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케네스 벨 목사 가족
‘불아사’에 목조불상 반환

불아사 불상반환식에서 예를 올리는 대중. 사진출처=부디스트도어

“1919HCP 벨에게 갔다가 2019년 그의 손자 케네스 벨에 의해 다시 돌아왔다.”

정확히 100년 만에 스리랑카의 국보 1불아사’(Sri Dalada Maligwa, ‘부처님 치아 사리를 보관한 사찰을 뜻함)로 다시 돌아온 목조 불상의 비문에 새겨진 문구다. BBC 등 외신은 얼마 전 목조 불상을 반환하기 위해 영국에서 스리랑카로 건너온 케네스 벨(Rev. Kenneth Bell) 목사 가족의 이야기를 전했다.

케네스 벨 목사는 스리랑카 칸디(Kandy) 지역에 위치한 불아사에 불상을 반환하기 위해 그의 딸 피오나와 함께 동행했다. 높이 14크기의 목조 불상은 1919년 그의 조부인 해리 찰스 퍼비스 벨(Harry Charles Purvis Bell, 1851~1937)이 불아사의 한 스님으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다. 영국의 고고학자이자 탐험가였던 HCP 벨은 1890~1912년 스리랑카(당시 실론, Ceylon)에서 최초의 고고학 위원으로 일하며 고고학의 아버지로서 추앙받았다.

벨 가문은 1937HCP 벨이 스리랑카에서 타계한 후 해당 목조 불상을 영국으로 가져왔고, 지금까지 100년간 가보(家寶)로 보관해 왔다. 불상의 가사와 불두의 장식은 칸디안(Kandyan) 왕조 시대(15~19세기)에 제작됐음을 추정케 한다.

케네스 벨 목사의 딸 피오나는 고조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당시 그 작은 불상이 우리 가족 품에 왔다고 들었다. 나의 할머니는 약혼 증표로 불상을 받았다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벨 가문은 최근 목조 불상을 원래 자리로 돌려보내야 할 때가 됐다고 결정했다. 이 같은 뜻을 불아사에 전달한 후 벨 가족 일원은 반환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 햄프셔에 위치한 자택을 떠나 스리랑카로의 여정을 시작했다.

올해로 90세가 된 케네스 벨 목사는 선데이타임즈(The Sunday Times)앞으로는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없을지 모른다고 느꼈다면서 더 늦기 전에 어린 부처님을 집에 돌려보내야 될 때가 됐다고 믿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벨 목사는 이것은 부처와 예수라는 두 분의 위인에 의해 전파된 불교와 기독교 간 평화와 통일의 행위라고도 덧붙였다.

케네스 벨 목사는 반환 기념식에 앞서서도 참석자들을 향해 나는 이것이 그동안 내가 해왔던 어떤 일보다 가장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작은 목조 불상은 이 법당으로 돌아와 다시 역사적 영예를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의 딸 피오나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인 행사라며 우리가 가져간 것을 돌려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 우리(영국)가 수년 전 세계 각지를 식민 지배하던 사실을 모두가 알 것이라고 했다.

한편 스리랑카는 16세기와 17세기에 각각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다. 이후 1796년 프랑스 혁명의 영향으로 네덜란드가 프랑스에게 점령당해 네덜란드 왕실이 영국으로 망명하면서, 영국에게 실론섬 등 일부 지역을 넘겼다. 이에 1815년부터 영국이 스리랑카 전역을 식민지배했다. 1948년 영국으로부터 자치령을 받아 실질적으로 독립을 이뤘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