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사찰 불전함에 결제용 QR코드 설치

15세기 창건 후쿠이시 쇼온지
시대변화 따라 전자화폐 도입
보시 부적합 비판여론 있지만
참배객들에겐 편리함 이끌어

불전함에 놓인 결제용 QR코드를 소개하는 쿄센 스님. 사진출처=후쿠이신문

전자결제가 일상화되는 현대사회. 전자화폐로 보시금을 받는 일본사찰이 생겨 화제다. 24후쿠이신문’ ‘야후 뉴스등은 사찰 불전함에 전자화폐용 QR코드를 설치한 사찰 쇼온지(照恩寺)’를 특별 보도했다.

일본 후쿠이(福井)현 후쿠이시에 소재한 쇼온지는 15세기에 창건된 고찰. 17대 주지인 아사쿠라 쿄센(朝倉行宣) 스님은 지난 1일부터 본당의 불전함에 결제용 QR코드를 설치했다. 참배객의 보시금을 전자화폐로 받기 위해서다. 교센 스님은 불교도 시대에 대응하기를 요구받는다며 이상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스님은 평소 진행해온 테크노 법회의 영향으로 QR코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쿄센 스님은 출가 전 DJ와 조명기사로 일했던 실력을 살려 지난 2016년부터 법회와 테크노 음악을 융합한 테크노 법회를 진행, 국내외의 반향을 이끌어냈다. 2018년에는 싱어송 라이터인 다른 스님과 함께 미니 앨범도 발표했다.

쿄센 스님은 앨범CD를 사찰에서 판매하면서 처음 전자화폐를 도입했다. 손쉽게 결제가 되는 것을 보고 보시에도 좋은 방법 아닐까?’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스님은 곧장 다른 사찰이나 종교시설에서도 전자화폐를 사용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후쿠이현 내에는 없지만, 다른 도시나 현에서는 일부 도입한 사례를 찾았다. 스님은 보통 해외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사찰이나 신사, 혹은 방범대책으로 전자화폐를 도입한 사례가 많았다고 조사 내용을 밝혔다. 조사 당시 쇼온지가 재적한 정토진종에서도 아직 후쿠이현 내 사찰가운데 전자화폐를 보시금에 도입했다는 보고는 없다고 말해 선진적인 방안이라고 첨언했다.

한편 지난해 여름 일본 내 거대 불교단체인 교토불교회에서는 불전이나 보시금 등 종교 활동과 관련된 금전이 신용거래로 오가는 것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교토불교회는 불전과 보시를 신용거래로 받는 것은 보시의 원래 의미를 퇴색시킨다고 주장했다.

교토불교회 이사장 아리마 라이테츠 스님은 보시금은 영리사업의 수익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며 단지 편리성만을 좇아 신용거래를 사용한다면, 신자와 사찰간의 가시적인 연계가 약화된다고 설명했다.

쿄센 스님은 이에 대해 현물을 보시물로 받아 사찰의 의식주를 지탱하는 것은 이제 옛날 이야기다. 새로 등장한 화폐가 보시에 어울리는가에 대한 논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스님은 논란을 두려워하지 않고 시대에 맞춰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실제 쇼온지 신도들과 참배객 사이에선 QR코드 도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사찰을 참배한 중년의 신도는 보시금으로 적당한 잔돈이나 내고 싶은 금액의 현금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편리하다며 부담 없이 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배객도 단지 절을 보러 왔는데 QR코드가 있어서 가볍게 보시금을 낼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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