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선경사경연구회전
갤러리 라메르 2월 19~25일

다양성 위해 종교 경계 허물고
한지·비단·돌 등 재료 다양
불과 끌 등 다양한 서사 도구
한자·한글 서체 변용 새 문양

이윤용 作 ‘반야심경’

 

새로운 모습의 사경전이 열린다. 2020년에서 모색할 수 있는 새로운 사경은 어떤 것일까. 우리 사경의 전통을 철저하게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사경을 모색하는 선광사경연구회(회장 배옥영)가 2월 19일(개막식 오후 4시)부터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 라메르에서 네 번째 회원전 ‘선광사경연구회전’을 개최한다.

주로 서예가로 활동하고 있는 11명의 회원들이 3년여 동안 준비한 이번 전시에서는 경전의 다양성의 측면에서 종교의 경계를 허물고, 서사 재료에 있어서도 사경지에 국한하지 않고 한지와 비단, 돌 등 다양한 소재로 폭을 넓혔다. 또한 금니, 은니, 주사, 먹, 주목, 채색화물감 등과 불, 끌 등 다양한 서사 도구를 과감하게 수용했으며, 한자 서체와 한글 서체의 변용을 시도했다. 아울러 전통적인 변상도와 함께 새로운 문양의 개발을 시도함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 사경의 전통을 확인하고 한국 사경을 확장시켰다.

경전을 널리 보급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었던 사경은 신앙적 의미를 지닌 공덕경으로, 경전을 서사하는 것을 말한다. 경전을 후손에게 전하기 위한 것이고, 수행자가 독송하고 공부하기 위한 것이고, 서사의 공덕을 위한 것이다.

우리 전통 사경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고려사경은 신앙적인 면이 강조된 장식경이 주류를 이루었다. 일반적으로 경을 감싸주는 겉표지그림에는 금ㆍ은니로 보상당초문을, 안표지 그림에는 경전의 내용을 쉽게 묘사한 변상도가 금니로 각각 그려져 있다. 사경의 형상은 권자본(卷子本ㆍ두루말이 형태의 책)과 절본(折本ㆍ접는 책)이 있는데 보통 절본이 많이 남아있다. 종이는 짙은 감색 한지가 많이 쓰였으며, 〈화엄경〉 〈법화경〉 〈아미타경〉 〈금강경〉 〈부모은중경〉 등이 주로 서사됐다.

충렬왕 이후 원나라가 사경승과 경지를 요구했다는 여러 문헌과 비문의 기록에서 고려사경의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 초기에도 우수한 고려사경의 전통을 이은 사경들이 많이 조성됐지만 초기 이후부터는 고려 전통을 이은 금자사경과 은자사경의 맥이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다방면으로 복원과 발전 과정에 있는 현대의 우리 사경에서 선광사경연구회의 쉼 없는 모색은 또 다른 전통을 세우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선광사경연구회 회원들은 작품을 준비하는 내내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성인의 말씀과 스스로를 등불로 삼아 글자 한 자 한 자에 일념을 담아냈다. 그리고 그 뜻을 가슴에 새겼다고 한다.

배옥영 회장은 “사경은 일반 서예와 달리 모든 경계에서 벗어나 오롯한 마음으로 성인의 말씀과 하나 되어 깊은 자신의 내면에 침잠하는 신심의 환희를 경험하는 시간이다”며 “새로운 시도는 늘 낯설음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낯설음에 대한 두려움을 걷어내지 못한다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이번 전시는 우리 선광사경연구회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또 한 번의 걸음이다”고 전시의 취지를 밝혔다.

선광사경연구회의 이번 회원전은 서울 전시를 마치고 대전에서 이어진다. 2월 27일(개막식 오후 3시)부터 3월 4일까지 대전갤러리(대전평생학습관 내)에서 열린다.

선광사경연구회는 2006년, 전통사경기법을 계승 발전시키고 사경을 통해 삶의 정화를 실천하고자 원광사경연구회로 시작했다. 2008년에 갤러리 라메르에서 창립전을 개최했으며, 2011년에 두 번째 회원전을 열었다. 2015년 4월 12일 선광사경연구회로 이름을 바꾸었으며 2017년에 세 번째 회원전을 개최했다. (02)730-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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