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쫑카빠 대사 열반 600주년 기념법회

남인도 티베트 망명촌 사원에서
구랍 14~21일 달라이라마 법주
전 세계 곳곳 3만여 불자 운집해
쫑카빠 대사 가르침 깊이 되새겨

한국에서도 50여 사부대중 참가
한국 전통연등 함께 나누며 화합
달라이라마 “한국인들에게 감사”

달라이라마가 쫑카빠 대사의 소형 동상과 사리탑을 영접하고 있다. 사진=달라이라마 공식사무국

눈의 나라의 지자(智者)들 가운데 가장 장엄한 쫑카빠, 롭상닥빠의 발아래 기원합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3만여 대중이 모두 한 목소리로 쫑카빠 대사(1357~1419)를 찬탄하는 게송을 염송했다. 따가운 햇볕에도 아랑곳 않고, 여기저기 모여 앉은 불자들의 눈은 단상에 마련된 법좌에 앉은 달라이라마를 향하고 있었다.

남인도 카르나타카주 문드곳(Mundgod), 티베트 망명촌에 소재한 데뿡(Dreping)사원과 간댄(Ganden)사원에서는 구랍 1214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간 달라이라마를 법주로 쫑카빠 대사 열반 600주년을 기념하는 법회가 성대히 봉행됐다.

쫑카빠 대사는 달라이라마가 속한 종단인 겔룩파의 개조로 티베트 불교를 혁신한 사상가로서 티베트에서는 2의 붓다로 추앙받는 스님이다. 특히 올해는 열반 600주년을 맞아 국제 쫑카빠의 해로 선포, 세계 각지에서 학술대회와 기념법회가 봉행됐다. 특히 티베트 불교가 전해진지 오래된 대만과 싱가포르에선 지난여름 베삭(Vesak)에 맞춰 대법회가 열렸다. 한국에서도 1025일 한국불교학회에서 티벳불교 톺아보기라는 주제로 기념학술대회가 개최됐다.

14일 오전, 데뿡사원 고망(Gomang)강원의 새 법회장을 개원하는 행사에서 짧은 법문을 가진 달라이라마는 거듭해서 수행정진을 강조했다. 특히 법회에 많이 참석한 몽골불자들에게 몽골은 맛있는 양고기를 먹는다고 한다. 여러분이 이 먼 남인도까지 온 것은 다른 맛의 양고기를 먹으러 온 것이 아니다. 오직 불법을 공부하고 정진하기 위해서 온 것이라며 농담을 섞은 격려를 전했다.

또한 달라이라마는 망명사회 속에서 수많은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는 가운데, 선한 마음을 가진 많은 보시자들과 후원자들 덕에 여법한 수행환경이 이루어졌다며 망명난민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맹정진하는 스님과 외호하는 사부대중에게 감사를 표했다. 현재 데뿡사원과 간댄사원에는 각각 5천여 명의 대중스님들이 상주하며 수행하고 있다.

쫑카빠 대사 열반 600주년 행사가 열린 간댄사원. 쫑카빠 대사가 직접 창건했으며, 망명 티베트인들이 남인도에 재건했다.

이번 남인도 기념법회는 법주인 달라이라마의 일정상 문제로 당초 계획에 비해 조금 간소하게 진행됐다. 또한 티베트 망명촌이라는 지역적 특성에 따라 외국인 방문자들이 필요한 허가증(PAP, Protect Area Permit)의 발급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일부 기념행사가 보드가야로 옮겨졌다.

그 결과 많은 외국인 불자들이 일정을 보드가야로 변경하면서 참석자들이 분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에서 3만여 사부대중이 기념법회에 참석했다. 한국에서도 50여 명의 불자가 어려운 길을 마다않고 남인도 법회에 참석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불자는 일정이 변경 되고 법문이 적을 것이라는 이야길 들었지만, 수만 명의 대중스님들이 계신 법회에 오고 싶었다며 남인도에 온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달라이라마는 또 16, 대뿡사원 로쎌링(Loseling) 강원에서 열린 법회에서 오늘은 장수관정을 드리기로 한 날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평안한 마음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달라이라마는 평안한 마음을 가지면 신체의 기관들이 균형을 이루고, 몸에 균형이 잡히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그러나 마음에 욕심과 번뇌가 수시로 일어나면 아무리 기도를 많이 하고 오래 살기 위한 의식을 하여도 그다지 효과가 없다고 법문을 이어 나갔다.

