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Focus] 불교사회적경제 10년, 사찰경제·포교 ‘열쇠’

2011년 정부 요청, 3대 종교 논의
사회적경제 지원센터 각각 설립해
사찰음식 스님들 협동조합 만들어
수익성·사회 환원 방안 고민 나서
“불교계도 앞으로 활용법 고민해야”

지난해 조계종이 주최한 3대 종교 사회적경제 활성화 사업. 현대불교 자료사진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2013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우리나라는 사회적경제 전환기를 맞았다. 그동안 14000개 이상의 협동조합이 설립되고, 사회적기업은 2435개가 이름을 올리면서 매년 사회적경제 규모가 커지고 있다. 사회적기업의 전 단계인 예비사회적기업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이보다 더욱 커진다.

사회적경제에 뛰어든 종교계
이런 가운데 최근 사찰음식전문가 스님들이 모여 협동조합을 설립해 눈길을 끈다. 스님들을 구성원으로 협동조합이 만들어진 건 불교계 최초 사례로 평가된다. 사찰음식전문가 동원 스님을 비롯한 6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설립한 협동조합 템플셰프218일 설립증이 발급돼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무엇보다 정관에 사회적기업 인증에 필요한 내용을 담아 수익창출과 그에 따른 대사회 환원을 주 가치로 삼는다. 이에 템플셰프는 도심에 작은 공간을 마련해 쉴 틈 없는 직장인들에게 사찰음식과 명상의 기회를 제공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계획이다.

이처럼 2011년부터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힘을 쏟기 시작한 불교계는 10년이 흐른 지금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 특히 현재까지 50여 개의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이 설립돼 불교 고유의 정신을 바탕으로 대사회 활동을 펼치면서 선순환경제 구축을 도모하고 있다.

종교계가 사회적경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배경은 정부의 적극적인 요청에 있다.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됐지만 당시에는 국민의 관심이 크게 쏠리지 않았다. 이에 청와대를 비롯한 중앙부처는 종교적 가치가 곧 대사회와 직결된다고 판단, 불교를 비롯한 개신교·천주교가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힘써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2011년 불교와 개신교가, 2012년 천주교가 사회적경제 지원단체를 조직하면서 힘을 불어넣었다.

불교계는 사람과사회적경제 불교사회적경제지원본부가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의 자립을 돕고 있다. 이 본부는 조계종 중앙신도회 산하단체로 출발해 불교신문사 부설기관 등을 거쳐 현재 독립된 비영리민간단체로 활동 중이다.

본부에 따르면 스님들이나 사찰 및 불교단체가 운영하거나 불교계 지원센터 지원을 받은 사회적기업과 예비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은 전국 약 50개로 알려졌다. 사업분야 또한 도시락 제조 간병지원 문화재 중장년 취업 컨설팅 클래식 공연 전통문화상품 청소년 비행예방 교육 농산물 등 다양하다.

사찰음식전문가 스님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 템플셰프.

불교계에 어떤 이점 갖나
사회적기업은 영리기업과 비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자본주의가 심화된 현대사회에서 대안경제로 꼽힌다. 기업이익금의 3분의 2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점에서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각광 받았다. 또한 사회적기업은 자율경영공시대상이어서 사회적 목적 실현과 경영상태 등을 공개하면, 각종 지원사업에서 가점을 받거나 우선 지원대상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즉 투명한 경영으로 대중의 신뢰를 쌓고, 그에 따른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사찰경제를 형성하고 수익창출과 대사회적 가치 실현을 동시에 이루는 데, 사회적경제 활동이 불교계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보시 문화가 줄어드는 불교계서 사회적경제 활동이 사찰의 자립을 돕고, 종교라는 틀을 넘어 포교할 수 있는 대안으로 내다봤다.

박주언 사람과사회적경제 센터장은 사회적기업은 수익을 내는 것이 곧 사회 환원이기 때문에 사찰도 부담 없이 사업아이템을 발굴해 시작할 수 있다. 간단한 예로 사찰농산물을 판매하고, 해당 수익금을 지역청소년 장학금으로 쓰는 방법이 있다사찰이 수익을 낸다는 세간의 불편한 시선을 거두고, 종교색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사회적경제 활동은 소비자의 소비가 곧 사회 환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불교계 기업이 많아질수록 선순환 구조를 갖게 된다. 예컨대 템플셰프의 경우 직장인들에게 사찰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식자재를 구입해야 하는데, 이를 사찰 또는 불교계 사회적기업이 판매하는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결국 템플셰프는 참가자들의 참가비를 대부분 사회에 환원하고,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물품 구매행위에도 환원의 가치가 담기게 된다.

템플셰프 대표 동원 스님은 사찰음식을 강의하면서 대중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고, 이를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협동조합을 만들었다아직은 초기 단계여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준비하는 중이지만 스님들이 이런 뜻을 모았다는 게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불교계가 고민해야 할 것은 사회적경제에 맞는 사업아이템이다. 오래전 사회적경제 초기에는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복지사업이 주를 이루면서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대중의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젊은 층 중심의 사회적기업이 늘어나 사업의 다변화가 이뤄졌다. 특히 해외에서는 1988년 독일에서 시작된 시각장애체험 어둠속의대화가 대표적인 사회적기업 사업아이템으로 꼽힌다. 이 체험은 우리나라에서 누적관람객 45만 명을 기록했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하나의 기업만으로 효과를 내긴 어렵지만 사업적으로 연계 가능한 사회적기업이 늘어나고,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사찰도 새로운 포교전략을 세울 수 있다다만 기본수익이 뒷받침될 수 있도록 수익성이 담보된 사업아이템을 발굴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기자의 펜_

불교계 수익모델 사회적경제서 찾자

사찰이 수익사업을 하면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다. 누군가는 사업하는 스님을 장사꾼으로 비아냥대기도 한다. 사찰이 자립을 위해 사업을 고민할 때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세간의 시선이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사찰은 시주자들의 시주에 의지해왔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나라 어느 사찰도 종교가 성황하던 과거와 비교해 예전 같은 곳은 없다. 종교의 위기로 평가되는 이 시대에 더 이상 과거의 영광은 없다. 이제는 존립마저 위태로운 사찰이 많아 불교계 고심은 깊어진다.

이제 사회적경제로 눈길을 돌리자. 사회적기업이 수익성을 담보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 수익의 대부분이 사회로 환원된다는 점에서 불교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대중, 그리고 사회와 떨어진 종교는 더 이상 종교가 아니다. 불교가 불교의 역할을 하려면 더 많은 대사회 활동이 필요하고, 종교로서의 존립이 가능한 재정적 바탕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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