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명 스님 (봉은사·상월선원 주지)

 

 

한국불교 수행 문화에 새 바람을 일으킨 상월선원 천막결사가 2월 7일 회향했다. 위례 신도시 공사가 한창인 아파트촌 맨끝자락. 3천평 허허벌판에 친 천막 하나에 육신을 의지한 채 맹추위와 싸우며 선풍 진작에 힘쓴 9명의 수좌들. 이들을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 하며 천막결사의 성공을 이끈 이가 있다. 바로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이다. 상월선원 운영까지 책임을 맡은 원명 스님은 매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천막법당서 신도들과 함께 법회를 열고 정진했다. 이런 신심과 열정으로 90일간의 상월선원 천막결사는 한국불교의 수행풍토가 살아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성공적 평가를 받았다. 상월선원 주지직도 함께 수행한 원명 스님을 1월 29일 봉은사 다래헌서 만나 상월선원 천막결사의 여정과 앞으로 불사 계획을 들어봤다.

Q 21세기 새로운 결사의 전형을 보여준 상월선원 천막결사가 이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천막결사 회향의 시대적 의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수행풍토 회복만이 한국불교 중흥의 시발점이라는 것에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상월선원 결사를 앞두고 새로운 수행풍토 진작에 많은 분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기 시작했습니다. 불교가 지닌 장점을 잘 살려 대중들의 인식 전환을 이끌어 내자는데 이번 결사의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아홉명 스님들이 정진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우리 불교가 새롭게 출발한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상월선원 해제, 韓불교 발전 새역사
현 수행 열기 이을 체험 공간 마련할 터
현재 설계 진행중…올 8~9월 착공 예정
2천여평에 지하 2층 지상3층 규모 불사
250여억원 소요, 복합수행문화도량 조성

2015년 봉은사 주지에 취임하다
봉은역사문화공원 등 가람정비 한창
거사 불교 및 가족 법회 활성화에 진력중
옛 조포사 명성 복원… 3~4월 두부 시판
환경 운동 펼칠터, 1회용 용기 모두 없애

Q 무문관 천막결사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이번 결사를 어떻게 기획하시게 됐는지요?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이견이나 시작 전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까?

천막결사는 회주 스님(前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기획하셨습니다. 회주 스님은 풍찬노숙이란 말처럼 다소 여유가 있는 제방의 수행풍토서 벗어나 부처님의 고행까지는 아니더라도 노숙자 같은 심정으로 수행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셨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서 수행을 한번 해보는 것도 수행자로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어렵지만 큰 결심을 하신거죠. 처음에는 종로 탑골공원서 진행하려고 계획했는데, 여러 조건이 안 맞았습니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위례 신도시에 위치한 종단 종교부지 불사 현장이었죠.

Q 천막결사를 시발점으로 이러한 도심결사가 앞으로 더 많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향후 상월선원서 하안거 등에 천막결사가 더 진행될 수 있을까요?

이번 천막결사가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최소한 천막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언제든 와서 수행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공간을 만들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번 결사의 연장선상으로 앞으로 상월선원은 수행과 불교전통 문화가 함께 공존하는 곳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져 나가야 합니다.

Q 천막결사 이후 천막법당 자리에는 새로운 불사가 시작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계획을 들려주시지요.

현재 설계공사가 진행중입니다. 인허가 과정 등을 거쳐서 올 8~9월 중에 착공할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상월선원 부지 총 평수가 3천평인데, 2천평 정도가 공사 허가가 나 있는 상태입니다.

계획으로는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의 불사가 진행될 것 같습니다. 지하 2층에는 주차장, 지하 1층에는 문화공연장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또한 지상에는 대웅전과 지장전, 관음전, 전시실과 공양간, 요사채 등을 갖출 겁니다. 한옥 형식은 용마루 때문에 지상 2층까지 밖에 못 짓지만 슬라브 형태를 활용해 지상 3층으로 구성할 예정입니다. 공사 기간은 설계 완성에 따라 다르지만 약 1년 넘게 소요될 것 같습니다.

지역민들에게 공사 소음 등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인근 아파트 입주인 내년 5월 전에 기본적인 뼈대는 해놓으려고 합니다.

수행을 근본으로 한 도량이지만, 인근 지역민들이 문화생활도 함께 영위할 수 있게 수행문화복합도량으로 운영할 생각입니다.

Q 이번 결사의 과정을 지켜보며 가장 보람있었던 일은 무엇이셨는지요?

상월선원 천막 기도법당을 가서 보니 엄청 컸습니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죠. 지금은 오히려 그 법당이 작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이 방문할 줄은 몰랐습니다. 버스로 오는 단체 방문객보다 승용차로 개인적으로 오는 사람들이 점점 늘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함께 하는 수행이라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스스로 체험 정진하려고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아지는 것을 보면서 불교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구나 하는 희망을 느꼈습니다. 대중이 많이 찾아와 기도하고 스님들을 격려해 주는 것은 큰 활력을 불어 넣어 줍니다. 어떤 때 대중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야 할 정도로 찾아와 기도 정진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힘이 납니다.

Q 앞으로 상월선원 불사가 완료되면 어떤 역할을 하면서 발전되길 발원하시나요?

