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트렌드, 어디까지 왔나]
전 세계서 급성장하는 비건 사랑… 한국도 마찬가지
유튜브·어플리케이션 채식 콘텐츠 늘어 ‘녹색바람’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인구가 150만 명을 넘어섰다. 10년 전보다 약 2배가량 증가한 숫자다. 해외에서는 이보다 빠르게 채식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2019년을 비건(vegan)’의 해로 선정했다.

혹자는 말한다. 채식은 먹을 것이 없다고. 그리고 건강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혹은 채식에 대한 정보가 없다고 소리친다. 과연 그럴까? 우리는 채식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을까. 바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해 현재 우리나라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채식 트렌드를 소개한다.

과거 소수의 개인취향으로만 여겨졌던 채식. 이제는 정말 과거의 이야기다. 최근 채식인구의 확대는 하나의 산업군 형성으로 이어졌다. 이른바 비거노믹스(비건+이코노믹스)’. 빌 게이츠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맥도날드 전 CEO 돔 톰슨 등이 투자자로 참여한 비건 식품회사 비욘드미트(Beyond Meat)는 지난해 5월 나스닥 상장 첫날 시가총액 38억 달러에 달하는 대기업으로 거듭났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는 201742억 달러 규모인 대체육류 시장이 202575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채식문화 형성에 따라 국내에서도 채식시장이 발달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채식을 알리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시대 흐름으로 자리 잡아가는 채식, 그 트렌드를 정리했다.

비건 유튜버 ‘초식마녀’의 유튜브 페이지. 비건 레시피부터 비건의 일상생활, 비건 먹방, 비건 제품 후기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유튜브 갈무리.

뉴미디어로 만나는 채식
세상의 모든 정보가 유튜브로 이어지는 시대, 비건들도 유튜브를 활용해 채식을 알리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유튜버는 초식마녀박지혜 씨와 단지앙장지은 씨다. 둘은 현재 채식 유튜버의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이들이 제공하는 영상은 여느 유튜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먹방을 찍고, 여행이야기를 올리고, 화장품 사용후기와 음식 레시피 등을 공유한다. 다만 영상에 등장하는 모든 음식과 제품이 비건이라는 게 특징이다. 수십·수백만 명에 달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유튜버는 아니지만 수천 명의 구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채식은 먹을 게 없다는 대중의 편견을 바꾸고 있다.

이들뿐만 아니라 유튜브에서 채식을 검색하면 비건 전문 유튜버는 아니어도 수많은 유튜버들의 채식이야기와 채식의 장점을 설명한 다큐까지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는 채식 레시피를 정리한 어플리케이션이 다수 등장했다. 대체적으로 해외업체에서 만든 어플리케이션이 인기가 높다. 많지는 않지만 한국어로 정리된 어플리케이션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다이어트 초콜릿 치즈케이크·딸기 오트밀 스무디 등 채식요리와 더불어 다양한 디저트를 만드는 방법까지 소개하고 있다.

어플리케이션 채식한끼는 전국에 위치한 채식전문 식당을 소개하고, 주소와 메뉴·가격 등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식당 이용자들의 후기도 볼 수 있도록 연계해 어플리케이션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직접 개발자들이 발품을 팔고, 어플리케이션 이용자들의 제보를 받아 식당을 추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만 식당 244곳과 메뉴 867개가 추가되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비건 작가 민김이(본명 김민결)’는 지난해 9월 비건 요리일상만화 <..> 출판을 위한 크라우드펀딩에 나섰다. 민김이는 현대인의 식탁에 오르는 고기가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는지 알게 된 후 비육식을 시작했다. 동물에게 행해지는 폭력과 착취, 기후위기 등을 바라보며 채식에 대한 이해를 돕는 가벼운 만화책을 만들었다.

민김이의 크라우드펀딩은 123명의 후원자들 덕에 성공적으로 목표액을 채웠다. 116페이지의 분량으로 완성된 만화책은 머리말부터 등장인물 소개, 프롤로그(꿈 이야기), 프롤로그2(이야기 시작), 레시피, 감사의 말로 이어진다. 또한 비건으로 살아가며 경험하게 된 고민은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코너에 담았다.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CU에서 출시한 비건 음식들. 양사 모두 버거와 김밥을 선보였으며, CU는 간편식 도시락도 출시했다. 사진=각사 공식 페이스북

편의점 업계도 채식 주목
채식은 현대인의 소비성향을 가장 밀접하게 공유하는 편의점 업계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편의점 업계에서 비건 메뉴가 등장한 것이다. 그동안 소수로 여겼던 완전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메뉴 선택지가 생겨 이목을 끈다.

가장 먼저 비건 메뉴 생산에 나선 업체는 CU. 100% 순식물성 원재료를 활용해 만든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를 지난해 11월 내놨다. 도시락과 버거, 김밥 등 3가지 종류로 선보인 채식주의 비건 메뉴는 통밀이나 콩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식물성 고기가 사용된다. 달걀·우유·버터도 들어가지 않으며, 소스에도 동물성 성분을 없앴다. 콜레스테롤 함량도 0%에 단백질 함향이 높아 영양면에서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가격도 기존 편의점 간편식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 부담을 줄였다.

CU에 이어 세븐일레븐도 곧바로 식물성 고기로 만든 언리미트 만두를 출시했다. 언리미트 만두는 3분 렌지업만으로 간편하게 즐기는 냉동만두다. 갈비맛·김치맛 2종으로 나뉘며 푸드 테크 스타트업 지구인컴퍼니가 개발했다. 현미와 귀리, 견과류로 만든 100% 식물성 고기 언리미트(Unlimeat)’라는 대체육류를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탄수화물과 지방 수치를 낮추고, 소고기 등심과 비교해 단백질 함량은 2배가량 높였다. 세븐일레븐은 여기에 이어 콩단백질로 만든 고기를 사용한 콩불고기버거와 버섯콩불고기김밥을 내놓으며 편의점 업계 비건 메뉴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개발되고 사회전반으로 확산되는 채식문화. 진정한 채식트렌드를 한눈에 보고 싶다면 비건축제로 떠나자. 오는 313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양재동 aT센터 제1전시장에서는 국내 최대 비건전문 전시회 3회 비건페스타가 열릴 예정이다.

비건페스타는 국내외 다양한 비건 제품을 비롯해 채식에 대한 세계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비건 산업 플랫폼이다. 지난해 열린 제2회 비건페스타에는 96개 업체가 참가해 3일간 24000여 명이 방문해 성황을 이뤘다. 당시 참가업체 78%가 재참가 의향을 밝히고, 87%의 업체가 행사에 전반적으로 만족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약 3만여 명의 관람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제3회 비건페스타는 B2C(Business to Consumer)뿐만 아니라 B2B(Business to Business) 상담도 이뤄진다. 조기신청 마감일인 110일까지 참가 신청한 업체에는 20%의 할인혜택이 주어지며, 관람객은 23일 이전 1차 사전등록 시 40% 할인된 금액으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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