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2, 신흥사 조실 무산 스님은 동안거 해제법어에서 모름지기 수행승은 삼독(三毒)의 불길을 잡는 소방관이 돼야 그림자가 부끄럽지 않다고 강조했다.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수행자들이 추구해야 하는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적극적인 실천을 당부한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직접 화마를 마주하는 소방관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소방승이 탄생한 것은 사막 위의 오아시스처럼 아름답고 시원하다. 무엇보다 부산 영도구불교연합회가 소방관들의 심신치유를 위해 먼저 항만소방서에 소방승 위촉을 제안해 그 의미가 크다.

소방승 위촉과 함께 양측은 앞으로 긴급재난 현장 구호활동 시 협력하고, 영도구불교연합회는 소방공무원의 심신건강을 위한 교양교육과 행사를 지원한다. 이는 곧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는 소방관들에게 템플스테이와 명상지도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예정이다. 오랫동안 쌓아온 수행자의 수행력을 대중에게 회향하는 모범적인 사례다.

<법화경> ‘비유품삼계화택의 비유에서는 큰 기와집에 불이 나지만 아이들은 놀이에 정신이 팔려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 다급한 아버지의 외침도 소용이 없다. 그러자 아버지는 장난감 수레가 밖에 있다고 말해 아이들을 구한다. 한편으로 수행자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소방관들은 항상 사고현장을 함께한다. 이로 인해 대부분 마음의 여유를 가질 틈이 없다.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아픔은 덤이다. 수행자들이 소방관들의 마음을 돌봐야 하는 이유다. 삼계화택의 비유처럼 지혜와 자비를 적극적으로 실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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