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조절 묘약, ‘思惟’
분노 조절 묘약, ‘思惟’
  • 최훈동/ 한별정신건강병원장
  • 승인 2020.01.1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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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의 첫걸음

 

2-1 마음을 잘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탁월한 방법인 명상에 대해 걸음마를 떼겠습니다.

소파나 의자에 편안하게 앉고 눈을 감습니다. 무엇이 보이나요? 호흡이 느껴진다구요? 그렇군요.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앉아 있는데 유일하게 움직이는 건 호흡이군요. 호흡에 집중하여 들숨과 날숨을 느껴보세요.(1분)

잡념·졸림이 명상 방해해
자기 心身 보면 장애 소멸
긍정 마음상태가 명상 도와

2-2 호흡에 집중하려 하니 방해꾼이 있군요. 예, 잡념들입니다. 잡념들을 보노라면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하고 있음을 봅니다. 과거에 대한 생각이 아니면 미래에 대한 걱정이 대부분이군요. 과거의 생각들은 후회나 비난 원망 등이고 미래 생각은 걱정이나 불안 두려움 등이군요. 현재 당면한 일이라도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예측하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며 예행 연습을 하고 있지 않나요? 어제 생각했던 것들(사람, 일, 사물 등)을 반복해서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하곤 합니다. 생각에는 감정이 동반되고 있군요. 후회 비관 불안 두려움 원망 등 좋은 감정보다 어두운 감정들이 많군요. 잡념을 걷어내기 전에는 명상하기가 어렵군요.

우리는 흙탕물인 대야를 가지고 논 적이 있습니다. 흙탕물을 빨리 가라 앉히려고 흔들어 대면서 ‘가라앉아라’ ‘가라 앉아라’ 외쳐 봅니다. 어떻게 되었나요? 더 혼탁해졌지요. 마침내 가만 내버려 두고 놔두면 저절로 가라 앉은 경험이 있습니다. 잡념을 없애려 들면 더 산만하고 잡념이 드세지군요. 그러니 그냥 놔두고 바라보면 되겠군요.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아요(웃음). 하지만 어렵지도 않습니다. 몸에 관심과 에너지를 쏟는 만큼 마음에도 관심을 두고 시간을 낸다면 가능합니다. 그래서 명상은 매일 꾸준히 해야겠군요.

2-3 이제 똑바로 허리를 세우고 온몸의 긴장을 풀고 이완하여 앉아 봅니다. 들이쉬고 내쉬면서 긴장을 풉니다. 호흡을 바라봅니다. 긴장만을 풀려면 소파나 의자에 푹 안겨도 좋습니다만 호흡을 바라볼 때는 엉덩이를 최대한 의자 뒤에 붙여서 허리나 등을 기대지 않는 게 좋습니다. 두 발은 바닥에 안정되게 붙이고 앉습니다. 들숨과 날숨을 분명히 바라봅니다. 명상의 출발은 호흡 바라보기입니다. 호흡에 주의를 집중하고 호흡을 바라봅니다. 어느새 잡념 속으로 빠져 있군요. 괜찮습니다. 생각하고 있었음을 알아차린 순간 다시 호흡으로 돌아옵니다. 호흡을 명상의 기준점으로 삼으세요. 호흡을 보노라면 호흡의 모양새가 보입니다. 긴지 짧은지, 무거운지 가벼운지, 거친지 부드러운지, 불편한지 편안한지, 빠른지 느린지, 들떠있는지 차분한지, 규칙적인지 불규칙적인지 등 현재 호흡을 있는 그대로 바라봅니다.

