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서방극락교주 아미타불

볼테르(Voltaire)가 1752년에 발표한 독창적인 공상과학 단편소설 〈미크로메가스(Micromgas)〉는, 별 시리우스(Sirius)의 한 위성에 사는 청년 미크로메가스가 주인공이다. 그가 쓴 과학논문이 이단으로 몰려 재판에서 800년 추방형을 받자, 그는 견문도 넓힐 겸 우주여행에 나선다. 미크로메가스를 번역하자면 ‘미세거대(微細巨大)’로 키가 37Km이고, 그가 살던 행성은 지구 둘레의 약 22백만 배 크기이다. 그곳 사람들의 수명은 1050만년이다.

그는 성간(星間) 여행 중에 토성에 도착하여 토성 학술원 총무와 친구가 된다. 그는 토성 친구와 함께 지구로 여행하기로 한다. 지구에 도착해서 확대경을 통해 바다의 배를 발견하고 집어보니 배안에 극소한 인간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들은 지구에서 만난 극소한 존재가 지성이 있으리라고 믿지 않았다. 그러나 깎은 손톱으로 만든 특수 소리확대 대롱을 통해서 지구인들 말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빠르게 지구언어를 습득하자, 두 외계인은 인간들과 대화를 해보고 지구인들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는 더 지성적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우주가 오로지 인간을 위해 창조되었다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이론을 듣게 되자, 자지러지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아는 체 하는 인간에 화가 난 미크로메가스가 〈모든 것의 의미에 대한 설명〉이라는 책을 써서 인간에게 전해주었고, 이 책을 파리의 과학학술원에 가지고 와서 펼쳐보니 백지 뿐이었다.

광대한 우주의 한 점에 불과한 지구, 거기에 의탁한 인간이 미세하고 하잘 것 없는 것을 잘 나타낸 단편이다.

〈관무량수경〉에 아미타불의 키는 육십만억 나유타 항하사 유순이다. 1유순은 황제가 마차로 하루 동안 행차하는 거리로 30~40리(12~16Km)이고, 나유타는 1011 또는 1012 이다. 지구의 바다에 들어가도 바닷물이 발목밖에 안차는 거대한 미크로메가스도, 아미타불의 키에 비하면 미생물 크기도 안 된다.

〈무량수경〉에 보면, 세자재왕불(世自在王佛)께서 210억 불국토를 법장비구(法藏比丘)에게 모두 나타내 보여주신다[悉現與之]. 요즈음으로 치면 홀로그램이나 빔 프로젝터 영상으로 보여주신 셈이다. 법장비구는 장차 건설할 극락세계를 위해 5겁(劫)동안 210억 불국토를 벤치마킹(benchmarking)해서 좋은 점만을 골라 설계를 마친다. 그 후 세자재왕불 앞에서 48대원(大願)을 세우고 수행에 돌입한다. 조재영겁(兆載永劫)의 수행을 한 결과 10겁 전에 성불해서 극락정토에서 설법을 하고 계신다. 서방극락세계는 욕계·색계·무색계의 삼계(三界)를 뛰어넘은 정정취(正定聚)의 세계이다.

법장비구의 별원(別願)인 48대원(大願)은 모든 불보살의 총원(總願)인 사홍서원의 구체적 표현으로서, 삼세 모든 부처님의 서원인 동시에 우주 자체에 내재(內在)한 목적 원인이며, 성불을 지향한 중생의 서원이고 이상인 셈이다. 48원 중 제12원은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저의 광명이 한량이 있어서 백천억 나유타의 모든 불국토를 비출 수가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이고, 제13원은,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저의 수명이 한정이 있어서 백천억 나유타겁 동안만 살 수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이다.

아미타불을 번역하면 무량광불(無量光佛)과 무량수불(無量壽佛)이다. 제12원이 성취된, 한량없는 빛의 무량광불이고, 제13원이 성취된, 한정 없는 수명의 무량수불이다.

제18원은,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시방세계 중생들이 저의 나라에 태어나고자 신심과 환희심을 내어 제 이름(아미타불)을 다만 열 번만 불러도 제 나라에 태어날 수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다만 오역죄를 범하는 사람이나 정법을 비방하는 사람은 제외합니다”로, 줄여서 십념왕생원(十念往生願)이라 한다. 나무아미타불!

                                                  <배광식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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