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기자의 책 속으로

 

장산 지음/조계종출판사 펴냄/ 1만 5800원

 

“사람은 본시 착한디, 그란디 왜 잘못되는가 하면 욕심 때문이라 그것여. 그라믄 어떡하냐 하먼 욕심만 버리면 된다 이거여. 그것 같고도 안뎌. 또 뭐냐 하먼 부지런하고 공부도 해야 허구요, 그리고 눈으로 보는 거, 귀로 듣는 거, 그거 다 내가 아녀. 눈 따라가고, 귀로 들은 것 따라가다 보먼 다 망하는겨. 내 안에 있는 내 맴도 나 아니지라. 언제 변할지 모르는 게 맘여. 그라먼 뭐로 중심을 잡아야 쓰것소? 그 맘은 부처님 같은 맘을 써야 한다” 243 P

이 책에는 전국 방방곡곡 홀연히 길을 떠난 장산 스님이 마주한 풍경들로 가득하다. 불현듯 도반의 연락을 받고서, 또는 계절이 바뀌거나 갑자기 호기심이 생겨 떠난 길 위에서 스님은 눈부신 정경과 인상적인 사람들을 만난다.

또 이 책의 표제가 된 <달을 병에 담은 동자승>에는 자상한 노스님과 순수한 동자승의 대화가 훈훈하게 그려진다.

세상 사는 사람들 속 장산 스님의 ‘이야기 스케치’에는 위트가 넘친다. 남원 광한루에서 춘향이와 이몽룡을 즉석 연기하는 유쾌한 청춘남녀, 울산 진하 해변을 덮친 해무를 보며 처용가를 읊는 교포 3세 고대 언어학자 헤일리 킴, 가야산 해인사에 살던 기인 앵금이 등 저마다의 개성을 간직한 이들이 보통의 우리네 삶에서 벌어지는 각양각색의 모습들을 이야기한다.

장산 스님은 순수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로부터 얻은 깨달음을 이 책의 각 글 말미에 짧은 시구절로 남겨 깊은 여운을 자아냈다. 책 곳곳에 그려진 세밀화는 다방면에 취미가 있는 장산 스님의 솜씨다. 스님은 숨겨진 옛날이야기들을 마치 곁에서 들려주는 듯 친근하게 풀어나가며 삶에서 되새겨야 할 지혜와 교훈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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