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순의 연구원, 〈한국불교사연구〉서 밝혀


송광사博 전수조사 통해 발굴
팔상극·목련극 연희대본 담겨
이장수 스님, 소장·활용 추정
김소하 ‘우란분’과 차이 상당

“전근대 존재한 불교극 계승
민중불교적 흐름 전승 의미”

송광사 성보박물관이 지난 2018년부터 1년간 진행한 소장유물 전수조사에서 펜글씨로 필사된 불교연극대본 하나가 새로 발견됐다. 이는 전근대시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불교 대중극의 계승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이를 분석한 연구논문이 발표돼 눈길을 끈다.

민순의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 연구원은 한국불교사학회 학회지 〈한국불교사연구〉 제16호에 게재한 ‘송광사 새 발견 연희대본에 대한 검토’를 통해 새롭게 발굴된 연희대본의 내용을 분석하고 불교문화사적 의의를 고찰했다.

송광사 성보박물관의 전수 조사를 통해 새로 발굴된 연희대본은 가로 19.3cm, 세로 26.3cm 크기로 백지를 노끈으로 철해 만들어졌다. 안에는 ‘팔상극’과 ‘목련극’ 두 편의 연희대본이 수록됐다.

민 연구원에 따르면 책자는 몇 장의 유실본이 있으며 총 29장, 58쪽이 남아 있다. 이중 ‘팔상극’ 대본은 총7막으로 14장 28쪽 분량으로 기술돼 있다. 이후 31쪽부터 본격적으로 ‘목련극’ 대본이 이어지는데 ‘목련극각색’이라는 제목으로 시작된다. 이는 앞선 ‘팔상극’과는 필체와 잉크 및 펜의 재질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게 민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팔상극’과 ‘목련극각색’은 각각 다른 사람이 별도로 필사해 합본한 것임을 알 수 있으며, 두 책이 별권으로 존재하던 것을 추후에 합본했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도 추정했다.

민 연구원은 ‘목련극각색’ 전반을 분석하며 송광사 연희대본의 의미를 살폈다. ‘목련극각색’의 제작, 유통, 활용시기를 알 수 있는 것은 낙서처럼 쓰인 ‘이장수(李長秀, 1921~1998)’라는 스님의 법명이다. 이장수 스님은 1937년 송광사 사미과를 수료한 이래 1941년 중덕 법계를 송광사서 수지했다. 스님은 1942년 송광사 교무계 서기를 맡아 교역직으로 활동했지만, 1944년 학도병으로 착출돼 전쟁이 끝나고 돌아왔다. 이후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스님은 1947년 환속한 뒤 교육자로 평생을 봉직했다.

민 연구원은 이장수 스님이 대선 법계를 수지한 1938년부터 환속 전인 1947년까지 ‘목련극각색’을 가지고 활용했을 것이라고 봤다. 또한 송광사 출신 화승으로 당대 불교미술계를 풍미했던 금용 일섭 스님의 〈연보〉도 주목했다. 실제 〈연보〉에는 1930년 4월 8일 송광사에서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해 ‘목련존자 연극에 필요한 무대를 그려 설치했다’고 기술돼 있다.

민 연구원은 “이를 고려한다면 송광사 ‘목련극각색’ 대본은 1930년 이미 발견된 것과 같은 내용으로 존재했으며, 1930~40년대 걸쳐 송광사에서 실제 공연을 위해 실질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잠정 결론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함께 민 연구원은 김소하가 지은 성극 ‘우란분’(1932)과도 비교를 했다. 그에 따르면 송광사의 ‘목련극각색’과 ‘우란분’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우란분’은 3막인데 반해 ‘목련극각색’은 7막으로 내용이 좀 더 세세하고 플롯에도 차이가 크다. 차이의 연유에 대해 민 연구원은 송광사 ‘목련극각색’이 〈목련경〉의 서사 전통을 계승하고 있어서라고 봤다.

민 연구원은 “목련존자 설화에 근거한 대중적 연회는 전통 시대에 이미 널리 행해졌고, 그에 저본이 되는 경전은 〈목련경〉이었다”면서 “한국에서는 이미 〈불설목련경〉의 언해본이 조선 전기부터 유통됐고, 1920년대에도 내용이 다소 증광돼 유전본(流轉本)이 전해진다. 이를 살펴보면 송광사의 ‘목련극각색’은 〈목련경〉의 내용과 구성을 더욱 착실히 계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중지향적으로 저변화될 경우 목련극 설법 또는 재담의 양상은 시대와 지역문화의 특성에 따라 그 양식이 다양하게 분화됐을 것”이라며 “송광사 새 발견 ‘목련극각색’은 완전히 세속화돼 연극 형태로 행해진 목련존자 이야기의 설행 양식이자 전근대 이전부터 존재한 불교 대중 공연극의 전통을 계승한 것이다. 이는 불교 현장에 행해지고 있던 민중불교적 흐름의 전승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불교사연구〉 제16호에는 △역사적 전환점에서 마주한 현대 한국불교의 도전(박수호·중앙승가대) △봉인사 세존사리탑의 이주 내력과 조형(손신영·한국미술사연구소) △불교사학 입문서 간행의 현황과 분석(이성운·동방문화대학원대) △불교철학 입문서 간행의 현황과 분석(고영섭·동국대) △불교명상 입문서 간행의 현황과 분석(문진건·동방문화대학원대) △불교예술 입문서 간행의 현황과 분석, 그리고 대안(백도수·능인대학원대) 등 연구논문이 수록됐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