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직관하면 ‘평화·행복’
상처 직관하면 ‘평화·행복’
  • 최훈동/ 한별정신건강병원장
  • 승인 2020.02.17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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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바라보는 법

4-1 인간은 불행과 고통의 원인을 밖에서 찾아왔습니다. 그 결과 부모 탓, 환경 탓, 남의 탓을 하며 살고 있지요. 붓다는 모두 ‘자신이 지은 것이니 자신의 책임이다(자업자득)’고 하십니다. 과연 그러한지 이제부터 마음을 본격적으로 탐구하고자 합니다. 마음의 평온과 행복을 위한 여정입니다.

마음 상처, 두려움·공포
자신의 방어 기제로 표출
타인에 상처 주기로 전환

눈을 감고 호흡을 바라본 후 마음을 바라보세요.(1분)

마음은 크게 생각과 감정으로 구성됩니다. 명상을 하면 제일 먼저 만나는 손님이 잡념이고 그 생각들에 섞여 흐르는 감정들이 있군요.

보이시나요?(웃음)

생각들에 사로잡히면 생각하는 줄도 모르지만 생각을 바라보려 하면 또 사라지는 게 생각입니다. 생각하지 말자고 얘쓰면 생각은 더 기승을 떨고 그 생각이 도대체 뭔가하고 보려하면 아지랑이처럼 사라집니다. 분석 상담에서 꿈을 기억해보라 하면 아지랑이처럼 빠져나가 꿈을 떠올리지 못하다가 꾸준히 관심을 가지면 꿈이 점점 이야기 형태로 길게 기억하게 되듯이, 마음 바라보기가 쉽지 않아 호흡과 감각 등 몸을 관찰하는 것을 먼저 연습하는 것이지요. 꾸준히 호흡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면 꿈 속에서도 꿈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마음도 꾸준히 바라보면 생각도 감정도 바라볼 수 있게 되지요.

4-2 생각들은 끊임없이 떠올랐다 사라져갑니다. 어느 한 생각이 고정되어 머무르는 법은 없다는 걸 보게 됩니다. 대체로 명상은 과거에도 미래에도 집착하지 않는 현재를 온전히 경험하는 ‘지금 여기’를 강조합니다. 그러나 여기 바로 이 순간만 강조할 때 위험이 따릅니다. 마치 지금 여기는 시공간적으로 고정된 찰라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정된 결과로서 또는 상황으로서 보는 시각은 창조론적 관점입니다. 명상의 바라봄은 연기적이라 부릅니다. 연기론적 관점은 찰라를 보는 게 아니라 찰라의 흐름, 즉 일련의 역동적 맥락을 봄을 말합니다.

어렵다구요?

불안한 마음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현재 불안한 마음은 창조되었나요?

불안이 어디서 비롯되었나요? 누가 만들어서 나에게 주었나요?(잠시 눈을 감고 숙고)

어떤 상황이나 사건이 불안을 불러일으키고 어떤 생각이나 기억이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군요. 불안한 마음은 생겨났군요. 불안하게 될 때마다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불안한 마음에는 원인과 조건과 배경 등이 있군요. 자신도 기억 못하는 까마득한 시절의 상처를 포함해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하나의 불안한 마음으로 자리잡게 되는 것임을 봅니다. 그래서 명상에서는 창조보다는 형성되었다는 표현이 더 실재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어렵다구요?(웃음) 그래서 개념적으로 이해하려면 어려워지고 머리가 아파집니다. 머리로 이해할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명상하면서 숙고해보는 것이지요.

4-3 명상을 하면 제일 먼저 만나는 것 가운데 소란한 마음이 있습니다. 끊임없이 재잘거리는 마음이지요. 두려움에 떠는 마음, 환상이나 백일몽같은 마음, 망상하는 마음, 과거를 후회하는 마음,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 등등 여러 잡다한 생각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남을 원망하고 탓하는 마음과 자신을 책망하고 비하하는 마음도 포함되고 있군요. 원망이 지극하면 원한이 되고 증오가 되고 폭력적인 살상의 행동까지 일어나는군요. 이 모두의 뿌리를 한번 찾아보실까요? 산란한 마음은 어디서 올라올까요?

삶을,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경험할 수 없게 뒤덮어버리는 소음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무엇이 소란한 마음 배경에 도사리고 있나요?(눈을 감고 호흡을 바라봅니다. 1~2분간 숙고)

눈을 살며시 뜹니다.

무엇인가요? 이는 마음 속 상처에서 피어납니다. 상처받은 부위가 아물지 않으면 계속 염증이 확산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상처란 무엇인가요?

예, 두려움과 공포입니다.

무언가를 잃을까봐/ 실패할까봐

두려움에 떤 나머지 반응하는 일련의 정신적 과정들이 소음의 정체이군요. 이렇게 마음은 위험에 대해 방어적으로 반응하는데 익숙해진지 오래여서 인류 시작부터 수많은 위험(물리적)과 위협(정신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방어 기제를 구축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이 불안을 만들어서 나에게 건네준 게 아니군요.

4-4 이렇게 마음의 평정을 깨뜨리는 것 가운데 하나가 불안입니다. 근심하고 걱정하는 걸로 나타납니다. 마음이 편안하지 않고 들뜨고 괜히 불안하기만 합니다.

언제 마음이 불안한지 숙고해볼까요?(눈을 감고 호흡을 바라본 후 1분간 숙고)

불안은 어떤 위협에 대한 경고음이군요. 무언가 잘못될까 봐 실패를 예견하고 중요한 것을 잃지 않을까 두려워하는군요. 근심 걱정에 대해 좀더 깊이 들여다보세요.

