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신도’ 가능… 역할 방안 모색을

지도자·추종자로 분류해 포교적 접근
‘문화·명상·봉사’ 분야 프로그램 마련
사회 경험 발휘할 ‘회향출가제’ 필요해

그림 박구원

세대(世代)를 구분하는 기준은 다양하며, 세대의 특징을 표현하는 방식도 학자들에 따라서 여러 가지가 제시되고 있다. 보통 한 세대는 태어나고 성장해서 독립하여 자녀를 출산하는 시기까지의 기간으로 정해지는데 사람은 이 기간이 다른 동물에 비하여 매우 길다. 국어사전에서는 “어린아이가 성장하여 부모의 일을 계승할 때까지의 기간”을 한 세대로 정의하고 있는데 약 30년을 잡고 있다. 그러나 동시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공통의 의식을 가진 비슷한 연령대가 형성된다. 이들을 묶어서 특정한 호칭을 붙여서 다른 연령대와 구분하는 시대적 사조를 부여하기도 한다.

요즘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오팔세대 또한 이와 같은 관점에서 제기된 세대적 특징을 담고 있다. 오팔(OPAL)은 ‘Old People with Active Life’을 의미하는 신조어로 몇 가지 의미가 부여되어 있다. 오팔세대는 “나이가 들었지만 활동적인 생애를 살고 있는 노년층”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노인을 의미하는 연령이 높아지면서 오팔세대는 노년층에 진입하기 직전의 신중년층을 지칭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실정에서 살펴보면 오팔세대라고 부를 수 있는 이들은 주로 1958년도 이후에 출생한 베이비부머가 중심으로 이룬다. 그렇지만 은퇴를 앞두고 있는 50대들 중에서도 여가생활을 즐기면서 자신을 가꾸는데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서 소비를 주도하는 오팔세대들이 있다. 이들은 베이비 붐 세대의 중추였던 1960년대 생으로 과거에 이미 X세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연령층이다.

오팔세대는 높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소비층으로 분석되기도 하고, 문화생활의 욕구가 크고 인생의 이모작을 준비하면서 평생교육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 사찰에서 운영하는 전국의 불교대학에 입학하는 사람들의 연령층을 분석해 보면 대부분 5~60대가 주를 이루는 오팔세대에 속한다. 이들은 정년퇴직을 했거나 정년퇴직을 앞두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과 연수 활동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386세대를 모두 오팔세대로 분류하기에는 문제가 따른다. 왜냐하면 이들 세대 중에는 미래의 자신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오팔세대는 경제력을 가지고 있으나 그렇지 못한 386세대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집 한 채 장만하고 자녀들 결혼시키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에 있다. 그러나 이들도 자신을 위한 소비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작지만 자신을 위한 확실한 소비생활의 욕구는 가지고 있는 세대에 속한다.

오팔세대는 현재 불교계를 떠받치고 있는 중추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사찰에 처음 유입되는 대부분의 신도들도 5~60대이고, 신행활동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연령층도 이들이다. 또한 자녀들이 성년이 되어 독립가구를 이루고 손자손녀들도 태어나기 때문에 양육에 손을 보태주어야 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오팔세대는 핵심 불자층이면서 동시에 교단과 사찰을 외호하면서 적극적으로 보살행을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 연령층에 속한다. 이들 중에는 이미 많은 공덕을 쌓은 사람들도 있고, 새로 시작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근기나 조건에 따라서 지도자로 활동하도록 장을 열어줄 수 있는 사람들도 있고, 동참자로서의 역할에 만족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와 같은 특징을 보여주고 있는 오팔세대를 대상으로 사찰에서 적절한 포교전략을 세우고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도자와 추종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계층을 구분하여 육성하고 이들이 스스로 이끌어 가고 함께 따라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팔세대가 적극적으로 참여가 가능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분야는 문화 영역이다. 이들 세대 중에는 생활 속에서 여러 가지 문화 계승자로서의 전문성을 확보한 사람들이 있다. 이미 수십년간 국악이나 현대음악 분야에서 악기 연주, 노래, 춤 등 음악적 재능을 갖추고 있거나 수묵화, 서양화 등의 미술 분야에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뿐만 아니라 음식이나 차 분야는 물론이고 운동, 스포츠 영역에서 활동했던 전문가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전문성을 사찰의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서 활동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문화지도자들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사찰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동참자들을 결집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문화단체를 만들고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스스로 활동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시켜주어야 한다. 정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팀을 구성하고 광고와 홍보의 장을 만들어 준다면 결집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오팔세대가 관심을 두는 두 번째 중요한 영역은 명상 분야이다. 명상은 요즘 세대에 관계없이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실참에 참여하는 인구도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명상단체와 지도방법이 우후죽순처럼 난립하면서 국적 불문의 효과성조차 검증되지 않는 상업주의적 명상법이 도처에서 혹세무민의 수준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조류에도 불구하고 불교계는 간화선과 위빠사나 등 전문적인 수행법을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중적으로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응용명상 프로그램을 만들고 일반 지도자들을 육성해서 수행지도자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요구되고 있다. 응용 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명상과 수행에 동참하고 자신들의 재능과 명상을 연계하여 활동할 수 있는 지도자 교육 및 실참 과정을 개설할 필요가 있다. 문화와 명상을 연계시키면 흥미유발과 동기부여의 측면에서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

오팔세대는 다양한 삶의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으며, 적극적인 봉사활동도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전국 시군구 단위로 자원봉사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민간 봉사단체들이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그렇지만 불교계는 지역 봉사센터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사찰 봉사단체들의 수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오팔세대 중에서 자원봉사 지도자를 발굴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봉사분야의 전문성을 강화시켜줄 필요가 있다. 

오팔세대가 가지고 있는 특징들은 전국의 각 사찰의 환경과 융합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때문에 각 사찰에서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포교방법을 적극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들이 가지고 있는 잔존 자원을 사찰에서 보살행을 통해 회향할 수 있도록 회향출가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회향출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화나 재능을 사찰에서 회향하고 그 속에서 삶의 보람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역할을 부여하는 기간출가 방식이다.

재가불자로서 일정기간 사찰에서 생활하면서 신행생활과 사찰 내외의 각종 봉사활동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는 회향출가자들이 많아진다면 사찰의 부족한 인력을 대체할 수 있고, 전문성을 갖춘 포교사로 활동할 수도 있다. 오팔세대에 대한 불교계의 분석들이 말의 성찬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구체적인 종책으로 다가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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