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덕분 한 철 잘 살았습니다”
안거 마치면 서로 나누는 인사말
대중과 함께 산다는 것에 ‘감사’

산중에서 삶은 대중살이가 기본
도반과 탁마, 수행의 새로운 힘

해제 맞아 만행 나서는 대중들
걸음마다 깨달음의 꽃 피어나길

대중 스님들 덕에 겨울 한 철 잘 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안거를 마칠 때면 함께 철을 지낸 스님들이 서로서로 나누는 인사말이다. 매 철을 마칠 때마다 나누는 말이라서 너무 형식적이고 틀에 박힌 인사말 같은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인사만한 인사말이 없다.

대중에 산다는 것, 대중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 그리고 법회와 포살 등 대중의 모임은 언제나 감사하고 감동적이다. “한 철 잘 살았습니다. 고맙습니다는 이 인사에는 정말 가슴 가득 철철 넘치는 감사와 고마움이 담겨있다. 감정을 잘 다스리려는 마음을 놓지 않지만 문득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감동이 차오르기도 한다.

산중의 수행인들은 이렇게 한 철, 한 철을 살아간다. 요즘은 세상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용어인 도반(道伴)’이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다만 함께 도를 닦는 벗일 뿐 아니라 함께 생활하며, 공감하며, 서로 품어주는 사람들이 바로 도반이다. 가족을 떠난 출가인이 가족보다 더 의지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함께 살던 도반들과 헤어짐을 뒤로하면 각기 다른 산중의 선원과 공부처, 기도처 등에서 수행정진하던 도반들과의 만남이 다가온다. 은사 스님께 인사를 드리는 사형사제들의 모임이 있고, 강원이나 대학 등에서 함께 공부하던 동기, 동문 도반의 모임도 있고 출가도 인연이라 이런저런 다양한 인연으로 만난 도반들의 모임이 있다. 도반들의 만남을 탁마(琢磨)라고 한다. 돌을 쪼아서 모양을 만들고 갈고 다듬어서 완성하듯이 도반들이 이런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거칠고 투박한 한 성품을 쪼아서 가꾸고, 말과 행동을 다듬고 갈아주는 데는 도반만한 사람이 없다. 때로 아프고 쓰지만 도반의 탁마가 수행자의 삶을 새롭게 하는 가장 큰 힘이다.

산중 스님들의 삶은 대중살이와 독살이가 있다. 대중살이는 대중과 더불어 사는 생활이다. 출가하고 구족계를 받을 때까지 4~5년의 기간은 거의 반드시 대중생활을 하게 되어있다. 옛 스님들은 대중이 공부시켜준다고 하여 대중에 살아야 출가자의 품행과 위의가 반듯하게 형성되고 유지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대중을 떠난 사람은 공부에서도 멀어진 것으로 생각하기도 하였던 것이다. 특히 초심 출가자의 경우 대중이 아닌 독살이로 시작할 경우 평생 독살이라는 딱지를 달고 살아야 하기도 하였다. 안으로도 당당하지 못하고 밖으로 대중의 단체생활에도 잘 적응하고 어울리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출가와 대중은 결코 떨어질 수 없는 일체와 같은 말이다. 대중에 사는 스님들은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이 있다. 하지만 독살이에 해당하는 생활을 한 스님들은 다소 위축되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공부는 각자 내면에서 쌓이고 익어가는 것이라 잘 알 수 없는 것이고, 다만 여럿이 모여 함께 예불하고, 밥 먹고, 마당 쓸고 하는 생활일 뿐인데 자신감이 생기고 힘이 나는 것은 대중이 주는 다양한 밝고 긍정적인 기운들 때문일 것이다.

대중에 살면서 또한 기다리는 것이 해제일이다. 석 달의 꽉 짜인 대중생활을 지내며 여유와 자유를 꿈꾸게 된다. 경전의 말씀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무소의 뿔처럼 자유롭고 고독한 혼자의 길을 기다리는 것이다.

경허 스님의 시처럼 춘성무처불개화(春城無處不開花)’, 봄이 오는 마을에 꽃피지 않는 곳 없듯이 대중에서는 산중대로 만행 길에서는 마을이든 들판이든 가는 곳곳마다 수행과 깨달음의 꽃이 피어 날 것이다. 만행에 나선 스님들의 싱그럽고 활기찬 에너지가 세상에 두루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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