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에 해인사에 인접한, 고령 장기리 암각화를 처음 봤다. 그것이 계기가 되었는지 이제는 매년 휴가를 얻으면 알타이 암각화를 순례하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암각화는 나에게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는다. 그저 스스로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아무런 말도 없는 그것이 오히려 나 자신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편집자주〉

 


하늘 이어라
깊은 하늘이어라

하늘이 온통 내려 앉은
신들의 밤이어라

아...
얼마나 많은 고뇌가 있었을까
얼마나 많은 눈물이 있었을까

한 백성의 눈물도
빠짐없이 담아 바친
무릎 끓는 밤이어라

중생의 어둠을 다 걷어내는
신(新) 새벽이어라

 

<까잘만, 싸이말루이 따쉬>
손가락 숫자가 다섯 개가 아닌, 특별한 사람이다. 손가락을 유난히 강조한 것은, 보통 사람들하고는 다른 신분의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하늘을 쳐다보고 손에는 북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기도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키르기스스탄 고고학자 따쉬바예바 교수는 버섯모양 인간이라고 불렀다. 형태로 봐서는 버섯 모양이다. 하지만 이 그림이 내포하고 있는 속 뜻을 생각하면, ‘밤에 기도하는 사람이라고 불러야 어울릴 듯하다. 머리위의 버섯 모양은, 모자나 어떤 장식이 아니라, ‘깊은 밤하늘을 표현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얼마나 깊은 밤이었던지, 어둠이 양쪽으로 흘러내리는 느낌마저 든다. 바위표면이 벗겨져서 생긴, 황토색은, 마치 멀리서 동이 트고 새벽이 오는 모습 같기도 하다. 밤을 지새우며 기도했으니, 하늘이 소원을 들어주셨을 것이다. 중앙아시아 샤먼들은 아직도 이런 북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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