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경당 기홍선사 20주기 추모집
기록과 50여 명 인터뷰로 엮어져
생애·사상·업적·사진 총망라
청소년 포교·군포교·도심포교
한국불교 포교사 ‘운경’ 재조명돼

 

운경 스님, 스님이 계셔서 행복했습니다 운경문도회 펴냄/사유수출판사 제작/비매품

 

한국불교 근현대 포교사에 큰 업적을 남기고 봉선사 재건에 일생을 헌신했던 운경당 기홍선사의 추모집 <운경 스님, 스님이 계셔서 행복했습니다>가 출간됐다.

“은사스님께서 입적하신 지 벌써 20년이 되었다. 지난 18주기 기신제 때 상좌들이 모여 더 잊혀지기 전에 스승에 대한 추모의 기억이라도 남기자는 논의를 했다. 평소 은사스님이 일체 흔적을 남기는 일을 원치 않으시는 성품인 것을 잘 알기에 조심스러웠으나 후대의 기록을 위해 생전에 준비했던 자료와 새로 모은 기록을 종합해서 스승의 일생을 조명하게 되었다.”(운경문도회 문장 의정 스님의 발간사 중 일부)

운경문도회가 운경 스님(1904~2000)의 열반 20주기를 맞아 2년여의 준비 끝에 출간한 추모집은 운경 스님의 생애와 사상, 업적, 일화와 관련 사진, 유품 등을 촘촘하게 소개하고 있다.

운경 스님은 제방에서 20여 안거를 성만하며 만공 스님을 금강산 유점사 선원의 조실로 모시는 등 우리불교에서 금강산 시대를 마지막으로 경험한 세대다. 포교의 암흑기였던 1960년대에 운경 스님이 시작한 청소년포교, 군포교, 도심포교, 재소자 교화 등 경기도 의정부 지역을 거점으로 했던 포교불사는 한국불교 포교사의 전무후무한 역사로 남았다. 당시 스님이 창립한 삼보불교학생회는 한국청년포교의 새로운 길을 열었으며, 현재까지 그 면면이 한국불교 포교불사에 이어지고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에 앞장섰으며 6·25 한국전쟁으로 전소된 봉선사 중건 불사에 일생을 헌신했다. 봉선사 교화원장, 조계종 원로위원, 광동학원 이사, 봉선사 주지와 조실을 지내며 경계 없는 불사를 남겼다. 2000년 2월 27일(음, 1월 23일) 오후 8시 20분 봉선사 다경실에서 문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원적에 들었다.

책은 제1장 ‘출가와 수행’, 제2장 ‘운경과 봉선사’, 제3장 ‘의정부불교의 황금시대를 열다’, 제4장 ‘자비보살 운경을 기억하다’, 제5장 ‘운경, 원적에 들다’, 제6장 ‘스승 운경을 마음에 담다’, 제7장 ‘언론에 실린 운경 스님’, 제8장 ‘영결사, 추도비문’, 화보, 운경당 기홍선사 연보, 운경문도 문보 등으로 구성됐다.

한국불교 근현대 포교사에 큰 업적을 남기고 봉선사 재건에 일생을 헌신했던 운경당 기홍 선사의 생전 모습. 〈운경 문도회 제공〉

△제1장 ‘출가와 수행’에서는 유복자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외할머니와 살게 된 이야기, 외할머니를 따라 절에 간 이야기, ‘필제’라는 속명이 출가의 단초가 되어 출가발심한 이야기, 행자생활을 시작하면서 만나게 되는 불법(佛法)과 염불 등 불제자가 되어 가는 과정, 행자 필제에서 사미 기홍으로, <화엄경>과 기도로 단단해지는 기홍, 강원 공부와 선방 안거, 유점사 시절과 만공 스님 인연이야기 등을 소개한다.

△제2장 ‘운경과 봉선사’에서는 봉선사와 월초문도를 소개하고, 은사 태오 스님으로부터 받은 법호 ‘운경’, 평생의 부침이 된 독립운동 사건,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봉선사와 탁발로 일으킨 봉선사 중창불사 이야기, 인재불사의 중요성을 깨닫고 광동학원 설립에 앞장섰던 이야기, 운허 스님과의 인연, 90세에 봉선사 주지가 된 이야기 등을 소개한다.

