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연구소 시거로우 박사
상반된 두 종교의 접점 분석
“일종의 대체사상으로 각광”

유대인 불교도의 상징. 유대교의 별과 불교의 법륜이 겹쳐진 형상이다. 사진출처=트리사이클

유일신을 숭배하는 유대교와 유일신을 부정하는 불교. 이 두 종교를 조화하는 불교도들이 생겨나 화제다. 지난 131일 미국의 불교전문매체 트리사이클은 전통적으로 유대교를 믿어온 젊은 유대인들이 불교로 개종하면서 생겨난 유대인 불교도들에 대한 연구결과를 집중 조명했다.

대표적인 유대인 불자인 에밀리 시거로우 박사는 지난해 11월 유대계 불자들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미국 유대인 연구소에서 현대 유대인사회를 연구 중인 시거로우 박사는 자신의 논문에서 유대인 불교도(JewBu)’라는 신조어를 사용했다.

논문은 “30대 이하의 젊은 유대인들이 불교도로 개종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밝히면서 젊은 유대인들에게 불교는 현대적인 흐름에 참여하며 과학적 가치와 다원주의, 평등이라는 이상과 양립할 수 있는 종교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트리사이클은 논문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유대인 불교도들의 특징은 유대인의 생활전통과 불교의 교리를 적절히 융합해 생활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유대인 불교도들이 받아들이는 불교는 불교의 원음이 아닌, 유대인들의 입맛에 맞게 개조와 번안된 불교라고 전했다.

이런 관점에서 시거로우 박사는 유대인 불교도들은 완전한 유대교도도, 완전한 불교도라고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시거로우 박사는 유대인 불교도를 유대문화를 유지한 채 불교를 수행하는 부류, 단순히 영적인 풍요를 위해 불교에 의지하는 부류, 유대문화와 불교문화에 구분을 두지 않는 부류의 세 가지로 분류했다.

트리사이클은 박사의 분류를 소개하면서 불교를 수행하는 유대인들은 불교를 위해 유대교를 떠났지만 대부분 유대교로 회귀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또 유대교로 회귀한 이들이 불교의 명상법을 유대교에서 잊힌 영지주의의 부활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실제 시거로우 박사도 자신의 연구에서 정결과 부정함을 중요시하는 유대교 문화에서 불교의 명상을 수행하는 많은 유대인 명상가들은 자신이 하는 명상이 정결한지, 정결하지 않은지에 큰 관심을 두었다고 밝혔다.

시거로우 박사는 자신의 연구에서 유대교와 불교의 중요한 공통점을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주어진 문화 환경에 적응하는 것으로 꼽았다. 불교가 세계종교로 발전하면서 각 나라의 문화에 맞춰진 것처럼, 유대인들 또한 디아스포라를 통해 주변 사회에 적응하면서도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했다. 더욱이 유대인 공동체가 사회적으로는 주류 유럽계 미국인 공동체 사회와 불균형적인 것도 주요한 요인으로 시거로우 박사는 분석했다.

초기불교가 인도사회에서 크샤트리아와 상인 계급에서 크게 유행한 것처럼, 같은 유일신임에도 불균형을 유지하던 유대인과 미국인 공동체 사회 사이에서의 새로운 대체 사상으로 각광 받은 것이다. 또 시거로우 박사는 불교와 유대교가 서로 만난 20세기는 사회 문화적으로 개방적이었다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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