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대유행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낮은 치사율에도 높은 전염성으로 우리 사회는 전염병에 대한 공포에 빠져들고 있다. 어느 누구도 죽음과 병마의 고통에서 벗어날 순 없지만 부처님 일화에서는 이러한 고통 극복의 해결책이 제시된다.

부처님은 재세시 함께 하는 공동체의 협심이야말로 전염병을 막을 수 있는 지름길임을 강조했다. 인도에서 주술적 힘에 기대어 무지에 빠져 오히려 병을 확산시키는 것을 막고자했다. 증일아함경역품에는 부처님이 전염병을 창궐한 베살리를 방문해 직접 방역을 하신 일화가 전해진다.

부처님이 마가다국의 수도 라자가하(왕사성)의 죽림정사에 머물고 있을 때였다. 당시 흉년에 전염병이 돌던 베살리는 하루에도 죽는 이가 수백명을 넘었다. 이 베살리에서 한 사람이 찾아와 베살리를 구해달라는 청원을 한다. 부처님은 위험하다는 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500명의 제자와 함께 베살리로 향했다. 부처님이 감염을 무릎쓰고 찾은 베살리에서 가장 먼저 행한 일이 제자들과 발우에 물을 받아 물청소를 한 것이다. 이후 부처님은 게송을 지어 삼보에 귀의하여 마음의 안정을 이끌었다. 남방불교에서는 이후 이러한 내용이 피릿(pirit=paritta)’이라는 일종의 소재(消災)의식으로 전승되고 있다.

부처님이 행한 것은 단순한 방역이 아니다. 이기주의를 버리고 공동체를 정화하는데 모범을 보이신 것이다. 전염병이 돌 때는 어려운 소외계층이 더욱 피해를 본다고 한다. 전염병을 옮길 수 있는 이들에 대한 혐오가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부처님 가르침인 자비와 공동체를 위한 마음으로 함께 힘을 모아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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