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대형 법회·행사 자제” 한목소리

메르스 당시 불교계 빠른 대응
대형법회 등 취소해 확산 방지

현재는 추이 보며 대응책 고민
“비말 전파로 2차 감염 가능성
中여행자 참석 자제 권고해야”

1월 31일 서울 조계사에 비치된 손 소독제로 불자들이 손을 닦고 있다. 사진=박재완 기자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공중보건비상사태(PHEIC) 선포 이후에도 1월 31일 현재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적인 확산은 계속되고 있다. 중국 외 8개 지역에서 사람간 전염사례가 발생하고 확진자 발생 국가가 중국을 제외하고도 22개국에 달하는 확산세에 국제사회가 방역에 총력을 펼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도 1월 31일 현재 2차 감염자를 포함한 11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메르스 당시 불교계 대응은
일명 ‘우한 폐렴’ 대유행이 예고되면서 불교계에서는 과거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와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 대응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03년 사스(SARS) 당시 불교계의 대응은 대응이랄 것이 없었다. 당시에는 참여정부 출범 초기로 방역이 국가 차원에서 이뤄졌고, 중국과 홍콩에서 600여 명의 사망자가 나오는 동안 한국에서는 확진자가 1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불교계에서는 정부 요청 하에 당시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가 개최할 예정이었던 ‘2003민족화합금강산 성지순례’를 취소하는 정도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불교계의 전염병에 대한 대응은 정부 차원의 방역망이 붕괴된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부터 본격화됐다.

2015년 5월 발생한 메르스 사태의 여파는 6월부터 불교계에 영향을 미쳤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5월부터 조계사와 봉은사 등 주요사찰 법회 참가자는 대폭 감소했다. 서울 한 사찰의 경우 일요법회 참여자가 800명에서 600명으로 약 20%가량 감소했으며, 5월 초하루법회는 40%가량이 감소했다.

불교계는 이후 법회와 행사를 취소하며 확산 방지에 나섰다. 조계종 중앙신도회가 6월 6일 개최예정이었던 재가불자 대중공사를 연기했고, 6월 8일 예정이었던 한일불교문화교류협의회를 시작으로 공공기관 합동수계법회, 템플스테이, 어린이청소년캠프 등도 줄지어 취소됐다. 사찰마다 메르스 극복기원 플래카드를 걸고 사보와 문자 등을 통해 신도들의 자발적인 예방을 독려하기도 했다.

확산 빠른 ‘우한 폐렴’ 대책을
4년 뒤 이어진 우한 폐렴 사태에서 불교계는 대응 마련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대중 이동이 많은 조계사의 경우 1월 30일 소독제를 비치하고 예방수칙을 쓴 플래카드를 사찰에 걸었고, 다른 사찰들도 사찰 곳곳에 손소독제 비치와 예방 수칙 안내문을 내걸고 있는 상황이다.

금정총림 범어사 등에서는 정월대보름을 맞아 열리는 방생법회나 오래 전 계획됐던 성지순례 등을 취소·연기하고 있지만, 그 수가 이전 메르스 사태와 같이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사찰들에서는 우한 폐렴의 확산 추이를 보고 법회와 행사 진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의 감염 전파 속도가 빠르고, 확산 장기화가 예상되는 만큼 일선 사찰에서 대책을 강구할 것을 충고했다. 특히, 사찰을 찾는 주연령층이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인 만큼 되도록 대형 행사는 당분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류재환 전국병원불자연합회장은 “짧게는 3월에서 길게는 4월까지도 우한 폐렴의 여파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며 “이런 상황에서는 불교계가 대중이 많이 모이는 행사를 되도록 자제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임 동국대 일산불교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차 감염자가 발생했고 감염이 사람 간 비말(飛沫)로 전파되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는 감염 위험성이 매우 높다. 실제 일반 사회에서는 대형 행사를 취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찰과 불교 단체의 행사 취소가 어렵다면 14일 이내에 중국 여행 이력이 있는 신도들에게 법회와 행사 참석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는 공지를 하고, 조금이라도 건강에 이상 있는 신도들도 요양할 것을 권고하길 바란다”면서 “사찰에서 알코올 70%이상의 손세정제를 구비하고 마스크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지천 동국대 일산한방병원 한방내과 교수는 사찰 공동체 전반의 위생과 방역 수준을 높일 것을 당부했다.

정지천 교수는 “2차 감염 발생 이후 무증상 전파 발생 가능성 등 위험성이 있다. 과도한 공포와 혐오는 병의 퇴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신도 개개인의 위생도 중요하지만 사찰공동체 전반의 위생과 방역 수준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정보력이 약한 주변의 고령의 불자들에게 예방과 함께 정확한 정보를 전하고 함께 이겨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Q.감염 확산 방지 위한 사찰 조치는
A.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대형 행사는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행사 취소가 어렵다면 14일 이내에 중국 여행 이력이 있는 신도들에게 법회와 행사 참석을 자제할 것을 당부해야 한다. 사찰에 손세정제를 비치하고 신도들에게 마스크를 제공하는 것도 공동체의 위생 상태를 높이는 방법이다.

Q.신도 제공 마스크는 어떤 것이 좋나
식약처가 인증한 KF80 이상의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마스크를 올바르게 착용해야 하는데, 최대한 코와 입, 턱이 가려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같은 마스크는 1회용으로 8~10시간을 착용했다면 폐기해야 한다. 일반 방한 마스크는 쉽게 오염될 수 있어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Q.신도 개인을 위한 예방 수칙은
사찰에 비치된 손세정제가 있다면 이를 사용해도 된다. 손세정제는 알코올 70% 함량이 좋다. 손을 자주 씻는 것이 감염 예방에 가장 도움된다. 법당이나 대중이 많이 모인 곳에서 기침이 나온다면 손이 아닌 옷소매에 하는 ‘기침 에티켓’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마스크 착용도 사찰에서 권고하면 좋다.
<도움말. 최승임 동국대 일산불교병원 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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