼았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을 만나고 활동하며 2013년에는 일반문학치료전문가 자격증도 이수했다.

2018년에는 우울증 수행치료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구운몽과 꿈 활용 우울증 수행치료를 발간하고 상담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프로그램을 구체화했다. 이 교수는 한국문학사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방대한 양으로만 따져 봐도 불교문학은 우리 문학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불교에 대한 지식도 없을 뿐 아니라 수행 경험이 없어 일반 학자들은 그 심오한 불교문학을 다룰 수 없습니다. 삼국유사, 해동고승전, 선시, 오도송 등 불교문학은 문학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합니다. 불씨잡변은 조선시대 불교를 비판하기 위해 성리학을 바탕으로 정도전이 집필한 책입니다. 조선의 유교정신을 앞세우기 위해 불교를 비판한 책인데 불교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 집필되었습니다. 잘못된 책들을 바로 잡는 바람직한 비판이 있어야 합니다.”

이 교수는 고우 스님(가운데)으로부터 ‘원봉’이란 법명을 받았다.

마지막까지 보살행으로

퇴임 후 계획을 물었다. 이 교수는 퇴임이 무척 기다려진다고 했다. 수행과 봉사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원했던 보살행의 구체적 계획을 말했다.

저는 내후년 대학교수로 정년을 맞이합니다. 은퇴를 하면 오로지 수행정진과 봉사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에 그때가 무척 기다려집니다. 그동안 저는 정말 귀한 은혜를 많이 받았습니다. 이제는 수행공간을 중심으로 하여 봉사하고 보시하는 것으로써 은혜에 보답할까 합니다

이 교수는 동안거와 하안거 수행, 3년 무문관 수행을 체험하고 우울증 환자들을 위한 상담과 치료에 전념할 것이라 밝혔다.

나는 그렇게도 편안하고 평화로운 시간과 공간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내 의식도 그렇게 청정하고 명징한 적은 없었다.내 속에서 간절한 마음이 생겨났다. 내게 남은 이생의 시간을 잘 써서 이 특별한 사바를 장엄하고 싶다. 여전히 번뇌 망상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나 자신과 중생들에게 한없는 위로와 힘이 되리라는 보살심이 일어났다

깨어남의 시간들에서 읽은 그의 발원이다. 그는 어떤 고난과 욕됨도 참고 기꺼이 받아들이며 중생을 구원하는데 지치거나 싫증내지 않는 보살의 삶을 살기로 했다고 적었다. 이것이 그의 행복이라 했다.

2011년 미국 동아일랜드 동안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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