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가야죠”

인천 소재 아파트·상가 기부해
불자 학생 대상 장학기금 활용
원찰 주지 스님 가르침 새기며
평소 사찰 불사 등에 보시해 와

올해 팔순을 맞은 전병천(사진 가장 오른쪽) 씨와 부인 김정숙(사진 가운데)는 자신의 아파트와 상가를 사후 기증 형식으로 동국대에 기증했다. 사진은 2월 11일 열린 전달식 모습.

평소 스님이 회향을 깨끗하라고 말씀하셨고, 이를 실천한 것입니다. 보시는 저를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남은 유산으로 자녀들끼리 분쟁을 벌이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자신이 공덕을 많이 쌓으면 사후 좋은 곳으로 간다고 합니다. 따지고 보면 보시는 저 자신을 위하는 것입니다.”

평생 일군 재산을 동국대에 장학기금으로 기부한 전병천(80)·김정숙(81) 씨 부부는 기부에 대한 소회를 이 같이 밝히며 말머리를 풀었다.

올해 팔순을 맞이한 전병천 씨와 부인 김정숙 씨는 인천 계양구 소재 아파트와 인천 서구 소재 상가를 사후 유산으로 동국대에 기부키로 하고 211일 학교를 찾아 기부증서를 전달했다. 기부금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향후 스님들과 불자 학생 대상 장학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매일 조석으로 몇 시간씩 기도를 할 정도로 돈독한 신심을 자랑하는 부부는 평소 사찰 불사에 적극 참여하는 등 보시행을 실천해왔다. 늘 회향처를 찾던 부부는 불교계 방송을 보던 중 한 노보살이 동국대에 1억 원을 기부하는 것을 본 후 장학금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

집에서 항상 BBSTV를 항상 틀어놓아요. 하루는 텔레비전에서 한 노보살이 동국대에 1억원을 쾌척하는 것을 보게 됐습니다. 이를 보고 기부를 결심했습니다. 제가 기부를 하고 이것이 알려지면 다른 사람들도 기부할 수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부부의 이 같은 보시행은 모두 스님의 영향이 크다. 이들 부부는 스님의 삶과 가르침을 그대로 보고 따라하는 것이라고 거듭 이야기했다.

영덕사 주지 선공 스님이 조계종에 사찰을 기증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저리 살아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서는 원적하신 혜원 스님이 계셨는데 그 분은 너무 검소하고 청정하셨습니다. 혜원 스님은 쉰 밥까지 씻어드시는 분이셨어요. 스승의 삶과 가르침을 그대로 따라는 것입니다.”

부부는 우리 사회의 보시행이 확산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부처님에게 많은 가피를 받았는데 은혜도 못 갚고 갈까 두렵다는 말에서는 부부가 가진 불심의 깊이가 느껴졌다.

어차피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이전에는 누구를 주고가나 생각했는데 기부를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합니다. 사실 돈은 한계가 없습니다. 하늘에서 1억 원이 떨어져도 욕심을 채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평소 생전에 다 베풀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불교계 방송을 보고 기부한 것처럼 내 기부가 또 누군가의 기부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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