기본 바탕은 수행이지만 문화가 함께 하면서 일반대중이 많이 찾을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랍니다. 문화라는 것도 하나의 방편입니다. 우리가 여러 가지 불공 드리는 것도 불심을 고취하기 위한 방편이지요.

불사에는 대략 250억원 가량 소요될 것입니다. 예산을 갖추고 시작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상월선원에 대한 큰 관심 덕분에 불사가 원만히 회향 되리라 봅니다. 벌써부터 공사비 1%를 기부하겠다는 불자님들도 계십니다. 오히려 많은 이들의 십시일반 원력으로 이뤄진 불사가 더욱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 봅니다. 불사 후에는 종단의 직영사찰인 봉은사 포교당 상월선원으로 운영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이제 화제를 돌려 현재 주 소임을 보고 계신 봉은사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2015년 봉은사 주지로 부임한 이후 많은 일을 하셨는데요. 아직도 봉은사는 현재 봉은역사문화공원 조성 등 가람정비와 중창불사의 과제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동안의 진행 과정과 올해 중점적 사업은 무엇이 있는지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봉은사는 사격에 비해 많은 이들을 수용하는 공간이 없습니다. 특히 시민들과 외국인들이 찾지만 공연장도 없습니다. 공연이 수시로 열리는 그런 공간을 만든다면 법회와 문화활동이 함께 하는 도심 사찰로 거듭날 것입니다. 올해 완공되는 불사는 기존 매점자리에 들어서는 다목적 공간입니다. 여러 기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구성 중에 있습니다. 아울러 일본식 축대 등을 전통방식으로 새롭게 바꾸는 작업도 함께 이뤄질 것입니다.

Q 올해는 특히 10·27법난이 발생한지 40년이 되는 해입니다. 법난기념관도 불사에 함께 잘 진행되도록 해야 할 것 같은데요.

현재 정부 기재부서 예비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하지만 현재 진행 일정상 연내에 첫 삽을 뜨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문화재위 등 심의를 거쳐 앞으로 3년 기간의 불사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예비타당성 검사만도 1년 넘게 걸리는 지난한 과정입니다. 종단의 뜻을 받들어 장기적 시각에서 불사가 원만히 이뤄지도록 차분히 준비해 나갈 것입니다.

Q 봉은사는 한국불교서 현재 침체된 거사불교가 새롭게 움트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거사림회를 비롯해 남성합창단 등을 지난해 새롭게 구성하셨던데요. 거사불교 포교에 남다른 애정이 있으신 것 같은데요.

거사님들은 보살님들에 비해 처음엔 신심이 부족한 면이 있지만, 일단 신심을 가지면 매우 적극적입니다. 다양한 직업군들을 갖고 계셔 전문성을 활용할 기회도 무엇보다 큽니다. 앞으로도 거사불교 활성화에 관심을 둘 것입니다.

이와함께 거사불교뿐만 아니라 가족이 함께 신행 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 가고 있습니다. 또한 불교음악원 등을 통해서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부분을 확대해 가족 참여를 더욱더 늘려갈 생각입니다.

Q 스님께선 봉은사 생전예수재를 서울시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등 전통문화 계승에도 힘쓰고 계십니다. 전통 문화를 매개로한 포교 전략도 갖고 계신지요?

고문헌을 보면 봉은사는 한때 조포사(造泡寺, 제향에 올리는 두부를 만든 절)라 불렸습니다. 인근 선정릉서 진행되는 제사상에 올리는 두부입니다. 지난해에는 선정릉 측과 협의 하에 제향에 직접 두부를 만들어 올린 바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봉은사 만의 차별성 있는 두부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월정사 등서 직접 공수한 친환경 재배 콩으로 유기농 두부를 만들어 3~4월 경부터 전통문화 식품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 포교 전법 계획이 있으시다면 들려주세요.

현대는 환경운동이 절실한 시대입니다. 그래서 사찰내 일회용기를 모두 없애고, 직접 용기를 가져와 공양물을 받아가도록 할 예정입니다. 또 봉은사서 만든 재사용 가능한 통을 나눠주고 이를 활용할 것입니다. 비닐과 플라스틱 용기 안 쓰기 운동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사찰 주지 소임을 보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공심(公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심을 갖고 한국불교의 대표적 사찰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원명 스님은… 능혜 스님을 은사로 출가, 1977년 월정사에서 탄허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수계했다. 1979년 범어사에서 고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한 스님은 용주사, 불국사, 봉암사 등 제방 선원에서 정진해왔다.

2000년부터 2014년까지 동해 삼화사 주지를 역임했으며, 삼화사 국행수륙재의 국가중요 무형문화재 등재에 공헌했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는 조계종 호법부장을 역임키도 했다.

2014년부터 1년간 서울 조계사 주지를 지냈으며, 그 후 2015년부터 서울 봉은사 주지를 맡아 5년여 동안 봉은사 대중과 함께 불교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봉은사에서도 생전예수재의 국가중요 무형문화재 등재를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사단법인 생전예수재보존회 대표이사도 겸하고 있다.

기타로 사회복지법인 봉은, 사단법인 환경정의, 재단법인 여진불교문화재단, 사단법인 한국사찰림연구소 이사장 및 대표직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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