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 빠진 조선 유학자의 특별한 꿈 이야기

김대현 지음/역자 박성덕/북트리 펴냄/1만 2천원

 

이 책은 조선 유학자 김대현이 <능엄경>을 읽고서 쓰게 된 ‘술몽쇄언’이라는 글의 해석본이다. 꿈의 성질과 사바세계의 속성이 동일함을 예리하게 짚어낸 술몽쇄언에 대해 알아보자.

불교에 빠진 조선 시대 유학자

저자인 김대현은 조선시대 뛰어난 유학자였으나 <능엄경>을 읽고 그의 사상에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을 불교에서 찾은 것이다. 저자는 잠을 자면서 꾸는 꿈과 전혀 다르지 않은 것이 바로 인간의 현실 세계임을 꿈을 비유로 들면서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그는 이러한 꿈 이야기를 당시 사람들에게 전하였는데 모두들 믿을 수 없다는 듯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저자는 서문에서 말한다. 단순한 꿈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진리에 다름 아닌 그의 꿈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허무맹랑한 말로 취급되었다.

사바세계에 희미하게 비춰지는 등불

술몽쇄언서 저자의 꿈의 논리에 의해 조선 시대 사람이 좋아했던 몽점(夢占)은 물론, 꿈 해몽과 최면술 등 꿈과 관련된 현대인의 헛된 관념들까지도 모두 부정된다. 이처럼 인간의 꿈에 대한, 더 나아가 꿈과 동일한 현실 세계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들이 결코 바르지 못하다고 저자는 비판하고, 불교의 입장에서 수면 속 꿈과 인간의 삶에 대해 믿기지 않을 진실을 스스럼없이 밝히면서 불교 공부와 수행을 촉구한다. 그리하여 꿈과 같고, 물거품 같으며, 신기루 같은 우리의 삶으로부터 허망함이 소멸된 진실한 경지인 ‘피안(彼岸)의 언덕’으로 가야 한다고 술몽쇄언은 강조한다. 문명이 첨단을 달리고 인간복제, 가상현실과 같은 장애마저 더해져 더욱더 어두워져 가는 첩첩 산중에서 술몽쇄언은 희미하게나마 비춰지는 등불과 같은 가치가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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