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참사람(無位眞人)

임제가 법당에 올라가 말했다.

“벌거벗은 몸뚱어리 위에 틀이 없는 참사람이 있다. 항상 여러분들의 얼굴로 출입하고 있다. 보지 못한 사람은 똑똑히 보아라.”

그때 어떤 스님이 나와서 물었다.

“어떤 것이 틀 없는 참사람이오?”

임제가 선상에서 내려와 물은 사람의 멱살을 잡고 말했다.

“말해봐. 말해봐.”

스님이 머뭇거리자 임제가 멱살을 놓고 밀치며 말했다.

“틀 없는 참사람이 무슨 똥막대기인가?”

그러고는 바로 방장으로 돌아갔다.

틀 없는 사람(無位眞人)은 〈임제록〉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적인 말이다. 무위(無位)란 지위, 혹은 차별이 없다는 말인데 무어라 규정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남녀노소, 상하귀천, 범성미오 등 사람의 신분을 무엇이다, 어떻다 말할 수 없다는 말로 궁극적인 깨달음의 경지 그 자체를 의인화 한 말이라 할 수 있다. 보통 차별 없는 사람, 지위 없는 사람이라 번역하기도 했으나 ‘틀 없는 사람’이라 번역해 보았다. 폼(form)이 없다는 뜻이다.

신체적인 모양이나 정신적인 어떤 상태를 틀이라 표현하는 수가 있는데 그런 상태를 꼭 집어 말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것을 진짜 사람이라 하여 진인(眞人)이라 하였다. 곧 ‘참사람’이란 말이다. 원래 진인(眞人)이란 말은 장자(莊子)가 쓴 말로 장자의 ‘대종사(大宗師)’ 편에 나온다. 불교에서는 부처나 아라한을 의역할 때 써 오기도 했다.

설법을 하러 법좌에 올라가자 어떤 스님이 나와 절을 했다.

임제가 할(喝)을 했다.

스님이 말했다.

“노스님은 탐색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임제가 말했다.

“자네가 말해봐라. 어디에 떨어져 있는가?”

스님도 바로 할을 했다.

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임제가 바로 할을 했더니 스님이 절을 했다.

임제가 말했다.

“자네가 말해봐라. 이 할이 좋은 할인가 좋지 않은 할인가?”

스님이 말했다.

“초적(草賊)이 크게 패했습니다.”

임제가 말했다.

“허물이 어디에 있었는가?”

스님이 말했다

“다시 범하면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임제가 할을 했다.

임제의 법문은 주로 할(喝)이다. 질문을 받으면 곧잘 할을 한다. ‘불법의 대의가 무엇이냐?’고 묻자 할로써 응수한다. 그랬더니 물은 스님이 절을 한다. 버럭 고함을 한 번 질렀더니 절을 한 것이다. 그러자 또 임제가 마치 네가 내 할의 뜻을 알고 하느냐 모르고 하느냐 묻듯이 이 할이 좋은 할인가 좋지 않은 할인가 하고 묻는다. 물은 스님도 만만찮다. 초적(草賊)이 대패를 했다 한다. 초적이란 좀도둑이다. 법을 훔치려던 도둑이란 말인가? 그런데 임제를 도둑이라 한 건지 물은 자신을 도둑이라 한 건지 알 수가 없다. 뭣 때문에 도둑이라 하는가? 누가 도둑인가? 허물이 어디 있냐고 하니 다시 허물을 찾는다면 그냥 두지 않겠습니다. 일종의 협박성 발언이다. 그 협박성 발언에도 또 할을 한다.

어느 날 양당의 수좌들이 서로 만나 한꺼번에 할을 했다.

어느 스님이 임제에게 물었다.

“주인과 손님이 있습니까?”

임제가 말했다.

“주인과 손님이 분명히 있지.”

임제가 말했다.

“대중들, 임제의 ‘주인과 손님’을 알고 싶은가? 양당에 있는 두 수좌에게 물어들 보게.”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왔다.

두 채의 건물로 나눠진 선방에서 정진하던 수좌들이 만나 동시에 할을 하였다. 이 할을 두고 어느 스님이 주인과 손님이 있느냐고 임제에게 묻는다. 빈주(賓主)란 임제선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사빈주(四賓主)가 있다. 종지를 드러내는 방편적인 수단이 네 가지가 있다는 말이다.

원래 학인을 지도하는 위치에 있는 종사를 주인이라 하고 가르침을 받는 제자를 손님이라 하였는데 나중에 선기(禪機)가 익어지면 빈주교참(賓主交參) 혹은 빈주호환(賓主互換)이라 하여 서로의 자리를 자유롭게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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