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불교보현회 떡국떡 봉사팀

부산불교보현회는…1982년 7월 창립됐으며 현재 300여 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후 장애인과 국립마산병원(구, 국립마산결핵요양원)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18년 전 부터는 소년소녀가장 학생들의 교복 마련을 위한 떡을 판매하고 있으며, 그동안 금정중학교 등 종립학교에 교복을 지원해 왔다. 지난해 정부의 교복지원 사업이 시행되면서부터 장학금 지원사업으로 전환해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안성이 회장은 자원봉사와 불교 자비행 실천으로 1996년 진해 해군 법당에서 자랑스런 불자상, 2001년에는 부산 불교 신협 감사장, 부산 불교 조계종 포교원장상, 부산 불교 포교사단 공로패, 부산불교 조계종 포교원장상, 부산불교신도회 포교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조계종 불교여성개발원 제1회 108인에 선정됐다.

떡 이고 부산골목 누비는 보현회
1982년 보현회 창립, 회원 3백여 명
2002년부터 소년·소녀 가장 위해
떡 판매금으로 교복을 사주기 시작

최고급 쌀 떡국 떡 달동네까지 배달
금정중 등 종립학교에 보시금 전달
지난해 정부의 교복 지원 사업 이후
장학금 모금 사업으로 봉사행 이어

떡국이라는 음식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음식이다. ‘나이 한 살이라는 의미도 들어있는 떡국은 새해를 맞이할 때 덕담을 나누며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음식으로, 마음을 나누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새해 아침, 빠질 수 없는 음식이다. 그래서 주부들은 설날 음식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시장에서 떡을 사고 명절 음식을 준비한다. 그런데 설날이 오기 한참 전부터 떡국에 들어 갈 떡을 사는 게 아니라 팔기 위해 모이는 사람들이 있다. 부산불교보현회(회장 안성이) 봉사자들이다. 그들은 음력 설날이 오기 전, 사람들이 다니는 아파트 입구에 작은 돗자리를 깔고 떡국의 주 메뉴인 가래떡을 판매한다. 추운 겨울바람을 막아 줄 텐트 하나 없이 하얀 떡이 담긴 봉투를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떡 사세요!”를 외친다. 그리고 달동네에도 직접 머리에 떡을 이고 배달을 하고, 버스로 두 시간이나 걸리는 변두리까지 직접 전달한다. 18년째다. 이유는 형편이 어려운 소년소녀가장들의 교복을 맞춰주기 위해서다. 설날이 얼마 남지 않은 18, 떡국떡을 팔기 시작한 보현회 봉사자들을 부산 범일동에 위치한 보현정사에서 만났다.

 

떡으로 장만한 새 교복

보현정사에 도착하니 봉사자들은 떡 봉투에 담을 편지를 접고 있었다. 18년 동안 소년소녀가장들의 교복을 맞춰주고 있음을 알리는 편지였다. 떡을 사줘서 고맙다는 내용도 함께 담겨 있었다. 천천히 편지를 접으며 안성이 보현회 회장은 그동안 맺어온 인연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보현회가 떡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0년 전부터 인연을 맺고 도움을 줬던 소년소녀가장들에게 평소와 다름없이 필요한 생필품을 구입하고 건네던 때였다.

대구에 살던 소년소녀가장 남매 중 한 명이 중학교에 입학을 하게 돼 시장에서 필요한 옷을 사주고 있던 중, 무심히 안성이 회장은 교복은 선배들에게 받아 입으면 되겠지?”라고 물었다.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의 눈에 살짝 눈물이 비치는 것을 보고 안 회장은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아이들의 엄마는 집을 가출한 상태였고 아버지는 중풍으로 반신불구였어요. 가정형편이 어려워 낡은 교복을 받아 입어야하는 아이들 심정이 어떻겠어요? 차를 타고서 부산으로 내려오며 한참을 울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교복을 꼭 맞춰줘야겠다는 생각을 그 때 했지요

안 회장은 아이들의 눈에 맺힌 눈물을 보고서 함께 울었다.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가 남지 않기를 기도하며 무엇으로 교복을 사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보현회는 회원들의 회비와 보현정사에서 나오는 기도비로 운영되고 있었고 이미 예산이 정해져 있어 더 이상 여유 자금이 없을 때였다.

