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전염’ 사태, 불교계 영향은

WHO ‘국제적 비상사태’ 선포
韓 11번째 확진… 2차 감염도

정월대보름 앞두고 대응 ‘분주’
사찰, 손소독제 구비 예방 조치
종립학교들 입학·졸업식 조정
中 순례 취소…여행업계 타격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의 여파는 사찰에도 미쳤다. 1월 31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신도들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 사진=박재완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武漢) 폐렴’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1월 31일 기준 국내에서도 11번째 확진자와 2·3차 감염자가 발생하는 등 감염이 확산되는 가운데 불교계도 우한 폐렴 대응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는 1월 30일 조계종 등 불교계 종단과 종교단체에 ‘우한 폐렴’에 대한 방역 협조 공문을 보냈다. 이에 조계종 총무원은 “사찰에서 법회 및 행사 시 마스크 착용, 손 세정제 준비 등의 적극적인 예방 조치와 대중 스님들의 위생관리에도 만전을 기해달라”고 전국 종단 소속 사찰 주지 스님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로 공지했다.

이에 맞춰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1월 30일 산하 복지관들에게 감염 예방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으며, 템플스테이 업무를 총괄하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도 130여 곳 사찰에 우한 폐렴 예방 협조안내문을 국문·중문·영문으로 만들어 배포했다.

정월방생법회 취소·연기 논의
우한 폐렴 확산은 정월대보름을 맞아 열리는 불교계의 방생법회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금정총림 범어사는 2월 10일로 예정했던 정월방생법회를 취소했다. 진안 쌍봉사는 2월 1일 계획된 성지순례를 잠정 연기했으며, 더 확산되면 4월까지 연기할 예정이다. 부안 내소사는 2월 7일 봉행되는 당산제를 대폭 축소해 사중 스님을 중심으로 간소하게 진행한다.

신도들에게 감염 예방을 당부하는 사찰들도 늘고 있다. 조계종 제2교구 본사 용주사는 2월 9일 봉행하는 정월방생법회를 예정대로 진행한다. 이에 앞서 감염 예방을 위해 참여 신도들에게 예방 수칙 엄수와 마스크 사용을 당부하는 휴대전화 문자를 보냈다. 대웅전과 종무소에는 손소독제도 구비·비치했다.

조계사·봉은사 등 대형 도심사찰들도 추이를 살피며 정월방생법회 봉행 여부 등을 논의 중이며, 1차적으로 사찰 곳곳에 예방 안내판 설치와 손소독제 비치를 완료했다.

불교 관련 단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불교환경연대는 2월 15일로 예정된 재두루미 먹이주기 방생법회 봉행 여부를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파라미타, 동련 등 어린이청소년 단체들은 3월에 행사가 예정돼 직접적 영향은 아직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3월 지도자 연수 및 행사 일정 전면 연기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2월 중 신입생 모집에 들어가는 어린이·청소년·대학생 포교단체들도 우한 폐렴 확산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불교계 기관·관광업계도 ‘촉각’
불교종립학교들의 학사일정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동국대다. 동국대 어학당은 설 연휴부터 2월 3일까지 휴강에 들어갔으며, 연장도 논의 중이다. 또한 본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졸업식, 입학식 취소 등의 일정 조정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1월 31일 현재)

범어사 종립학교 금정중학교는 1월 31일 열린 졸업식을 각 교실에서 축소해 진행했으며, 불교종립학교 학생임원 수련회도 내원정사서 2월 8~10일 개최 예정이었으나 취소했다.

불교 해외성지 순례는 타격을 입었다. 불교 여행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 성지순례에 대한 취소가 대부분 이뤄지고 있으며, 태국과 인도 등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경과 중국 오대산, 보타산 등의 성지순례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대승투어 관계자는 “2월에는 통상 300명 가량이 성지순례에 참여했다. 우한 지역으로 들어가는 상품은 없음에도 중국 관련 상품은 현재 90%가량이 취소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마하연여행사도 이러한 중국을 비롯한 해외성지순례 취소가 국내 성지순례 취소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여행사 측은 “대중이 모이는 곳을 기피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털어놨다.

이상원 실크로드여행사 사장도 “사실상 중국여행은 100% 취소라고 보면 된다. 4~5월 떠나는 여행도 항공사 취소 수수료가 3월까지지만 취소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아무쪼록 폐렴 사태가 진정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전했다.

현재 중국불교계 영향은
중국 현지에서는 검역이 강화되며 신도들의 이동이 제한되고 있다. 본지의 이호 광저우 통신원에 따르면 “사찰 폐쇄뿐만 아니라 아파트 등 집단주거지는 검역과 함께 입출입시 발열체크를 하기 때문에 사찰 행사에 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우한 대표사찰인 귀원사(歸元寺)를 비롯해 호북성에 위치한 오조사(五祖寺)도 폐쇄됐으며 사찰의 대외행사는 전면 취소됐다. 사찰에서는 스님들이 신도들에게 전화를 통해 건강관리를 당부하고 사찰보다 집에서 다른 이들의 평안을 위해 기도하라고 당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대만에서도 법회나 각종 활동이 취소되고 있다. 대만 불광산사는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지만 스님들이 사찰에서 자체적으로 마스크를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기도사찰인 용산사의 경우에는 사찰을 찾은 신도들이 마스크를 끼고 기도하는 모습이 소개되기도 했다.

중국 웨이보 등 인터넷에는 향 피우고 기도하는 건 사이비 행위, 마스크 착용해 부처님 보살핌 받자는 포스터가 등장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