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황벽의 매를 맞고 떠난 사연

행록(行錄)은 임제의 수행이력을 설해 놓은 장이다. 이 장에는 먼저 임제의 깨달음을 얻은 인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임제가 황벽 문하에 가서 수행할 때이다. 임제의 정진하는 자세에 감동한 한 수좌가 임제에게 물었다.

“스님은 이곳에 온지가 얼마나 되었는가?”

“3년 되었습니다.”

“황벽선사에게 가서 법을 물은 적이 있는가?”

“아직 없습니다. 무엇을 물어야 할지 몰라서 못 물었습니다.”

“어떤 것이 불법의 핵심 대의입니까? 하고 물어 보게나.”

임제가 황벽선사를 찾아가서 시킨 대로 물었다. 그러나 묻는 말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황벽 스님은 주장자로 임제를 때렸다. 임제는 맞고 그냥 나왔다.

수좌가 어떻게 되었냐고 물었다. 임제는 “저의 묻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장자로 저를 때렸습니다. 무슨 영문인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다시 가서 물어보도록 하게”

임제는 다시 황벽 스님에게 가서 법을 물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주장자로 때렸다. 똑같이 임제는 세 번을 물으러 갔다가 세 번을 맞았다.

임제는 황벽 회상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수좌에게 가겠다고 말했더니 수좌는 가더라도 하직 인사를 드리고 가라고 권하였다.

임제가 황벽에게 하직 인사를 갔을 때 황벽은 임제에게 말했다.

“다른 곳으로 가지 말고 자네는 고안(高安)의 강기슭에 있는 대우 스님의 처소로 가라. 자네를 위해 좋은 말씀을 해 주실 거야.”

임제는 대우선사를 찾아갔다. 대우선사가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황벽 스님의 처소에서 왔습니다.”

“황벽 스님이 무엇을 가르쳐 주었는가?”

“제가 세 번이나 불법의 대의를 물었다가 세 번이나 방망이를 맞았습니다. 도대체 제가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황벽이 그렇게 친절하게 자네를 위해 잘 지도했거늘 잘못을 모르겠다니?”

임제는 대우 스님의 이 말을 듣고 크게 깨달았다. 그리고는 중얼거렸다.

“황벽 스님의 불법이 별거 아니군.”

이를 본 대우 스님은 “이 오줌싸개가 아까는 잘못이 있느니 없느니 하더니 이젠 황벽의 불법이 별 것 아니라고? 네가 무슨 도리를 알았느냐? 어서 말해 봐.”

임제는 대우의 옆구리를 세 번 쥐어박았다. 대우는 떨쳐버리고 “너의 스승은 황벽이다.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

이상이 임제의 대오인연(大悟因緣)을 설한 부분이다.

행록에는 임제 스님이 여러 스님을 만나는 장면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이중 방(棒)으로 유명한 덕산 스님을 만났을 때다.

덕산 스님이 오늘은 피곤하다고 말하자 임제가 무슨 잠꼬대를 하고 있습니까? 한다. 덕산 스님이 곧 방망이로 쳤다. 임제 스님은 덕산 스님이 앉아 있는 선상을 넘어뜨려버렸다. 덕산은 가만히 있었다.

임제 스님이 운력(작업)을 하면서 괭이로 땅을 파다가 황벽 스님이 오는 것을 보고 괭이를 세운 채로 서 있었다. 황벽 스님이 보고 “이 사람아, 피곤한가?” 했다.

임제가 “괭이도 들지 않았는데 피곤할 일이 뭐 있겠습니까?” 황벽이 방망이로 때렸다. 임제는 방망이를 빼앗아 황벽 스님을 밀어 넘어뜨렸다. 황벽 스님은 유나(維那)를 불렀다 “나를 좀 일으켜 주게.”유나스님이 다가가 일으키면서 말했다. “화상께서는 어찌 저 미친놈의 무례함을 용서하십니까?” 황벽 스님은 일어나서 유나스님을 방망이로 때렸다. 임제 스님은 괭이질을 하면서 말했다.

“제방에서는 화장을 하지만 나는 여기다 산채로 묻어버린다.” 이것이 ‘활매(活埋)’의 이야기이다.

마지막 장 탑기(塔記)는 임제 스님의 탑을 세우면서 쓴 기록이다. 함통(咸通) 8년(867) 임제가 입적한 후에 문인들이 대명부 서쪽에 탑을 세웠고, 당시 황제 의종이 혜조(慧照)라는 시호를 내렸다고 기록되어 있다. 탑기는 제자 연소(延沼)가 쓴 것으로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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