회비와 기도비 말고도 직접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출연한 교통방송에서 한 봉사자가 떡국에 들어갈 떡을 판매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바로 실행에 옮겼다.

안 회장은 당시 가장 쌀이 좋다는 청도쌀을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 청도까지 올라갔고 쌀 20가마니를 그 자리에서 구입했다. 학생들의 교복값 마련을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떡을 사는 사람들에게도 가장 좋은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18년이 지난 지금도 가장 좋은 등급의 국산 햅쌀을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좋은 쌀로 떡을 만들다보니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었고, 판매가 쉽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떡을 사는 사람들이 저렴하게 좋은 떡을 사고 학생들에게는 교복을 맞춰 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봉사자들은 모든 수공과정에 직접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방앗간에서 떡을 만들어만 주면 말려서 자르고 봉투에 담고 배달까지 모두 봉사자들이 담당하기로 했다. 그렇게 봉사해서 수공비를 아껴 떡을 팔면 2500원이 남았다. 소비자는 좋은 쌀로 만든 떡국 떡을 저렴하게 구입 할 수 있어서 좋았고, 보현회 회원들은 몸은 고되어도 교복 맞춰줄 학생들을 생각하니 저절로 어깨춤이 나왔다. 지금도 떡 2.2kg 한 봉지에 가격은 만 원으로 판매하고 있다. 매년 떡을 먹어 본 사람들은 다시 보현회에서 떡을 주문하고 단골이 된다.

그렇게 판매한 떡값은 종립학교인 금정중학교, 해동중학교, 홍제중학교에 전달된다. 지난해에도 금정중학교에 120만원, 해동중학교에 80만원, 홍제중학교에 80만원이 각각 전달됐다. 이뿐 아니라 보현회가 봉사를 이어오는 천마재활원, 성우원, 마산결핵요양병원, 양정재가노인복지센터 등에 떡 150 봉지를 무료 보시하고 행복한 새해를 발원한다.

보현정사에서 만난 봉사자들 가운데는 백발인 분도 있다. 나이가 80세에서 60세까지 모두들 적은 나이는 아니다. 하지만 달동네 배달을 위해 떡을 머리에 인 그들의 얼굴에선 힘겨움 대신 밝고 맑은 미소를 볼 수 있었다. 두 개만 들어도 5kg에 가깝지만 무거워도 괜찮으니 하나만 더 팔리면 좋겠다고 했다.

안성이 회장이 장애인에게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보현행으로 함께 성장하는 도반

안 회장은 웃으며 보현회 봉사자들을 향해 봉사는 남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고 했다. 봉사를 통해 사무량심을 알고 서로를 섬기는 좋은 도반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듯 봉사자들은 소감에서 행복하다”, “보람 된다”, “실천을 통해 성장했다등 봉사를 통해 얻은 기쁨을 설명했다.

안성자(65·부산 좌천동) 씨는 보현회가 창립 된 40년 전부터 함께한 창립멤버다. 안성자 씨에게 봉사 활동 중에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인지 물었다. 안성자 봉사자는 추위라고 답했다. 아파트 경비원에게 사정을 해서 거리에 돗자리를 펴기는 했는데 아파트 높은 건물들의 그늘 속에 있다 보니 골바람 속에서 계속 떨어야 했다. 아무리 따뜻한 옷을 입어도 몸이 꽁꽁 얼어붙었다고 했다. 게다가 방부제를 안 넣는 떡이라서 그날 가져간 떡은 모두다 판매를 해야 했다.

