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의 초상화

 

둘이 춤춘다
오직 둘이다

어쩌다가 너가 사라졌다
또 어쩌다가 나도 사라진다

이제는 춤이 춤을 춘다

다시

산이 되고
물이 되었다

 

*이 그림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이 그림의 가치를 잘 몰랐다. 이런 류의 그림이 더러 있고, 이 그림이 다른 그림들과 비교해서 독특하거나 정교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기에 다시 갔을 때는, 눈이 내려서 주변의 산들이 온통 흰색으로 덮여 있어서 그랬는지, 이 그림 앞에 서는 순간, 그 주변의 다른 그림들은 안보이고, 이 그림만 보이는 특이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짧은 몇 초의 시간이었지만, 그림과 하나가 되어 버렸다. 그러다가 뇌세포 하나가 새롭게 눈을 뜨는 것 같았다. 이 그림은 다른 그림들과 서로 연결되어 같이 존재하고 있는데, 그런 중에서도, 이 그림이 따로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느낀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당연한 진리를 다시 경험하였다. 그 경험을 계기로 이 그림은 나에게 선택된 그림이 되었다. 사실은 이 그림만 그런 것이 아니고, 모든 그림이 그렇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인생도 그럴 것이다. 개인 개인의 인생이 다 소중하고, 순간 순간의 삶이 다 의미가 있는 것이다.

암각화를 새긴 솜씨도 군더더기 없이 간명적절하다. 예리하면서도 무게감이 있는 도구를 써서, 여러 번 찍지 않고, 한번이나 두 번 정도 찍어서, 바깥 윤곽선을 그려내는 숙련된 솜씨도 훌륭하지만, 빈 공간에 딱 두 사람만 그려내고 만족하는 예술적 감각도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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