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록의 왕 ‘임제록’

〈임제록〉은 ‘어록의 왕’이라고 불려진다. 선사들의 어록 가운데 가장 유명한 어록이다. 일찍이 일본의 철학자 니시따 끼따로가 “이 세상의 모든 책이 불타 없어져도 임제록만 남아 있으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임제록〉의 구성은 먼저 마방(馬防)이 지은 서문이 있고 이어 상당(上堂), 시중(示衆), 감변(勘辨), 행록(行錄), 탑기(塔記)로 이루어져 있다. 서문에는 임제의 독특한 선풍에 대한 언급이 있다.

“일찍이 황벽의 아픈 방망이를 맞고 비로소 대우의 옆구리를 쥐어박았다. 잔소리쟁이 대우는 임제를 ‘오줌싸개’라 하였고 황벽은 ‘이 미친놈이 호랑이 수염을 잡아당긴다’ 하였다.

깊은 산 바위 골짜기에 소나무를 심어 뒷사람들을 표방(標榜)하였고 괭이로 땅을 파서 황벽과 수좌를 생매장할 뻔했다.

상당에는 당시의 지방장관 왕상시가 관료들과 함께 스님께 법상에 올라가 법문해 주실 것을 청하여 스님이 법문을 하는 내용이 서술되어 있다.

법상에 올라간 임제 스님이 부득이 해서 법상에 올라왔다고 하면서 만약 종문(宗門)의 입장에서 일대사(一大事)를 거론한다면 입을 열수가 없는 것이라 한다. 발붙일 곳이 없는 것이 일대사의 근본 자리라 하였다.

어떤 스님이 임제 스님에게 물었다.

“불법의 대의가 무엇입니까?”

임제 스님이 “할(喝)” 했다.

그러자 그 스님이 절을 하였다. 임제 스님이 말하기를 이 스님과는 법을 말할만하다 하였다. 임제 스님의 가풍은 ‘할’이다. 할은 임제의 선법을 거량하는 상징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임제 스님이 어느 날 하북부(河北府)에 갔다가 왕상시의 청에 의해 법좌에 올랐다.

그때 마곡(麻谷)이라는 스님이 나와 물었다.

“대비보살의 천수천안 가운데 어느 것이 바른 눈(正眼)입니까?”

그러자 임제 스님이 되물었다.

“대비보살의 천 개의 눈 가운데 어느 것이 바른 눈인가? 빨리 말하라.”

이에 마곡 스님이 임제 스님을 법좌에서 끌어내리고 마곡 스님이 대신 법좌에 올라앉았다. 임제 스님은 마곡 스님 앞으로 가까이 가서 “안녕하십니까?” 하니 마곡 스님이 잠시 머뭇거렸다. 임제 스님이 마곡 스님을 다시 끌어내리고 법상에 앉았다. 마곡 스님이 밖으로 나가버리자 임제 스님도 법상에서 내려왔다.

〈임제록〉의 가중 중요한 내용이라 할 수 있는 무위진인(無位眞人)을 말하는 대목도 있다.

“붉은 살덩이로 된 몸뚱이에 지위가 없는 참사람이 하나 있다. 항상 여러분들의 얼굴에 드나들고 있다. 증거를 잡지 못한 사람들은 잘 살펴보시오.”

그때 한 스님이 나와서 물었다.

“어떤 것이 지위가 없는 참사람입니까?”

임제 스님이 법상에서 내려와 그의 멱살을 꽉 움켜잡고 “어서 말해 봐 어떤 것이 지위 없는 참사람이야?”

그 스님이 머뭇거리자 임제 스님은 그를 밀쳐버리며 말했다.

“지위 없는 참 사람이 이 무슨 똥 막대기인가?” 하고는 방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시중(示衆)은 평범하게 대중에게 훈시한 법문들이다. 임제 스님이 특별히 강조하는 말씀이 나온다.

“요즈음 불교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참되고 바른 견해(眞正見解)를 구하는 일이다. 만약 참되고 바른 견해만 얻는다면 생사에 물들지 않고 가고 머무름에 자유로울 수가 있어 뛰어난 것을 구하지 아니하여도 뛰어난 것이 저절로 온다.”

또 부처가 누구인가 일러주는 말이 있다.

“그대들이 부처를 알고자 하는가? 바로 내 앞에서 법문을 듣고 있는 그 사람이다.”

〈임제록〉에 나오는 구절 가운데 많이 인용되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사대(四大)는 법을 설할 줄도 들을 줄도 모른다. 허공도 법을 설할 줄도 들을 줄도 모른다. 그런데 눈앞에 모양이 없는 밝고 신령스러운 것이 능히 법을 설할 줄 알고, 들을 줄 안다.”

                                                                    <지안 스님-조계종 고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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