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원 담아 별들에 치성드리나니…

별 관련 신앙, 동서고금 존재
中불교선 ‘치성광여래’로 화현
돈황 ‘치성광불병오성도’ 最古

베제클릭의 ‘소제재난경변상도’
치성광불 근원되는 소의경전이
〈소제재난경〉임을 확인시켜줘

새해가 시작되는 이른 아침에 많은 사람들은 동쪽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며 새해의 소원을 빌고 각오를 다짐한다. 그리고 정월 대보름에는 첫 보름달을 보면서 나쁜 기운을 없애고 한 해의 풍년을 빈다.

별 즉 ‘성수(星宿)’는 기원전부터 동·서양에서 신격화되었으며, 다양한 모습과 명칭으로 구체화되어 재앙의 소멸과 구복의 대상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별과 관련된 여러 신들은 바빌론을 중심으로 한 메소포타미아지역의 천문도상이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인도를 거쳐, 불교와 함께 동아시아에 전파되면서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별자리 숭배가 중국불교에 전래 되어 도교(道敎)의 북극성신앙(北極星信仰)을 여래화(如來化)한 치성광여래(熾盛光如來)를 성립시켰다고 한다. 불교에서 치성광여래는 별에 의한 환난을 물리치고 화를 복으로 바꾸는 위력(威力)을 지닌 여래로서 대중이 선호하는 신앙의 대상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점차 특정한 도상과 의식까지 갖추게 되었다.

사찰의 칠성각(七星閣) 혹은 성산각(星山閣)에 모셔지는 치성광여래는 지물인 법륜과 좌우협시인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을 통해서 여래의 존명을 알게 된다. 그러나 치성광여래의 소의경전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치성광여래라 호명되며 법륜을 들고 계시는지에 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

치성광여래에 관한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답을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투르판의 베제클릭 석굴 18굴에서 출토된 벽화 ‘소제재난경변상도(消除災難經變相圖)’에서 찾고자 한다.

그림을 살펴보면 화면 중앙의 여래는 사자가 표현된 연화대좌 위에 가부좌하고 있으며, 화염형의 두광과 신광을 갖추고 설법인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중앙의 여래를 중심으로 보살과 비구, 십이궁(十二宮)과 구요(九曜=일성신, 월성신, 수성신, 금성신, 목성신, 토성신, 화성신, 나후성신, 계도성신)가 표현되어 있으며, 그림의 하부에는 가로로 긴 화면에 별에 의한 환난과 구제방법을 묘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별에 관한 신앙, 공양법 및 재난을 다룬 경전 중에 〈불설대위덕금륜불정치성광여래소제일절재난다라니경(佛說大威德金輪佛頂熾盛光如來消除一切災難陀羅尼經, 이하 소제재난경)〉이 여래, 구요, 십이궁, 별에 의한 환난장면 등이 구체적으로 서술된 유일한 경전이다.

〈소제재난경〉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정거천궁(淨居天宮)에 머물 때 문수보살과 네 무리의 대중, 팔부, 구집, 칠요, 십이궁, 이십팔성, 일월 등의 여러 별들에게 이 다라니를 수지한 인연을 설하는 내용이다. 부처님이 전생에 사라수왕부처님에게 배웠다는 다라니는 이 경전에 등장하는 일월, 오성, 라후, 계도, 요괴, 악한 별 등이 동요하여 나라와 사람들에게 재난을 입히게 되는 경우에 외워서 별의 재난을 막는 방법으로, 이것을 염송하는 작법과 공덕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여러 별들이 자신의 몸에 재난을 일으킬 때 재해를 복으로 변화시키는 진언도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 경전의 끝에는 구요를 불러서 화를 복으로 변화시키는 게송이 적혀있다.

〈소제재난경〉에 비추어 베제클릭 18굴의 벽화를 살펴보면 화면 중앙의 본존은 정거천궁에 머물고 있는 석가모니 부처를 묘사한 것이며, 화면 좌우의 사천왕, 여러 보살, 비구들은 여래가 과거에 사라수왕 부처로부터 다라니를 받은 이야기를 듣는 문수보살, 사중, 팔부, 유공대천을 표현한 것에 해당된다. 또한 화면 좌우의 구요와 십이궁 역시 경전 중에 석가에게 설법을 듣는 구집, 칠요, 십이궁으로 보인다.

