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만나는?법정 스님과의 因緣

법정 스님 10주기 추모법회가 2월 19일 맑고향기롭게 근본도량 길상사에서 열렸다. 이에 앞선 2월 18일 법정 스님과 생전 인연이 있었던 작가들이 그동안 미공개로 소장해온 사진을 한데 모은 사진전이 개막했다. 작가들과 맑고향기롭게 측의 협조를 얻어 법정 스님의 옛 사진에 담긴 인연담을 풀어본다.노덕현 기자·사진제공=맑고향기롭게

여기 기록된 사진들은 2006년 12월부터 2009년 4월까지 길상사 법회때 촬영된 것이다. 길상사를 찾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스님과의 인연은 책으로 만나 20여년이 되어 간다. 그 인연은 길상사와의 인연으로 이어졌고, 사진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찍고 싶은 대상은 스님이셨다. 이 즈음 ‘제가 이 자리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는 새로 돋아나는 꽃과 잎들이 전하는 거룩한 침묵을 통해 들으시기 바랍니다’라고 법문을 마치시던 스님의 말씀이 생생히 떠오르는 봄날이다.

박연희 사진작가는… 2010년 계원예술대 사진학과를 졸업한 뒤 3년간 전국사찰을 다니며 스님들의 수행처를 촬영했다. ‘무념처’로 이름 붙여진 이 결과물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개인전을 개최했다.


이 사진은 2005년 5월 부처님 오신날 길상사 행지실에서 촬영한 것이며 다른 사진은 2005년 1월 불일암에서 촬영한 것이다. ‘사진가는 피사체와 끊임없는 기 싸움에서 이겨야 비로소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당시 스님은 나에게 워낙 크신 분이셔서 마주 대하는 것 만으로도 벅찬 대상이셨으니 기 싸움이라는 말은 애초에 얼토당토 않았다. 이런 나의 유약함을 느끼셨는지, 불일암에서 가진 며칠의 끼니때마다 ‘동영씨 많이 먹어. 무거운 장비 들고 다닐라면 기운이 씨어야 된다고’라는 거듭된 말씀으로 나의 긴장을 풀어주시곤 하셨다.
처음뵈었을 때의 스님은 근엄하고 존귀한 큰 스님이셨다. 다음에 뵈었을때의 스님은 편안하고 따뜻한 어른 스님이셨다. 

유동영 사진작가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발로 뛰어 찾아 담았던 계간 〈디새집〉에서 일했으며 〈그리움으로 걷는 옛길〉, 〈선방 가는 길〉, 〈자기를 속이지 말라〉, 〈정찬주의 茶人 기행〉, 〈소설 무소유〉 등 다수의 책에 사진을 실었다.


22년 전 88올림픽 국제학술회 심포지움에 법정 스님이 자연분과에 참석하셨다. 그때 나는 학술회 전체 사진을 담당했다. 분주한 행사일정 중 스님과의 만남에서 느끼는 맑은 기운은 신선한 청량제가 됐다. 그해 가을 스님은 감사하게도 불일암에 초대해 주셨다. 스님을 다시 만나던 날 밤, 달이 유난히도 밝았던 기억이 난다. 조용한 산중에서 홀로 머무는 스님의 맑고 청정한 모습이 지금도 필름처럼 지나간다. 불일암에서 촬영한 사진을 가죽 앨범에 담아 보내드렸는데 그 앨범이 낡고 퇴색할 때까지 스님 곁에 남아 있었다. 

이은주 사진작가는… 성균관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와 보스턴 뉴잉글랜드 사진학과를 수학했다. 백남준 사진전 등을 진행했다.


2004년 여름, 일간지 사진기자로 일할 때였다. 취재차 길상사를 찾았고, 불교계 문외한이었던 터라 절에서 이뤄지는 일상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모습들을 사진으로 찍어 블로그에 올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 것이 불교와의 첫인연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인연은 7년간 출근 전이면 길상사에 들려 사진공양을 올리는 일로 이어졌다. 법정 스님의 모습을 카메라에 제대로 담은 것은 길상사 사진공양을 시작한지 몇 달이 지난후였다. 가을 정기법문을 마친 법정 스님이 경내를 한바퀴 돌 때 높은 데서 망원렌즈로 찍은 것이다. 당시 스님의 눈빛은 날카로움 그 자체였다. 스님의 눈빛은 마음속 욕심을 경계하는 죽비이자 사진공양을 지탱하는 힘이었다. 

이종승 사진작가는… 책으로 〈길상사의 사계, 이토록 행복한 하루〉, 근승랑이라는 작가명으로 낸 사진집 〈비구, 법정〉이 있으며 2007년 일본 도쿄에서 ‘보통의 미’, 2011년 서울에서 ‘비구, 법정’ 사진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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