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3대 성지 전설 속 불교

전설 속 인물 行 따라하려
살면서 꼭 찾아가는 파고다
미얀마인들 불교 신앙 배경
고루하기보다 생명력 담겨

미얀마는 전국 각지에 수많은 파고다(Pagoda, )가 있다. 이 때문에 여행객들 사이에서 미얀마 여행의 시작과 끝은 모두 파고다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이렇게 많은 파고다가 세워질 때는 각각 중요한 뜻이 담겼겠지만, 세월이 흘러 그런 의미가 온전히 전해지는 탑은 많지 않다.

미얀마에 여행을 오는 지인들이 간혹 미얀마에도 우리나라처럼 꼭 가봐야 하는 불교 성지가 있을까?”라고 현지서 유학을 하는 나에게 물어본다. 그럼 나는 주저 없이 미얀마인들의 3대 불교 성지인 마하무니 파고다(Mahamuni Pagoda), 짜익티요 파고다(Kyaiktiyo Pagoada), 쉐다곤 파고다(Shwedagon Pagoda)를 순례를 권한다. 이 파고다들은 미얀마인이 태어나 죽기 전까지 반드시 방문하는 성지다.

미얀마인들은 이 세 곳의 파고다에 전해지는 전설을 통해 현재까지도 파고다에 대한 영험을 불어넣고 있다. 미얀마 사람들에게 파고다 전설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까지도 그들이 불교를 굳건하게 신앙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개인적으로 크게 놀랐던 것은 단순히 불교 성지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파고다를 세운 인물들의 불심(佛心)을 따라 자신들도 같은 행()을 하고 싶어 하는 점이다.

부처님 생전 모습을 본떠 만들었다는 마하무니 파고다의 불상. 매일 새벽 세안식이 진행된다.

부처님 생전 모습 친견
이러한 행()이 가장 잘 두드러지는 것은 만달레이에 위치한 마하무니 파고다(Mahamuni Pagoda)’. 빨리어로 마하(Maha)’위대한’, ‘무니(Muni)’부처님을 뜻한다. 위대한 부처님이라는 뜻을 가진 마하무니 파고다의 전설은 아라칸 왕조(BC 554)의 불심에서 시작한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아라칸 왕국의 수도인 단야와디(Dhanywadi)를 제자인 아난다 존자를 비롯한 500명의 비구와 함께 방문하여 법(Dhamma)을 설했다. 아라칸 왕국의 싼드라 쑤리야(Sandra Thuriya) 왕과 싼드라 말라(Sandra Mala) 왕비는 부처님의 법을 들은 후 크게 감동했다. 이후 부처님의 불법(佛法)이 아라칸 왕국에 지속되기를 기원하고자 부처님의 이미지를 본 뜬 불상(佛像)을 만들기를 간청했다. 부처님은 왕의 간청을 들은 뒤 이를 허락했다. 부처님의 생전 모습이 그대로 담긴 마하무니 불상은 심신이 깊은 다른 왕조의 미얀마 왕들이 간절히 원하게 되었다.

바간(Bagan) 왕조의 첫 번째 왕인 아노야타(Anawrahta, 1044~1077) 왕은 아라칸을 정복한 후 마하무니 불상을 가져오려 했지만 실패한다. 이후 네 번째 왕인 알라웅 시뚜(Alaungsithu, 1113~1160) 왕도 시도했지만 운송 문제로 불상을 가져오지 못했다. 하지만 1784년 미얀마 마지막 왕조인 꽁바웅(Konbaung) 왕조의 보도파야(Bodawpaya, 1782~1819) 왕이 아라칸 왕국을 침략하면서 마하무니 파고다를 당시 수도인 아마라뿌라(Amarapura)로 운송하여 현재 미얀마 만달레이를 대표하는 파고다가 되었다.

21세기를 사는 미얀마 사람들에게도 마하무니 파고다는 부처님의 생전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새벽 4시가 되면 스님을 비롯한 우바새(남자 재가신자)들이 마하무니 부처님 세안식을 시작한다. 아쉽게도 우바이(여자 재가신자)들은 마하무니 부처님 앞에 그어진 일종의 경계선을 넘지 못한다. 세안식을 참관할 수는 있지만, 직접 참여할 수는 없다. 세안식이 끝나면 세안하고 남은 물을 가져가기 위해 사람들이 긴 줄을 선다. 이 물을 지니고 다니면 자신의 삶에 부처님 공덕이 가득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령의 도움을 받아 절벽 위 바위에 세워진 짜익티요 파고다. 한눈에 보기에도 아슬아슬하다.