또다시 잡념 속으로 빠졌다구요? 바로 이게 마음의 현주소입니다. 마음은 늘 이렇게 과거로 미래로 현재로 분주히 돌아다니는군요. 이리저리 산만하게 돌아다니지요.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떠오르는 생각들은 과거의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 경험에 대한 기억과 감정들이 잡념을 이루는 기초가 되어 있군요. 그걸 바탕으로 해서 미래도 예측하고 있지 않나요? 또 실패할까 봐 또 상처 받을까 봐 미리 예행 연습하느라 에너지(심기)를 소모하고 있군요. 현재 가장 관심 있는 대상에 묶여 그것에서 주의가 떠나지 않군요. 대상이 사람이든 사건이든. 그 대상에서 벗어나기 어려우면 그 대상에 묶여 지냅니다. 하루 중 상당한 시간을 차지하고 하루도 그것을 떠날 수 없다면 예속되어 있다 중독되어 있다고 합니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게임이건 도박이건 술이건 섹스건 분노건 비탄이건 반복해서 묶여 있다면 그 대상에 중독되어 있는 것이고 자유가 없군요. 사실 중독은 반드시 쾌감만이 아닙니다. 그 배경에는 과거의 아픔으로 말미암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불안과 두려움, 좌책감, 외로움, 절망감을 피하기 위해 쾌감을 주고 금방 고통을 잊어 버리게 하는 대상이면 모두 중독의 대상이군요. 결국 중독의 본질은 불쾌한 경험, 불쾌한 감정이군요. 좌절감 분노 두려움 무가치감 등 그 감정들에 온통 주의를 뺏기고 있군요.

2-4 명상은 이러한 주의를 의도적으로 되돌리는 훈련입니다.

회광반조(廻光返照)라는 말이 있습니다. 외부 대상(사물, 일, 사람)으로 향했던 주의를 내면으로 되돌리는 것이지요. 밖으로 뺏기던 에너지가 내부로 향하니 에너지 소모가 없습니다. 명상을 하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면서 피로 회복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명상은 주의를 과거 회상이나 미래 걱정에서 현재로 돌리는 연습이지요. 물론 발이 저리고 쑤시고 결리고 몸이 가만 앉아 있기를 거부하며 불편함을 없애려 이리저리 움직입니다. 아니면 졸음이 쏟아집니다. 명상을 시작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반갑잖은 손님들이지요.

잡념 통증 졸림. 이 셋이 가장 명상을 가로막는 방해꾼이군요. 명상 좀 하려고 결심했건만(웃음).

이들로 인해 짜증나고 마음은 불편해져 이 상황으로부터 도망치려 듭니다. 이렇게 마음이 몸에 대해 반응하는 것을 바라봅니다. 아 이렇게 마음이 반응하는구나. 불편을 피하고 편하려고 하느구나.

그런데 호랑이를 잡으려면 도망가서는 불가능합니다. 용기를 내어 대면해야 됩니다. 대면한다는 것은 생각이 일어나면 생각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통증이 오면 통증을 바라보고 알아차리고 바라보고, 졸리면 졸림을 알아차리고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만 일어나고 싶은 충동도, 쾌감과 편함으로 향하는 마음도 바라보고 알아차리는 것이지요. 몸과 마음에서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이 관찰 대상일 뿐, 방해꾼이 아니군요.

명상 대상은 우리의 몸과 마음입니다. 외부의 무엇이 아니라 자기 자신입니다.

자귀의(自歸依). 자기자신에게 의지하라.

붓다는 결코 다른 것에 의지 말고 자기를 명상 대상으로 삼으라 하셨지요. 물론 자귀의의 또 다른 깊은 뜻도 있지만 나중에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2-5 이렇게 명상을 5~10분씩 해나갑니다. 처음에는 한 번에 길게 하는 것보다 5분씩 여러 번 수시로 하는 게 좋습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고 천리길도 한걸음부터입니다. 중요한 것은 결심이고 이것은 분명한 의도와 목표를 정해야 가능합니다. 명상하는 목표. 마음공부하는 목표가 뚜렷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마음의 평정을 찾고 몸과 마음에 예속된 삶, 욕망과 분노에 지배 받는 삶에서 벗어나겠다는 목표가 명확히 서야 합니다. 목적지도 없는 여행은 방황이지요(웃음). 몸과 마음을 사용하고 부리는 진정한 주인이 되겠다는 의도가 분명하고 강력하지 않으면 조그만 불편에도 못참고 감각적 쾌락과 충동에 휩쓸리는 노예(중독) 상태로 다시 복귀하지요. 늘 그날이 그날이고 잡념은 잡념이고 갈등하고 번민하는 괴룹고 편치 않은 일상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나에게는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음을 확고하게 믿어야 합니다. ‘나는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나는 틀렸어’ ‘변할 수 없어’ ‘끝이야’라고 결론 내린 것과는 천지 차이입니다.