따라서 베제클릭 18굴의 벽화는 소의 경전에 근거해서 ‘소제재난경변상도’이다. 현재까지 ‘소제재난경변상도’는 존재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아 매우 생소한 도상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과학원 동방고적문헌연구소에는 〈소제재난경〉을 도해한 서하(1032~1227)의 ‘불정소제일절재난다라니경변상판화(佛頂消除一切災難陀羅尼經變相版츐)’가 전해지고 있다. 이 판화에는 서하어로 〈소제재난경〉의 또 다른 명칭인 〈불정소제일절재난다라니경〉이라는 경명과 이 경전에 등장하는 여러 존상들의 모습 및 명칭이 방제 안에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

두 그림의 차이점은 베제클릭 18굴의 ‘소제재난경변상도’에서는 본존인 석가여래가 지물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서하 판화의 경우 여래가 법륜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는 점이다. 
현존하는 중앙아시아지역 및 주변 지역의 치성광여래도의 흐름을 살펴보면, 현존 최고는 돈황장경동 출토의 ‘치성광불병오성도(熾盛光佛竝五星圖)’다. 이 그림은 화면의 좌측 윗부분에 ‘치성광불병오성신 건녕사년정월팔일 제자장회여화표경광(熾盛光佛竝五星神 乾寧四年正月八日 弟子張淮與畵表慶光)’이라는 화기를 통해 897년에 제작되었으며, 치성광여래와 오요를 함께 그렸음을 알 수 있다. 화면에는 소가 끄는 수레를 타고 법륜을 지니고 있지 않은 치성광여래와 그 좌우를 호위하는 오요가 오색의 구름을 타고 강림하는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이렇듯 897년 ‘치성광불병오성도’의 여래는 보편적으로 알려진 치성광여래의 지물인 법륜을 들고 있지 않다.

치성광여래가 법륜을 들고 있는 가장 이른 사례는 요대(遼代, 916-1125)의 산서(山西) 응현(應縣) 불궁사(佛宮寺) 석가탑(釋迦塔) 출토의 ‘치성광불강구요성관궁숙도(熾盛光佛降九曜星官宮宿圖)’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으며, 10세기 이후 치성광여래가 재난구제를 주관하는 여래로서 자리 잡으면서, 다른 여래상과의 뚜렷한 차별성이 있는 법륜을 들고 있는 형상으로 상징화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법륜을 들고 있는 여래가 치성광여래의 도상으로 확립되어 유행·확산된 것으로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법륜은 치성광여래의 대표적인 지물로서, 그 기원을 10세기 경 만들어진 의궤인  〈대성묘길상보살설제재교령법륜(大聖妙吉祥菩薩說除災敎令法輪)〉와 〈치성광도량념송의(熾盛光道場念誦儀)〉의 내용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주존이 석가여래에서 인도에 존재하지 않는 치성광여래라는 새로운 여래로 바뀌게 된 이유는 〈소제재난경〉의 시작부분에 “이 때에 석가모니불께서 청정하게 천궁에 머물고 계셨다. 문수사리보살과 모든 사중, 팔부, 유공대천, 구집, 칠요, 십이궁신, 이십팔성, 해와 달 모든 별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옛날 과거 사라수왕부처에게 이 대위덕금륜불정치성광여래소제일절재난다라니법을 받았다”의 다라니법명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치성광여래는 미국 보스턴미술관 소장 ‘치성광여래강림도’를 통하여 볼 때, 늦어도 14세기에는 법륜을 지물로 한 치성광여래의 도상이 수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조선 1569년에 제작된 일본 고려미술관소장 ‘치성광여래강림도’를 거쳐 20세기 초 송광사 성산각 ‘치성광여래설법도’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치성광여래도가 중앙아시아에서 기원한 도상을 일관되게 유지하였다.

위의 내용을 통해서 치성광여래의 소의경전은 〈소제재난경〉이며, 치성광여래라는 존명은 다라니법을 차용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민중들의 하늘의 별에 대한 신앙이 창조해 낸 치성광여래는 지금도 하늘에서 그리고 불화 속에서 우리들의 새해 소망 성취와 구복을 위해 끝없이 반짝이며 다라니를 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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