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일 없는 사람(無事人)

〈임제록〉에서 내세우는 말 중에서 ‘일 없는 사람(無事人)’은 모든 생각이 끊어진 사람이다. 일대사(一大事)를 해결해 마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임제는 단도직입적으로 ‘일 없는 사람’이 되라고 한다.

“도를 배우는 이들이여, 참되고 바른 견해를 구해서 천하를 다니되 도깨비 귀신에게 홀리지 말아야 한다. 일이 없는 사람이 참으로 귀한 사람이다. 다만 억지로 조작하지 말라. 오직 평소의 생활 그대로 하라. 그대들이 밖을 향하고 딴 집을 찾아다니면서 수단을 부려봐야 그르칠 뿐이다. 부처를 구하려 하나 부처는 이름뿐이며 말일 뿐이다.”

또 유명한 〈임제어록〉의 명언인 ‘어디서든지 주인이 되라.’는 법문이 설해진 대목이 있다.

“그대들이 어디를 가나 주인이 된다면 서 있는 곳은 모두 다 참된 곳이다.”

이 말의 뜻을 음미해 보면, 주인이 되지 못하면 참된 자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가짜라는 것이다. 또, 경계에 말려들지 말라는 당부의 말도 이어져 나온다.

“어떤 경계에 부딪쳐도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 설사 묵은 습기와 무간지옥에 들어갈 5가지 죄업이 있다 하여도 저절로 해탈의 큰 바다가 될 것이다.”

마음의 본체를 설명하는 법문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도를 배우는 이들이여, 마음의 작용은 형상이 없어서 시방세계를 관통하고 있다. 눈에 있을 때는 보고, 귀에 있을 때는 듣는다. 코에 있을 때는 냄새를 맡고, 입에 있을 때는 말을 하며, 손에 있을 때는 잡고, 발에 있을 때는 걸어 다닌다. 본래 이 하나의 정밀하고 밝은 것(一精明心)이 나누어져 우리 몸의 6가지 부분과 합해졌을 뿐이다. 한 마음마저 없는 줄 알면 어디서든지 해탈이다.”

‘감변(勘辨)’ 장에는 선문답을 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감변이란 서로의 견해를 피력하고 불법에 대한 안목을 점검 확인한다는 뜻이다.

임제 스님의 스승인 황벽 스님이 부엌에 들어가서 반두(飯頭ㆍ밥을 짓는 소임) 스님에게 물었다.

“무엇 하는가?”

“대중들의 밥을 지을 쌀을 고르고 있습니다.”

“하루에 얼마나 먹는가?”

“두 섬 다섯 말을 먹습니다.”

“너무 많지 않은가?”

“오히려 적을까 걱정입니다.”

이때 황벽이 주장자로 내리쳤다.

쌀 고르던 스님이 이 이야기를 임제 스님에게 했다.

임제는 “내가 저 노화상을 점검해 봐야겠어.”

마침 임제 스님이 황벽 스님 곁에 갔을 때 황벽 스님이 이 이야기를 또 임제에게 말했다. 임제 스님이 듣고 “반두는 불법을 모르는군요. 스님께서 그가 깨닫도록 꼭 한 말씀 해 주십시오.”

그리고 임제가 물었다. “너무 많지 않습니까?”

황벽이 말했다. “왜 내일 다시 한 번 더 먹는다고 말하지 않는가?”

임제가 말했다. “내일을 말할 게 뭐 있습니까? 오늘 당장 먹어야지요.” 하고는 손뼉을 쳤다.

황벽 스님이 말했다. “이런 미친놈이 또 호랑이 수염을 만지는구나.”

임제 스님이 바로 할을 하고 나갔다.

임제 스님이 어느 날 보화(普化)스님과 함께 어느 신도 집에 가 점심 공양을 함께 하게 되었다. 임제 스님이 물었다.

“한 터럭이 큰 바다를 삼키고, 겨자씨 한 알에 수미산을 거두어들인다고 한 것은 신통묘용인가 아니면 본래 그러한 것인가?”

그러자 보화 스님이 밥상을 걷어찼다.

“너무 거칠지 않습니까?” 임제의 말에 보화가 “이곳이 어떤 곳인데 거칠다 말다 하는가?” 하였다.

선(禪)은 세상의 상식을 뛰어넘는다. 상식은 생각이 따라갈 수가 있지만 상식을 뛰어넘은 격외도리(格外道理)는 생각이 따라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이 끊어질 때 선(禪)에 들어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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