△제3장 ‘의정부 포교의 문을 열다’에서는 운경 스님이 한국불교 근현대 포교사에 전무후무한 불사를 남기게 되는 의정부 포교시대를 본격적으로 소개한다. 독립운동 사건으로 인한 평생의 부침을 부침으로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포교’라는 원력의 동력으로 삼아 평생을 매진한 운경 스님의 의정부 포교 이야기는 추모집의 중심이다. 시대적으로 포교의 저변이 전무했다고 할 수 있었던 1960년대 시작된 운경 스님의 의정부 포교는 한국불교의 포교사를 새롭게 썼다고 할 수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포교의 원력을 놓지 않고 만나는 대중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았던 스님의 생애를 촘촘하게 소개한다. 작게 살고 춥게 살고 부족하게 사는 것을 작지 않고 춥지 않고 부족하지 않게 살았던 스님의 선지가 행간마다 묻어있다.
포교의 시작이 된 의정부 포교당 개원, 청소년 포교의 새로운 역사가 된 의정부중학교 불교학생회, 그리고 청소년포교의 신화가 된 삼보불교학생회 창립, 의정부의 축제가 된 백련예술제 등을 소개하고, 청소년포교와 함께 운경 스님의 또 하나의 포교 시그니처인 군포교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김덕수, 성우 스님, 성광 스님 등 현장에 함께 있었던 군법사들이 당시의 일화를 통해 군포교의 뜨거웠던 시절을 이야기한다. 또한 의정부 포교의 원대한 회향 자비정사, 봉화정사 등을 소개한다.

△제4장 ‘자비보살 운경을 기억하다’에서는 ‘호가람 호삼보 하라’ ‘염불일승’ ‘기도일승’ ‘자비보살’ ‘덕화보살’ ‘아이들의 사탕 할아버지’ 등 운경 스님이 평생 남기고 실천했던 말씀과 덕목, 삶의 이야기들을 단편들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운경 스님을 기억하는 모든 인연들이 스님의 생전 모습 중에서 가장 잊지 못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보였던 따뜻한 미소다. 한 세기를 따뜻한 얼굴로 살았던 스님의 생전 모습을 그리고 있다.
깊은 새벽, 맑은 쇳송이 사바를 물들인다. 쇳송이 시작된 포교당의 종은 용뉴도 비천상도 불보살상도 없는 쇠깡통이다. 그 소박한 쇳송으로 올리는 새벽예불의 진경은 운경 스님 생애의 명장면 중의 하나다. 운경 스님은 예불을 철저하게 그리고 제대로 모셨던 스님으로 유명하다.

△제5장 ‘운경 원적에 들다’에서는 육신의 인연을 다하는 순간에도 “관세음보살”을 입에서 놓지 않았던 불제자 ‘운경’의 마지막 모습을 그린다. 봉선사 다경실에 몸을 뉜 선사는 어렵게 맺은 제자들의 인연과 몸소 이룬 불사들 속에서 ‘관세음보살’을 부르며 눈을 감는다. 선지식이 마지막으로 세상에 남긴 것은 네 줄의 열반송. “허깨비 세상 구십 년을/ 되돌아보니 우습구나/ 오늘 아침 몽땅 떨어버리니/ 대천세계 한빛이로다”

△제6장 ‘스승 운경을 마음에 담다’에서는 의정, 정수, 준원, 호산, 보인, 의광 스님 등 은법상좌 스님들을 소개한다. 상좌스님들은 생전의 스승을 떠올리며 스승을 다시 한 번 마음에 담는다.

△제7장 ‘언론에 실린 운경 스님’에서는 현대불교신문을 비롯한 언론에 실린 운경 스님의 인터뷰기사, 법문 등을 소개한다.

△제8장 ‘영결사, 추도비문’에서는 영결사, 종정법어, 추도비문을 소개한다.

△제9장 ‘화보’에는 다비식 장면 등 스님을 기억할 수 있는 사진들을 실었다.

운경 스님의 입적 20주기를 맞아 출간된 추모집은 관련 논문, 기사, 영상 등의 기록물과 생전에 인연을 맺었던 사부대중 50여 명의 인터뷰를 통해 엮어졌다.

상좌 정수 스님은 “우리 문도들은 지금이라도 후손들을 위하여 스승의 진실된 모습을 남겨주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모아 스승을 기억하는 사부대중을 찾아 동분서주하면서 사진과 자료를 받아 한 권의 책으로 엮게 되었다. 참으로 감격스럽고 스님의 모습을 기억하고 싶어 하는 많은 분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감사드린다.”고 간행사를 통해 간행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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