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선원 천막결사 회향하며

9명의 정진대중 스님들이 2월 7일 천막결사 무문관 수행을 끝내고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불가에선 무명초를 욕망의 상징이라 하지만 풍찬노숙 끝에 드러난 스님들의 모습은 견성도인과 같이 숭고해 보였다.

드디어 ‘문 없는 문’이 열렸다. 단풍으로 산하대지가 물든 가을에 시작된 아홉 스님들의 무문관 정진은 엄동설한의 겨울을 지나 매화 내음이 느껴질 즈음 마침표를 찍었다.

선방을 나선 회주 회주 자승 스님(조계종 前 총무원장)을 비롯해 선원장 무연 스님, 입승 진각 스님, 한주 성곡 스님, 지객 호산 스님, 지전 재현 스님, 정통 심우 스님, 시자 도림 스님, 다각 인산 스님 등 아홉 스님들은 모습은 수척했지만 표정은 밝았다.

90일, 치열했던 수행 여정
위례 상월선원 천막결사는 조계종 총무원장 퇴임 이후 2차례 백담사 무문관에서 동안거 정진을 했던 자승 스님의 “안거 한철만이라도 치열하게 정진해보자”는 제안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하루 14시간 이상 정진 △하루 한 끼 공양 △옷 한 벌만 허용 △양치만 허용하고 삭발·목욕 금지 △외부인 접촉 금지하고, 천막 벗어나지 않기 △묵언 등을 골자로 한 청규를 정하고 스스로를 가둔 채 수행에 매진했다.

극한 환경에서의 수행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정진 대중의 정진력은 날카로워져 갔다. 한 끼 공양마저 마다하고 곡기를 끊고, 두부 4쪽·방울토마토 3쪽·나물무침 2젓가락만 섭취하는 스님도 있었다. 

70여 일이 지날 즈음에는 대중 스님 중 한 명이 의식을 잃는 응급 상황이 발생해 의료진이 출동했지만, 정신을 차린 스님은 “수행을 방해하지 말라”며 다시 정진에 들어가기도 했다.

아홉 대중 정진력, 결사의 힘
이 같은 아홉 대중 스님들의 정진력은 결사의 원동력이었고, 이는 대중들을 감화시켰다. 지난해 11월 11일 입재 이후 한 달여 만에 5만여 사부대중이 전국에서 모여들어 결사에 동참했다. 회향까지 10만여 명의 사부대중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체험관에서 무문관 수행을 한 불자들도 110명에 달했다.

자원봉사와 보시도 위례천막결사를 이끌었다. 용인 대덕사 명선다례원은 매일 자비로 다과 물품을 구입해 선원을 찾은 대중에게 보시했고, 봉은사 사찰음식팀은 봉국사 공양간을 빌려 대중공양을 준비했다. 화장실·법당 청소 봉사자들도 매일 줄을 이었다.

‘상월선원천막결사’ 유튜브 채널과 밴드 개설·운영도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시대의 결사 모습이다. 특히 현재 2300여 명이 구독 중인 ‘상월선원천막결사’ 유튜브 채널은 선원 일정 공지부터 정진, 회향 현장을 생생하게 불자들에게 전달했다.

결사 통해 ‘불교 중흥’ 이끌자
위례 상월선원 천막결사에 참여했던 사부대중들은 결사 정신을 이어서 ‘불교 중흥’을 이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법문으로 천막법당 철야정진의 문을 연 학교법인 동국대 이사장 법산 스님은 “위례 상월선원은 꿈꾸는 곳이 아닌 꿈을 깨고 나오는 곳이어야 한다. 스스로를 죽여 사는 곳이어야 한다. 이를 아홉 대중 스님들이 그대로 보여줬다”면서 “상월선원 천막결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한국불교의 수행과 신행 문화에 관심을 새롭게 갖게 됐다. 유튜브를 통한 소식을 전한 점도 의미가 남다르다. 새로운 수행 결사 문화를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상월선원 미륵불 기도처에서 매일 원만회향 발원 기도를 했던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환풍 스님(남양주 묘적사 주지)은 “근기가 약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분들이 정진을 원만회향할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이었다. 아홉 대중 스님들이 무탈하게 정진을 원만회향할 수 있어 외호대중으로서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라며 “이번 결사로 한국불교가 재도약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아홉 스님 모습이 모두 부처님”
동국대 구성원들과 매주 천막법당을 찾아 정진했던 윤성이 동국대 총장은 새로운 수행 문화가 대중화되는 계기가 되길 기원했다.

윤 총장은 “아홉 스님들의 건강을 무엇보다 걱정했는데 무탈하고 건강하게 회향해주셔서 감사하다. 정진을 마치고 나온 수행자의 위의를 보고 감동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한국불교 중흥의 새 역사로 나아가는 첫 발을 내딛었다. 이에 사부대중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흥 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은 결사 후에도 출·재가가 함께하는 수행프로그램이 이어질 것을 제언했다. 이 회장은 “재가자들도 스님들의 수행문화에 함께하는 분위기가 무엇보다 좋았다”며 “특히 비안거 기간에는 선원 시설을 충분히 이용하여 재가자가 참여하는 선 수행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했으면 한다. 금번 상월선원 무문관이 재가자 중심의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매주 음악회를 열고 음성공양을 올렸던 박범훈 불교음악원장은 “불교문화공연의 새로운 지평을 연 계기”라고 평가했다. 박 원장은 “수행하는 스님들을 위하고 우리도 정진하자는 마음이 합쳐지니 음악 감상하는 분위기가 남달랐다”면서 “사찰은 많은 이들이 와서 신심을 내고 공동체를 이루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위례 상월선원 결사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이 잘 드러났다. 앞으로 더욱 불교문화, 예술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말했다.

일반 불자들의 기원도 이어졌다. 입재부터 회향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다도 봉사를 진행한 김정숙 용인 대덕사 명선다례원장은 “경외심이 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연세와 법납이 높은 분들이라 무문관 정진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천막결사는 한국불교사의 전무후무한 결사가 될 것”이라며 “이 같은 결사를 통해 한국불교가 세상을 밝히는 등불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합창제 등에 참여하며 상월선원에서 정진해 온 김장순(70, 서울 송파구) 씨는 “상월선원 천막결사는 불교 위상을 세우고 중흥을 위한 결사였다”고 평가하며 “아홉 스님 모습이 모두 부처님이셨다. 걸음마다 길상이 피어 모든 중생을 제도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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