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법회, 좌담회, 사진전 등 열려

세상을 떠나면서도 청빈의 도와 맑고 향기로운 삶을 실천한 '법정 스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자리가 열린다. 법정 스님의 입적 10주기를 맞아 사단법인 맑고향기롭게와 서울 길상사가 10주기 추모법회를 비롯한 선양행사를 다채롭게 연다.

사단법인 맑고향기롭게는 2월 12일 법정 스님 10주기 추모법회를 2월 19일 길상사 사시예불 후인 11시 개최한다고 밝혔다.

법회는 법정 스님이 마지막까지 남기신 청빈의 가르침에 따라 평소와 다름없이 간소하게 봉행할 예정이다.

추모법회는 명종, 개회사, 삼귀의, 반야심경 봉독, 종사영반(영단삼배, 헌향, 헌다, 헌공, 헌화), 길상사 8대 주지 및 맑고향기롭게 4대 이사장인 덕일 스님 인사말, 법정 스님 영상 법문 ‘스스로 행복하라’(2006년 4월 16일 봄정기법문 중에서), 추모 법문 등의 순서로 봉행될 예정이다.

법정 스님 2주기 추모법회 당시 사진. 현대불교 자료사진

 

이와 함께 2월 18일부터 3월 11일까지는 법정 스님 추모 의미로 사진전이 열린다. 사진전에서는 생전 스님의 모습을 길상사에서 가까이 사진으로 기록했던 일여 이종승 작가와 불일암과 길상사에서 스님의 모습을 기록한 우경 유동영 작가 외 몇 몇 사진작가가 맑고 향기롭게로 기증해준 사진을 모아 경내 길상선원에 소담하게 전시될 예정이다.

또 3월 8일 길상사 설법전에서는 법정 스님을 그리는 맑고 향기로운 음악회 ‘무소유를 읽다’가 열린다.

맑고 향기롭게는 법정 스님 입적 10주기 추모의 마음을 모아 양력 입적일인 3월 11일과 가까운 주말인 3월 8일 오후 1시 30분 ‘법정스님을 그리는 맑고 향기로운 음악회 - 무소유를 읽다’를 개최한다.

이번 음악회는 불교계를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처럼 한국의 대표적 사상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아가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저서 <무소유> 속에서 찾아보고, 평생에 걸쳐 무소유 정신을 몸소 실천하며 올곧게 걸었던 그의 삶을 기억하고 그리는 뜻깊은 시간이 될 예정이다.

음악회에는 각계 각층의 인사들이 참여한다. 문학인으로는 ‘슬픔이 기쁨에게“ ’풍경소리‘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등의 시로 널리 알려져 있는 정호승 시인을 비롯하여, 현대문학상, 천상병시상을 수상한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선우 작가가 참여한다. 그리고 법정 스님 생전 인연이 깊었던 이계진 아나운서(전 이사)와 변택주 작가(전 이사)가 참여하며, 정인성 시낭송전문가(수원시낭송가협회장)가 참여한다. 음악가로는 음유시인 김현성과 맑고 향기롭게 노랫말 홍보대사 박창근, 김은진 씨가 참여한다.

음악회서는 무소유, 오해, 나그네 길에서, 미리 쓰는 유서, 본래무일물, 나의 애송시 등을 낭독하고, 출연자별로 법정 스님의 수행자로서 모습과 더불어 문학인으로서의 발자취를 돌아본다.

또 2월 23일을 시작으로 11월까지 네 번째 일요일에는 길상사 설법전에서 법정 스님 열반 10주기 특별 좌담회 ‘법정, 나를 물들이다’도 진행된다. 좌담회는 초청 명사가 20분 발제를 한 뒤, 명사와 진행자가 1:1 좌담 및 청중 좌담으로 진행된다.

이와 함께 10주기를 맞아 법정 스님 저서 전자책으로 만나볼 수 있다. 법정 스님은 유지를 통해 본인의 저서 절판을 당부한 바 있다. 이에 법정 스님의 모든 저작권을 상속받아 관리하는 맑고향기롭게 측은 저서 계약기간 이후에는 출판 및 저서 보급 금지를 출판사들과 협의한 바 있다.

맑고 향기롭게는 맑고향기롭게 회원들이 스님의 저서를 홈페이지에 전자책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며 4월부터 스님의 저서를 순차적으로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맑고향기롭게는 “입적 10주기를 맞아 본회에서는 스님의 저서를 디지털화 하여 보관하는 의미로 한권씩 전자책으로 작업하여, 많은 사람들의 스님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스님의 말씀이 혼탁한 세상에 밝은 빛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맑고 향기롭게는 법정 스님의 대표적인 수행처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으로 공모한다.

