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이 입적한지 10주기인 311일이 불과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스님의 유지를 잇는 사단법인 맑고향기롭게와 근본도량인 길상사는 추모법회를 시작으로 사진전과 음악회, 좌담회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법정 스님이란 큰 어른의 가르침을 받아왔다. 스님이 세상을 떠난지 10년이 넘는 기간동안에도 스님이 남긴 가르침은 우리들 사이에 방향을 제시해왔다. 하지만 스님이 세상을 떠난 10년 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가르침을 줄 만한 어른이 있는지 의문이다. 최근 한 아르바이트 사이트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불교계 존경하는 인물로 현재 생존해 있는 스님들이 한명도 꼽히지 않았다. 물론 인지도 등에 있어서 원효, 성철, 법정 스님 등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아쉬운 부분이다.

법정 스님과 같이 스스로의 수행을 바탕으로 하고, 또 현대문명에 날카로운 예각을 다양한 인문학적 소양으로 표현하는 인물이 사실상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불교가 위기라고 한다. 불자 수는 감소하고 있다. 근본 원인을 돌아보면 포교와 전법의 약화로 인한 시스템적인 문제가 있겠지만, 일반인들도 믿고 따를 만한 어른이 불교계 내에 잘 보이지 않다는데 있다.

한국사회는 법정 스님과 김수환 추기경 등 힘들고 지칠 때 의지할 만한 우리 사회의 어른이 종교계에 있었다.

법정 스님의 10주기를 맞아 불교계가 고민해야 할 것은 법정 스님과 같이 청빈한 삶을 통한 수행의 가치를 높이고, 현대문명의 다양한 문제점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또한 현대사회에서 소외받는 많은 이들을 위한 따뜻한 보살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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