절벽 끝 세워진 바위·
마하무니 파고다와 더불어 미얀마 사람들의 또 다른 불교 성지는 짜익티요 산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짜익티요 파고다(Kyaiktiyo Pagoada)’. 천 년 전, 몬주 북부의 왕에 의해 건립된 짜익티요 파고다는 어떠한 자연재해가 와도 아직까지 갈라지거나 무너져 내린 적이 없어 미얀마 사람들은 이곳에 부처님의 영험이 담겨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영험을 뒷받침해 줄 전설을 외국인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천 년 전, 몬주 북부의 왕은 산속을 걷다가 수행하던 스님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이 스님은 자신이 부처님 머리카락 3개를 갖고 있으니 자신의 요구대로 파고다를 세우면 머리카락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스님의 요구조건은 자신의 얼굴모양 바위를 찾아 탑을 세우는 것이었다. 불심이 깊던 왕은 정령의 도움을 받아 바다 아래에서 바위를 발견, 짜익토산 맨 꼭대기에 바위를 옮기고 그 위에 부처님 머리카락을 받아 탑을 건립했다.”

해발 1100m가 넘는 곳에 짜익티요 파고다가 있지만, 부처님 가피를 느끼기 위해 매년 100만 명이 넘는 불자들이 험난한 산을 트럭에 의지해 오른다. 미얀마 사람들은 자신의 탐욕을 버리고 부처님께 공덕을 쌓기 위해 금박을 보시한다. 절벽에 위치한 짜익티요 파고다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아쉽게도 우바이들은 다른 파고다와 마찬가지로 직접 금박을 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스님과 우바새를 통해서 부처님께 금박을 보시할 수 있다. 미얀마에서는 엄격하게 스님 곁에는 여성이 가까이 갈 수 없다. 스님을 가까이서 모시는 건 남성의 몫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문화만을 생각하고 미얀마 큰스님과 사진을 찍기 위해 가까이 갔다가 재가자들에게 꾸지람을 들은 적도 있다. 계율을 엄격하게 지키는 미얀마 불교 전통에서 여성이 직접 금박보시를 할 수 없게 됐다고 추측해본다.

쉐다곤 파고다는 전설에 부처님과 국민이 중심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파고다와 달리 남녀노소 구분 없이 누구나 금박 보시를 할 수 있다.

남녀 구분 없는 열린 파고다
마지막 3대 성지인 쉐다곤 파고다(Shwe dagon Pagoda)’는 미얀마를 대표하는 수식어이자 전 세계 대통령들이 미얀마 양곤을 방문하면 반드시 가는 곳이다. 쉐다곤 파고다의 높이는 100m, 둘레는 426m이며 가장 큰 탑을 중심으로 약 100개가 넘는 불탑과 건축물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수많은 불탑 안에는 다양한 부처님들이 안치되어 있다.

미얀마 사람들이 미얀마의 상징을 언급할 때 쉐다곤 파고다를 빼놓지 않는다. 미얀마 사람들은 보름날 혹은 명절을 비롯하여 생일 등 개인의 기념일이면 쉐다곤 파고다를 방문, 부처님께 예경을 올리고 선업과 공덕을 쌓으며 자신의 소원을 빌기도 한다. 쉐다곤 파고다는 미얀마 사람들의 삶의 한 부분이자 문화의 상징이다. 쉐다곤 파고다는 부처님과 왕혹은 스님과 왕의 인연으로 시작하는 다른 파고다 전설들과는 다르게 부처님과 국민의 만남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부처님은 미얀마 우까라빠(Ukkalapa)에서 인도에 무역을 하러 온 따뿌사(Taphussa)’발리카(Ballika)’라는 형제 상인을 만난다. 그들은 부처님을 만나 법을 들은 후 크게 감명을 받아 공양을 올리고 불자가 되었다. 두 형제는 자신들의 고향인 우까라빠에 부처님처럼 모실 무언가를 청하니 부처님께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주었고, 형제는 고향에 돌아와 부처님 머리카락을 왕에게 바쳤다. 왕에게 머리카락을 바치는 순간 하늘과 땅이 울렸으며, 하늘에서 온갖 진귀한 보물이 떨어졌다. 또한 곡식과 각종 작물들이 풍성하게 열렸다. 믿을 수 없는 일을 겪은 왕은 백성들이 부처님께 예경을 올릴 수 있게 부처님 머리카락을 묻은 후 그 자리에 탑을 세웠다.”

부처님 머리카락이 안치된 쉐다곤 파고다는 여러 왕들의 보시를 통해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마하무니·짜익티요 파고다에서 여성이 금박을 보시할 수 없는 것과 달리 쉐다곤 파고다에 안치된 불상에는 여성도 금박을 보시할 수 있다. 전설의 시작이 부처님과 일반 국민의 만남에서 시작했기에 쉐다곤 파고다만큼은 다른 곳과 달리 남녀노소 구분 없이 금박을 직접 보시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생전 부처님 모습이 담긴 마하무니 파고다, 부처님 머리카락 3개가 안치된 불가사의한 짜익티요 파고다, 두 형제 상인의 불심으로 시작된 쉐다곤 파고다는 미얀마 사람들의 숭고한 불심으로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과거와 현재가 생생하게 전하는 성지로 남게 되었다. 어쩌면 오래된 이야기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그들은 간절한 불심을 통해 전설이 현재에도 살아 숨 쉬게 했다. 미얀마 사람들의 불심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불교 유적과 전설에 생명력을 불어넣지 못하는 스스로를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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