출가고향 마을인 전라남도 해남 우수영, 경남 통영 미륵산 미래사, 경남 하동 지리산 쌍계사, 경남 양산 영축산 통도사, 경남 합천 가야산 해인사, 서울 강남 봉은사, 전남 순천 조계산 송광사, 불일암, 서울 삼각산 길상사에서의 수행하는 모습, 지혜와 자비행을 실천하는 모습, 고즈넉한 산사의 아름다운 풍경, 사찰 전통 건축양식 및 자연경관상 등의 소재로 한 사진을 응모하면 된다. 그 외 문화사업으로는 부처님오신날 문화행사로 4월 24일부터 ‘법정스님의 향기로운 글 & 금강경 모음전’이 진행되며, 6월 6일 제4회 무소유 어린이 글짓기 대회, 티벳 난민 어린이를 위한 법정 스님의 ‘슬기로운 어린이 동화책’ 티벳어 번역보급 등이 진행된다.

법정 스님. 현대불교 자료사진

법정 스님은…

1932년 전라남도 해남 우수영에서 태어난 스님은 한국 전쟁의 비극을 경험하고 인간의 선의지(善意志)와 삶과 죽음에 고뇌하며 진리의 길을 찾아 나섰다. 1956년 효봉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받은 후 통영 미래사, 지리산 쌍계사 탑전에서 스승을 모시고 정진했다. 이 후 해인사 선원과 강원에서 수행자의 기초를 다지고 1959년 자운율사를 계사로 비구계를 받았다.

1960년 통도사에서 <불교사전> 편찬 작업에 동참하였고, 1967년 서울 봉은사에서 운허 스님과 더불어 불교 경전 번역을 하며, 불교계 언론과 유력한 신문에서 죽비 같은 글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1973년 함석헌, 장준하등과 함께 민주수호국민협의회를 결성하여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였으며, 1975년 젊은 목숨을 앗아간 제2인혁당 사건을 목격한 스님은 큰 충격을 받아 그 해 10월 본래 수행자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짓고 무소유 사상을 설파하며 자기다운 질서 속에 텅 빈 충만의 시기를 보낸다. 하지만 세상에 명성이 알려지고 끊임없이 찾아드는 사람들을 피해, 다시 출가하는 마음으로 1992년 강원도 산골 오두막으로 거처를 옮기고 생명 중심의 세상을 명상하며 홀로 수행 정진했다.

1993년 7월 연꽃이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라는 이유로 독립기념관, 창덕궁 부용정 연못의 연꽃이 모두 없어지는 기막힌 사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그 어이없는 심정을 ‘연못에 연꽃이 없더라’는 글로 발표하며 다시 한 번 세속 일에 관여하게 된다.

1993년 8월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기 운동 준비 모임’을 발족하여, 1994년 3월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기 운동 첫 대중 강연을 시작으로 서울, 부산, 대구, 경남, 광주, 대전 등지에서 뜻을 함께 하는 회원들을 이끌어 주셨으며, 스님의 무소유 사상에 감동한 길상화(故김영한) 보살이 7천여 평의 대원각을 시주하여 1997년 12월 14일 ‘맑고 향기롭게 근본도량 길상사’가 창건되었다.

법정 스님하면 떠올리게 되는 용어들이 많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대표 낱말은 ‘무소유’다. “무소유는 단순히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을 뜻한다.”고 정의하시며, 생명 중심의 나눔의 삶을 말씀하셨다. 세속 명리와 번잡함을 싫어했던 스님은 홀로 땔감을 구하고 밭을 일구시며 청빈을 실천했다.

스님은 폐암이 깊어진 뒤에도 침상에서 예불을 거르지 않았으며 ‘금생에 저지른 허물은 생사를 넘어 참회할 것이며,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겠다.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사)맑고 향기롭게"에 주어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토록 하며,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달라.’는 말씀을 남긴 뒤 2010년 3월 11일(음력 1월 26일) 맑고 향기롭게 근본도량 길상사에서 입적(세수 78세, 법랍 55세)했다.

‘내 이름으로 번거롭고 부질없는 검은 의식을 행하지 말고,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도 말며, 관과 수의를 마련하지 말고, 편리하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지체 없이 평소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하여 주기 바란다.’고 당부한 스님은 마지막까지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였고, 입적 후에도 남은 이들에게 맑고 향기로운 가르침을 전해준 스승으로 추앙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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