2-6 분명한 의도는 긍정적 에너지를 방출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움직이지 않고 바라본다는 게 지루하고 재미없고 발만 아프다. 오래 앉으면 온몸이 결리고 쑤신다. 긴장이 풀릴 줄 알았는데 몸살이 났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의 불평들입니다. 괜찮습니다.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일이든 시작은 서투르고 힘들지 않나요? 자전거 배울 때도 넘어지고 다치기까지 하다가 제대로 타게 되고 나중엔 두 손을 놓고도 자유자재로 타지 않나요?

그래서 목표가 분명한지 명상을 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자신에게 자꾸 물어야 합니다. 목표가 확고하고 의도가 분명하면 어떤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오뚜기처럼 목표를 향해 전진합니다. 오뚜기가 되기 어렵다구요? 우린 모두 오뚜기였습니다(웃음). 돐 무렵 어린 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하는 걸 보면 소파에 의지해서 한 발 한 발 딛다가 넘어집니다. 그러나 곧장 다시 일어나서 또 한발 딛고 넘어지는데 조금도 화내거나 창피해 하거나 싫증도 안 냅니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고를 반복합니다. 마침내 여러 걸음을 걷게 되고 아장아장 걷게 되지요.

걷는데 몰입하여 마침내 걸음마를 숙달시키는 것과 자전거 타는 법은 마음 공부법과 똑같습니다. 물론 훨씬 어렵고 긴 노력이 필요하지요(웃음).

자신의 괴로움을 해결하는데 이렇게 바른 노력을 하지 않고서 극적인 묘법이 있을까요?

2-7 이제 서서히 눈을 뜨고 (이미 눈을 뜨셨나요?) 천천히 섭니다. 이제 걷기 명상을 해보겠습니다.서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앞의 어느 지점까지 걷고 멈추고 돌아서겠다는 목표를 세웁니다. 물론 돌아서서 시작한 출발점으로 오면 다시 멈추고 돌아섭니다. 걷기 명상도 앉기 명상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이제 한 걸음 한 걸음 온전히 자각 상태에서 걸어 보세요. 왼발 오른발이 분명히 바닥에 닿는 느낌에 주목합니다. 2분 정도 이렇게 걷다가 발을 들어올리고 내려놓는 이단계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2분 정도 이단계로 걷다가 이제는 한걸음이 들어올림-내밈-내려놓음의 세 단계로 이루어짐을 자각하면서 2~3분 천천히 걸어보세요.

어린 아이처럼 이해 관계를 따지지 않고 실망이나 좌절도 하지 않고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명상해나가는 거지요. 조금씩 앉는 시간과 걷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명상을 통해 얻는 즐거움들을 맛보게 됩니다. 긍정적 마음 상태를 맛보면 이제 좀더 명상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게 됩니다.

감정이 일렁일 때마다 즉각적인 표출 대신 잠시 멈추고 명상 모드로 들어가 보세요. 우리는 늘 즉각적인 반응과 판단 평가를 해오곤 하였지요. 명상은 이 일상(과거)의 틀에서 벗어나는 훈련입니다.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이지요. 일상 모드가 과거에 매인 암울하고 단조로운 삶이라면 명상 모드는 현재와 미래를 즐기고 늘 새롭게 살 수 있게 안내합니다.

이렇게 즉각적 반응 대신 숙고적 반응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멈추고 바라보고 바라보고 알아차리는 연습을 꾸준히 하여야 합니다. 앉아서는 호흡을 바라보고 서서는 걸음을 바라보고 바라봅니다. 이 바라보는 훈련이 집중력과 관찰력을 키워줍니다. 늘 비교 판단하고 평가만 해오던 삶은 어려운 일에 부딪치면 과거의 망령에 묶여서 도피나 투쟁으로 해결책을 사용하려 듭니다. 명상 모드는 숙고할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합니다. 즉각적 충동적 반응에서 숙고적 반응이 된다는 것은 내 안의 지혜가 작동하기 시작하기 때문이지요. 숙고가 뭐냐구요? 명상 모드에서 고요히 사유함입니다. 산만하고 헝크러진 마음 상태에선 보이지 않던 게 분명하고 단순해지면서 해결책이, 치유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욕망에 끄달리지 않고 분노를 조절하는 묘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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