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선혜(善慧)와 연등불(燃燈佛)

불교에는 ‘윤회’가 있다. 그리고 윤회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붓다께서 녹야원에서 처음 설한 법[初轉法輪經]의 주내용이 고집멸도(苦集滅道) 사제법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불교에서는 세속의 삶을 모두 고(苦)로 본다[一切皆苦].

태어나는 것도 ‘고’이다. 따라서 이 고해를 벗어나는 길은 윤회를 그쳐, 다시는 태어나지 않는 것이다.

윤회를 벗어나 붓다가 되려면 수많은 윤회 전생(轉生) 동안 수행을 해야 한다. 석가도 예외가 아니었다. 석가의 전생(前生)을 다룬 것이 자타카(Jataka, 本生)이다.

〈남전대장경(南傳大藏經)〉은 율·경·논장의 순서로 되어있다. 이 중 경장(經藏)은 5부 〈니까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중 하나인 〈쿳다까 니까야(Khuddaka Nik?ya, 小部)〉에 들어있는 ‘붓다왐사(Buddhava?sa, 佛種姓經)’가 붓다의 본생(本生, Jataka)담이다.

본생담의 서론에 해당하는 니다나카타(Nid?na-kath?, 因緣譚)는 ‘먼 인연담’, ‘멀지 않은 인연담’과 ‘가까운 인연담’으로 나누어져 있다.

‘먼 인연담’은 석가모니의 알려진 전생 중 최초인 수메다(Sumedha, 善慧)가 디팡카라(Dpa?kara, 燃燈佛)께 수기(受記)를 받는 장면부터 일생보처(一生補處) 보살로 도솔천에 태어나기까지이다.

‘멀지 않은 인연담’은 도솔천의 세타케투(Setaketu, 護明) 보살이 탁태(托胎)할 장소를 살피는 장면부터 보드가야에서 깨달아 일체지(一切智)를 얻기까지를 말한다.

‘가까운 인연담’은 깨달은 후 일곱 장소[七禪處]에서 7일씩 선정에 들어 해탈의 즐거움을 맛보는 것에서부터 제따와나(Jetavana, 祇園精舍)에 들기까지를 말한다.

선혜보살은 4 아승지 십만 겁(劫) 전에 아마라바티(Amar?vat?, 不死城)에서 부유한 브라만 계급으로 태어났다. 조실부모 후, 생노병사의 괴로움을 직시하고, 조상들이 죽을 때 재산을 한 푼도 가지고 가지 못했음을 알고, 큰 북을 울려 사람들을 모이게 하여 전재산을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분뇨 속 같은 세속에서 썩어질 몸을 버리고, 불사(不死)의 완전한 깨달음의 연못으로 나아가고자 출가수행자가 되었다.

설산 기슭에 경행처(經行處)를 닦고, 나무 밑동에 의지해 머물고, 야생과일로 끼니를 때우며, 행주좌와 간에 정진해, 7일 만에 4선4정(四禪四定)과 5력[信·精進·念·定·慧力], 신통력을 얻었다.

이 때 여래십력[如來十力, 부처만이 갖추고 있는 열 가지 지혜의 능력. 1) 이치에 맞고 안 맞고를 분명히 구별하는 능력. 2) 선악의 행위와 그 과보를 아는 능력. 3) 모든 선정에 능숙함. 4) 중생의 능력이나 소질의 우열을 아는 능력. … 10) 번뇌를 모두 소멸시키는 능력]을 갖춘 연등불이 출현하여 철위산이 진동하였으나, 선혜는 선열(禪悅)에 잠겨 알아채지 못하였다.

연등불이 40만 명의 제자들과 유행하다가, 람마(Rammvat?, 喜樂城)의 수닷사나(Sudassana, 善現精舍)에 머무셨다.

람마성의 주민들이 모여들어 법문을 듣고, 다음날 공양청을 한 후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 연등불이 지나가실 길을 단장하느라 시끌벅적한 것을 하늘을 날던 선혜가 보고 무슨 일인가 물어 자초지종을 듣고, 길 닦는 일을 나누어달라고 청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선혜보살의 신통력을 익히 알아, 물로 패인 힘든 곳을 맡겼다. 선혜는 공덕을 짓고자, 신통력이 아닌 노역으로 일을 하는 중에 미처 웅덩이를 다 메우기 전에 연등불 일행이 그곳으로 오고 계셨다.

이에 선혜보살은 진창에 엎드려 머리를 풀어 자기 몸을 다리 삼아 연등불 일행이 디디고 가도록 하였다.

연등불께서 불안(佛眼)으로 선혜보살이 먼 후일에 성불할 것을 살피시고, 싯달타로 태어나 성불할 것을 수기(受記)하셨다.

“이 견디기 힘든 고행을 하고 있는 행자를 보라. 그는 지금으로부터 4아승지 10만겁이 지난 후 고따마라는 부처가 되리라.”〈쿳다까 니까야 붓다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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