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고재 소장품 21.2세기’ 展
학고재갤러리 1월 22일~4월 5일
백남준을 화두로 ‘TV 부처’ 등
영상, 회화, 조각 등 26점 전시

학고재갤러리는 1월 22일부터 4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신관에서 ‘학고재 소장품 21.2세기’ 展을 개최한다.

‘미래는 지금이다’는 문장에서 시작된 이번 전시는 학고재갤러리가 21.2세기에서 바라보는 미술의 ‘미래와 지금’으로, 어제에 살며 오늘의 시간을 끌어다 썼던 백남준을 화두로 정성화, 김현식, 정현, 안토니 곰리 등 국내외 작가의 작품 26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백남준의 ‘TV 부처’ 등 회화, 조각, 영상, 드로잉, 콜라주, 판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다.

백남준의 ‘로봇(라디오 맨, 요셉 보이스, 1987)’이 전시의 시작을 연다. 백남준의 오랜 벗 요셉 보이스(1921~1986)가 세상을 떠난 이듬해 제작된 작품이다. 보이스가 즐겨 쓰던 펠트 모자가 상징적이다. 로봇의 상단 모니터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 하단 모니터는 ‘바이 바이 키플링(1865~1936, 인도)’을 재생한다. 백남준이 ‘우주 오페라 3부작’이라고 불렀던 연작 중 두 점이다. 조지 오웰이 예견한 디스토피아에 천진한 안녕을 고하고, 동양과 서양은 회합할 수 없다던 러디어드 키플링에게 위성 연결한 세계로 회답하고 세기말의 로봇이 오늘을 응시한다.

단색화의 거장 정성화는 반복의 미학을 담고 있는 ‘무제 A’에서 철저한 계산과 수행적 행위로 가득 찬 듯 비어 있는 한국의 여백을 구현한다. 반복의 미학은 동시대 작가 김현식으로 이어진다.

안토니 곰리의 ‘커패시터, 2008’은 2001년부터 제작한 동명의 조각에 대한 드로잉이다. 원작은 스스로의 몸을 본뜬 틀에 수천 개의 금속막대를 이어 붙인 조각이다. 안토니 곰리는 신체를 주물로 뜨는 과정을 정신수련에 비유한다. 수없이 뻗은 막대의 반경은 신체와 자아의 확장을 암시한다.

전시의 시작이었던 백남준이 전시를 마무리한다. 백남준의 ‘TV 부처’가 전시를 마무리한다. 백남준의 자화상 같은 작품이다. 백남준은 1974년 독일 쾰른 시립미술관에서 직접 법의를 입고 TV 앞에 앉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불상이 모니터와 폐쇄회로 카메라를 마주본다. 실시간으로 녹화한 영상이 모니터에 송출된다. ‘플라톤의 동굴’ 비유에서 착안한 작품이다. 깨달음의 상징인 부처가 모니터 속 자신의 환영을 응시한다. 가까이 다가서면 우리의 모습도 화면에 함께 떠오른다. 미디어 매체가 범람하는 문명시대, 진실에 대한 성찰을 고무하는 작품이다. 21세기의 두 번째 장을 넘기는 오늘에서 26점의 예술작품은 내일을 향해가는 인류에게, 낯선 날들을 향해 가는 인류에게 말한다. “미래는 분명 지금이다”고. (02)39-4937.

백남준 作, TV 부처, 1974-1989, 청동 조각, TV 모니터, 폐쇄 회로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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