자동차가 지나 갈 때 떡을 들고 달려가서 사달라고 하는데 사실 부끄럽지요. 근데 봉사의 기쁨을 알고 나서부터는 아무 일도 아니더라고요. 가족들도 지금까지 빠짐없이 도와주며 보태고 있어요. 이름도 모르는 학생이지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니 정말 기쁩니다.”

보현회 봉사자 가운데 떡 판매 외 자신의 사비를 보태 학생들의 교복비를 지원하는 사람도 있다. 그는 어릴 적 힘든 가정 형편으로 한 달 동안 교복 없이 학교를 다녔다고 했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 어려운 학생들의 마음을 잘 안다고 말했다.

황혜숙(63·수정동) 봉사자는 어려운 환경 속에 있는 학생들이 행복하길 바란다며 무엇보다 보현회를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보현회 도반이 전해준 <법화경> 테이프를 통해 불교가 어떤 가르침인지 알게 됐습니다. 제 인생에서 잊지 못할 도반이 두 분 있어요. 한 분은 아이 수능 볼 때 절에 가자고 한 사람이며, 또 한 분은 불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 보현회에서 제작한 법화경테이프를 준 도반입니다. 그렇게 불자로 성장하면서 학생들을 위해 보살도를 실천할 때 이렇게 행복하구나 생각합니다. 행복의 원인이 실천임을 이곳에서 나눔을 통해 알게 된 것이죠.”

황혜숙 봉사자는 말을 마치며 제가 돈을 벌려고 이 추위에 떡을 팔아야 했다면 결코 못했을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보현회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이 근무하는 직장을 도량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김주연(65·부산 좌천동) 봉사자는 보현회에서 판매하는 떡을 배낭에 담아 회사로 가져가 팔았다.

회사에 갈 때 배낭에 떡을 넣어 불룩하게 만들어요. 근데 그것도 좋더라고요. 직장에서 떡국 떡을 먹어본 친구들은 매년 다시 주문합니다. 봉사도 봉사지만 정말 떡이 맛이 좋아 제가 자랑스럽기도 해요.”

김순임 (80·부산 범일동) 봉사자는 이제 나이가 80살이다. 30년 동안 보현회 봉사를 도우며 추억도 많이 생겨 삶이 풍성해졌다고 했다.

너무나 추워 힘이 들지만 즐거운 추억들도 많습니다. 여기 회원들 중에는 할머니가 많아요. 손자 손녀가 있어요. 그 작은 손자들이 회원이 되기도 하지요. 3살짜리 회원이 떡을 들고선 떡 사세요!’를 외치는 데 얼마나 귀엽든지이제 그 어린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됐어요. 서로의 가족을 알아봐주고 돌보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제 삶이 풍성해졌어요.”

 

멈추지 않는 보현회

보현회 봉사자들은 떡이 무거우면 머리에 이고서 다녔다. 주문을 받은 곳이 있으면 산동네도 마다하지 않았고 아무리 멀리 있어도 버스를 타고서 배달을 갔다. 택배는 이익이 얼마 남지 않아 할 수가 없었고 컴퓨터나 스마트폰은 익숙하지 않아 SNS를 통해 알리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보현회의 봉사는 멈추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봉사의지였다.

지난해부터는 교복을 정부가 지원한다고 해서 안 회장은 많은 고민을 했다고 했다. 교복 지원을 하게 되면 더 이상 이런 수고로움을 하지 않아도 됐다. 그래서 보현회는 이젠 교복이 아니라 장학금을 마련한다. 보현회 봉사자들은 멈추지 않고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과 부모가 없는 아이를 위해 다시 노점을 펼쳤다.

안 회장은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불자로 살아갈 것을 당부했다.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 산다면 분명 의미 있고 여법한 삶을 살게 된다며 그 외엔 바랄 것이 없다고 했다. 오직 그뿐이라고 짧게 답하며 떡을 집어 들고 말했다.

학생들의 장학금을 위한 떡입니다. 떡 사세요!”

해동중학교에 교복지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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