무엇을 두려워하나요?

야단 맞을까봐 두려워하는군요. 버림 받을까봐 벌벌 떠는 아이처럼 두려워하는군요. 그래서 또 다시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실패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군요. 실패와 실수를 안하고 잘 하려 애쓰는데 잘 되지 않는군요.

이제 마음 속으로 한걸음 더 깊이 내딛겠습니다.

무엇을 잃을까 두려워하는가요?(숙고 1분)

칭찬 받지 못할까봐, 인정 받지 못할까봐 두려워하는군요. 결국 사랑 받지 못할까봐, 사랑을 잃을 것을 두려워하는군요. 이는 단지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군요. 그래서 미래의 일도 잘못될까 봐 미리미리 걱정하는군요. 그래서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현재를 즐기지 못하게 막는군요.

4-5 마음은 상처받기 쉽습니다. 조그만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괴로워합니다. 상처 받지 않기 위해서 인류가 고안해낸 보호장치가 ‘탓’입니다. 심리치료에서 말하는 ‘투사’가 그것이지요. 그 문제는 네 탓이야. 내 탓이 아니고 네 탓이라고 밖에다 던져버리지요. 투사는 ‘부정’이라는 보호장치와 병행합니다. 내 책임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네 책임이라고 전가하는 것입니다. 내 문제가 아니라고 부정해야 내가 편하고 위안이 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탓하면 문제 해결이 되고 괴롭지 않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게 문제입니다. 남을 탓하여 상대방에게 던졌으니 그것을 상대가 받아야 하는데 상대방도 자신의 탓이 아니라고 밖으로 던져 버리니 충돌이 일어납니다. 모든 갈등과 분쟁을 들여다 보면 이러한 과정이 공통으로 보이군요.

해결책은 무엇인가요? (잠시 숙고)

고통은 피할 게 아니라 마주 보아야 한다 하였습니다. 탓만 해서는 문제 해결이 남에게 있고 환경에 있어서 나의 권한 밖이 되어버리는군요. 숙고명상은 이것을 잘 들여다 보아 자기 방어를 해체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책임을 지고 해결하려드는 주인의 자세가 되는 것이지요. 문제 해결의 열쇠를 내가 쥐고 있다는 자각이 해결의 시작입니다. 상대가 욕했건 배신했건 폭력을 휘둘렀건 상대의 문제는 그에게 맡기고 마음의 평정을 잃은 것은 내가 만든 것이라는 자각이 생기면 비로소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정신적 또는 신체적 고통을 없애려고 바둥대거나 회피 도망치기 급급하기가 아니라 현재 불편한 감정 상태 또는 마음을 바라보고 경험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자애롭게 받아들이고/ 자애롭게 바라보고/ 자애롭게 안아주기입니다.

현재 불편하고 괴로운 자신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공감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눈을 감고 자신을 바라봅니다. 1~2분)

오직 자신의 좋은 점도 싫은 점도 추악한 부분도 부정하지 말고 냉대하지 말고 무의식의 창고에 꽁꽁 쌓아두고 숨기지 말고 받아들이고 인정할 때만 자신을 비난하는 행동이 자신을 비하하는 행동이 멈춰지는군요.

4-6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 <싯다르타>등으로 유명하지만 이런 걸작이 나오기 까지 정신적 방황과 고뇌가 깊어 정신치료를 받기까지 하였습니다. 아들이 뇌수막염, 아내는 우울증, 본인은 조국 독일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는 등, 고통이 극심하였는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안정을 되찾기 시작하였지요.

고통을 사랑하라. 거부하고 도망다니지 말라. 고통을 거부하면 아픔을 줄 뿐.

고통과 함께 한다면 고통이 고통이 아니며 죽음이 죽음이 아닌 것을.

빛과 색채가 세게를 떠돌다가 사랑의 물결 속에서 굽이쳐져 울려 나온다.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그저 행복하라.’는 한가지 의무이다.

등의 주옥같은 글을 남긴 것도 고뇌와 우울을 깊이 맛보고 고통을 성찰한 후에 우러나온 것들입니다. 행복은 그저 오는 게 아니라는 것이지요. 돈으로도 물건으로도 사람으로도 얻어지는 게 아니라 고통이 사라져야 행복해집니다. 어떤 조건(돈, 물건, 사람)이 충족되어야 행복한 것은 그 조건이 사라지면 함께 잃게 됩니다. 진정한 행복이 아니군요. 고통을 경험하고 그 의미를 깨달아야 행복이 온다는 것이지요.

4-7 어떤 문제의 해결도 그 문제가 발생한 과정을 낱낱이 보아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듯이 우리가 삶 속에서 겪는 마음의 고통들도 그러한 연유와 과정이 있기에 생긴 것임을 숙고해보아야 합니다. 연상을 통해 과거 경험을 떠올리고 그 상처가 현재와 미래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자각한다면 통찰이 일어납니다. 이 통찰은 현재의 삶을 바꾸고 관점을 바꾸고 행동 양식을 바꾸고 대인관계의 태도를 바꾸는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더 이상 과거의 무의식화된 카르마(조건)에 지배당하지 않고 구속되지 않습니다. 실패나 실수를 부끄럽거나 두려워하는 대신 받아들임으로써 실수할 수도 있고 수많은 실패의 과정 끝에 도달하는 게 성공이라는 인식이 우리를 편하게 만듭니다. 성공에 대한 강박적 집착에서 자유로워지면 실수와 실패에서 배우고 재도전하게 됩니다. 오뚜기 기억하시지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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