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월 19일 판결…파송주체 관계에 비중둬

군종 독신 예외조항을 삭제한 조계종 종헌 개정 이후 혼인한 군종장교에 대한 군종장교 전역 처분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1월 19일 공군 군종장교(군법사) 출신 박 모씨가 국방부를 상대로 제기한 전역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박 씨는 1999년 출가해 조계종 승적을 취득한 뒤 2005년 6월 공군 군종장교로 임관했다. 조계종은 2009년 3월 군종장교의 독신 예외조항을 삭제하는 종헌을 개정했다. 박 모씨는 2011년 6월 결혼했으며 이를 파악한 조계종은 2015년 4월 종단 헌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승적을 박탈했다.

이에 공군본부 현역복무부적합 조사위원회는 2017년 7월 박 씨의 전역조치를 의결했으며 국방부도 인사법에 따라 현역복무부적합 처분을 했다.

박 씨는 전역 처분이 부당하다고 소송을 내며 “2007년 12월부터 사실혼 관계를 형성했고, 조계종 규정이 개정된 2009년 3월에는 해외 연수 중이라 개정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그러나 박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군종장교는 영적 지도자로서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소속 교단의 종헌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심 재판부는 “4년간 혼인 사실을 숨기다가 조계종 승적이 박탈됨으로써 장교의 품위를 실추시켰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또한 1ㆍ2심의 판단이 맞다고 봤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2009년 3월 이후 독신으로 규정된 군종장교(군법사)의 자격에 대한 2가지 쟁점이 명확하게 정의된 것으로 풀이된다.

[쟁점1] 불교 군종장교 파송 주체 ‘조계종’

첫 번째는 군종장교 파송의 주체를 조계종으로 본 것이다. 불교계의 군종장교 파송은 조계종의 군불교 역사와 맥을 갖이 한다.

조계종 군종특별교구가 편찬한 <불교군종사>에 따르면 군내의 불교 포교는 1951년 종군포교사들의 모임인 불교종군포교사회 창립으로 시작됐다. 이후 1951년 육군본부 내 군승과가 설치됐지만 군목과로 변경, 기독교계의 참여에 비해 불교계는 군종장교 제도에 참여하지 못했다.

조계종 스님들을 비롯한 불교계의 끊임없는 노력과 1960년대 일어난 베트남 전쟁의 파병과 함께 1968년 첫 군종장교가 탄생한다. 전문적인 지식과 군생활의 원할함을 위해 국방부는 조계종에 추천을 의뢰했으며, 조계종은 ‘군승후보교육원’을 수료한 동국대 불교대학 출신 권기종, 김봉식, 이지행, 권오현, 장만수 등을 추천, 국방부는 1기 불교군종장교 최종 합격자로 선발했다. 이후 초기 불교군종장교들은 재가자와 스님 신분이 섞여있었지만 정규교과 불교대학 졸업자 등의 조건으로 당시 교육상황이 미미했던 불교계에서 군종장교로 진출하는 이들은 재가자들의 수가 많았으며 이 결과 이들은 승려와 재가불자의 사이인 ‘군법사’로 통칭됐다.

이런 가운데 1972년 ‘군법사단’이 출범했으며 군불교 발전을 이끈다. 이후 4년제 졸업자 등의 조건 완화로 스님들의 군불교 진출이 늘어나며 1980년대 군승단으로 명칭을 변경해 ‘군승’으로서의 정체성을 제고시키기 시작했다.

이후 불교군종장교는 '군법사'보다 '군승'으로서의 정체성을 높여갔다. 군법사 부족과 군법당 관리 등의 문제에 따라 군승단의 교구화 필요성까지 제기 됐으며, 2005년 조계종 군종특별교구가 탄생했다.

국방부의 군종제도 운영은 군포교와 별개로 군종장교 파송 도입과 함께 조계종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자리 잡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인권위가 군종장교 선발시 특정종단만을 대상으로 하는 관행을 개선하라는 권고를 2018년 보냈지만 현실적으로 조계종이 불교 군종장교 파송의 주체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쟁점2] 종적 떠나 ‘신의 유지’ 관건

이번 판결에서는 종헌이 바뀐 뒤인 2011년 박 씨가 결혼을 하였고, 4년간 이를 밝히지 않았지만 2015년 조사를 통해 결혼사실이 드러난 점이 크게 작용했다. 2007년부터 사실혼이며 조계종헌 개정당시인 2009년 3월 해외연수로 인한 개정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박 씨가 주장한 부분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즉, 군종장교로서 파송주체와 파송 당사자 간의 신의관계 자체가 무너진 것으로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박 씨는 조계종 승적 제적처분을 받고 이후 이를 무효로 해달라고 소송을 했지만 2017년 승적 제적이 확정됐다. 승적 제적과 함께 박 씨는 태고종으로 승적을 옮겼지만, 공군본부 역시 현역 복무 부적합 조사위를 열고 전역 조치를 내렸다. 이후 박 씨는 “조계종과 관련 행사 외 군종장교로서 역할 수행에 문제가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조계종이 군종분야 병적편입 대상 종교로 선정돼 있는 상태서 국방부가 A씨를 군종장교로서 복무 부적합자로 판단한 것은 군의 특수성에 비춰볼 때 명백한 법규 위반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 현재 군사찰은 조계종 사찰로 법회 및 의식이 조계종 의식으로 통일되어 있으므로, 태고종 종파 변경한 박 씨는 군사찰 주지로 임명될 수 없고 종교행사를 주관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한 관계자는 “태고종, 천태종 등 조계종 이외의 종단의 군종장교 파송주체 확대 문제와 별개로 볼 수 있다. 혼인사실을 숨기고 군승신분 유지를 위해 종단을 바꾸는 것 자체가 군종장교의 품위 및 파송주체와의 신의 등 복무에 적합한 지 살핀 것”이라며 “파송 당사자가 파송주체의 규율을 따르지 않아 자격을 잃었는데, 신분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면 장교 자격만을 얻기 위한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쟁점3] 군과 종교 특수성 인정사례 확대

한편, 이날 대법원 특별 2부 또한 위와 비슷한 사례로 해군 군종장교 김 모씨가 국방부를 상대로 낸 ‘현역 복무 부적합 전역 처분 취소 청구’에 대한 상고심에서 1심과 2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뒤짚고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했다.

김 모씨의 경우 1998년 조계종 승적 취득 후 2005년 해군 군종장교로 임관했으며 2014년 결혼했다. 김 씨의 경우 위의 박 씨와 달리 조계종 종헌 개정 전인 2008년부터의 사실혼 관계를 인정받은 상태다. 이후 김 씨는 조계종 승적이 박탈되자 태고종 종적을 취득했다.

법원은 1,2심에서 2008년 사실혼 관계여서 2009년 종헌을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봤으며 군에서 태고종 관련 행사가 허용되지 않더라도 다른 활동으로 군종장교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음을 들어 김 씨의 손을 든 바 있지만 다시 판단하라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유사한 다른 판결에서 ‘군 당국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 나온 만큼 김 씨의 파기환송심의 결과에도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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