또한 불법의 핵심은 보리심과 공성의 지혜이며, 이것을 닦으면 선하고 평안한 마음을 일어난다. 그러므로 불자들은 단지 부처님을 믿으면 된다라고 해선 안 되며, 믿고 의지하는 그 분이 어떤 분인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라이라마는 이날 반야심경을 인용하며 마음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라이라마는 반야심경에서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 한 것처럼 세상과 진리는 하나지만 각각으로 설명되기도 한다며 무자성인 진리를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서 역시 삼세의 모든 부처님께서 반야바라밀에 의지해 무상정등각에 이르셨다고 설한다. 오직 반야바라밀에 의지해야 부정적인 번뇌와 감정을 제거하고 결과적으로 부처를 이룰 수 있다는 말씀이라며 지혜를 키울 것을 독려했다.

쫑카빠 대사의 열반 당일 한국의 전통연등으로 진행된 제등행렬이 주목받았다.

간댄사원 쟝쩨강원의 전 방장인 쟝쩨 켄수르 린뽀체는, 이 법문에 대해 핵심적인 요약을 부탁한 기자의 질문에 여기에 오느라 시간과 많은 돈을 썼을 것이다. 비록 돈을 다 써버린다 해도 무언가를 가지고 돌아가야 법회에 온 보람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선한 마음이다. 선한 마음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자비를 내어야 하고, 또 자비만으론 성불에 이를 수 없으니 공성의 지혜를 갖춰야 한다고 요약했다.

1220, 간댄사원에서는 달라이라마의 개회를 시작으로 제 쫑카빠: 가르침과 유산이라는 주제로 국제학회가 진행됐다. 각국의 불교학 석학들이 모여 쫑카빠 대사의 사상적 견해와 역사적인 흐름에 대한 발표를 이어갔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로버트 서먼 교수는 쫑카빠 대사는 과거가 아니다. 바로 현재다. 달라이라마 존자님과 많은 스승들이 그 가르침을 전하는 한 그분의 가르침은 살아 숨 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술대회는 영어, 티베트어, 중국어, 스페인어, 일본어 등으로 각각 동시통역됐다. 대뿡과 간댄사원의 강원에서 전통적인 교육을 받는 학인스님들은 서양식 학술적 연구로 발표되는 쫑카빠 대사의 이야기가 흥미로운 듯 열띤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쫑카빠 대사의 열반일 당일인 21일 아침, 20여 명 남짓한 한국인 불자들과 만난 달라이라마는 멀리에서까지 법을 위해 이곳에 와주신 한국인들에게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오전 간댄사원에서 봉행된 기념식은 몽골의 간단다찬 사원의 방장스님을 비롯, 티베트 불교가 전해진 외국의 불교대표와 티베트 망명정부 인사들의 연설로 시작됐다. 쫑카빠 대사를 대신하는 겔룩파의 종정 간댄티빠와 달라이라마의 짧은 법문도 함께했다.

이날은 전통적으로 각 가정과 사찰에 초와 등불을 켜서 공양을 올리고, 사찰과 탑을 요잡하는 풍습이 있다. 한국에서 참석한 불자들이 직접 인도에서 제작한 한국의 전통연등은 단연 이목을 끌었다. 100개의 연등을 티베트 스님들과 함께 나눠 든 한국불자들은 쫑카빠 대사를 찬탄하는 게송을 염송하며 간댄사원 경내에서 제등행렬을 봉행했다.

대만에서 온 한 불자는 한국에 이렇게 아름다운 연등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세계의 많은 불자가 이곳 남인도에서 한마음으로 큰 스승의 유덕을 기린다는 것이 가슴 벅차다고 흥분된 얼굴로 말했다. 아름다운 연등으로 수놓은 밤을 마지막으로 남인도에서 열린 대법회가 여법하기 회향됐다.

쫑카빠 대사를 기리는 촛불장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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