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임제록의 명장면 쌍용쟁옥(雙龍爭玉)

부주(府主) 왕상시(王常侍)가 여러 관료들과 더불어 스님께 법좌에 오르시기를 청했다. 스님께서 법좌에 올라가서 말했다.

“산승이 오늘 상시가 굳이 청하니 어찌 강종(綱宗)을 숨기겠는가? 자, 전쟁에 나갈만한 장수가 곧바로 진을 치고 깃발을 꽂을 자가 있는가? 대중 앞에 증거를 보이시오.”

어느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임제가 할(喝)을 했다.

스님이 절을 했다.

임제가 말하기를

“이 스님은 말을 나눌만 하구나.”

누가 물었다.

“스님은 누구의 노래를 부르며, 종풍은 누구에게서 받았습니까?”

임제가 말했다.

“내가 황벽의 처소에서 세 번 질문을 했다가 세 번 두들겨 맞았느니라.”

물은 스님이 무어라고 말을 하려 하자 임제가 할을 하고 때리면서 말했다.

“허공에 못질을 할 수 없느니라.”

어떤 좌주가 물었다.

“삼승십이분교(三乘十二分敎)가 어찌 불성(佛性)을 밝힌 것이 아닙니까?”

임제가 말했다.

“몹쓸 풀은 호미질 할 필요가 없어.”

좌주가 말했다.

“부처님이 어찌 사람을 속이겠습니까?”

임제가 말했다.

“부처가 어디 있나?”

좌주가 말을 못하자 임제가 말했다.

“왕상시가 있는 데서 늙은이를 망신주려고 그러는가?”

다시 말했다.

“어서 물러가. 속히 물러가라. 다른 사람 질문하는데 방해되겠어.”

다시 말했다.

“오늘 이 자리는 일대사(一大事)를 위한 자리인데 다시 물어볼 사람 없는가? 빨리 물으시오. 하지만 여러분이 입을 열어봐야 일대사 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소. 왜 그런가? 보지 못했는가? 석가세존이 말씀하셨어. 법은 문자를 떠나 있고 인(因)에 속하지도 않고 연(緣)에 있지도 않다고 했어. 여러분들이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렇게 오늘 갈등을 하고 있는 것이오. 상시와 관원들이 자기네 불성을 잊고 방황할까 두렵소이다. 그만하고 물러나겠소. 할을 한 번 하고 신근(信根) 모자라는 사람들은 끝까지 해 봐야 소용없소이다. 오래 서 있느라 수고하셨소.”

임제가 하루는 하부(河府)에 갔더니 왕상시가 법을 청했다.

그때 마곡(麻谷)이 나와 물었다.

“대비의 천개의 손과 눈에 어느 것이 바른 눈인가?”

임제가 말했다.

“대비의 천 개의 손과 눈에 어느 것이 바른 눈인가? 빨리 말해라. 빨리 말해라.”

마곡이 임제를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마곡이 앉았다.

임제가 앞으로 가까이 가 말했다.

“안녕하세요?”

마곡이 머뭇거리자 임제가 또 마곡을 자리에서 끌어 내리고 그 자리에 앉았다.

마곡이 밖으로 나가버렸다. 임제도 자리에서 내려왔다.

〈임제록〉의 이 대목을 가장 멋진 장면이라고 한다. 임제와 마곡이 나눈 대화를 두 마리 용이 여의주(如意珠)를 다투었다고 일본의 야마다 무몬(山田無文)이 말했다. 쌍용쟁옥(雙龍爭玉)이라 했는데, 임제를 알아야 알 수 있는 말이요, 임제를 모르면 알 수 없다고 했다.

이 장면의 숨은 뜻이 무엇일까? 모름지기 선의 참뜻은 말이나 행동 뒤에 숨어 있다. 결코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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