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미래 그리는 아홉 스님 용맹정진

지난해 11월 11일 열린 동안거 입재식에서 천막결사 안거 정진에 들어간 9명의 스님들이 입방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당신이 보리수 아래서 선정에 들며 맹세하듯 저희도 당신을 따라 맹세합니다. 이 자리에서 내 몸은 말라버려도 좋다. 가죽과 뼈와 살이 녹아버려도 좋다. 이 자리에서 죽어도 결코 일어서지 않으리라.”

지난해 11월 11일, 위례천막결사 상월선원에 방부를 들인 9명의 스님들이 무문관 동안거 정진에 들어가며 부처님 전에 고한 서원이다.

조계종 前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해 성곡·호산·무연·심우·진각·재현·도림·인산 스님은 현재 눈과 비, 최소한의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비닐하우스 상월선원에서 정진을 이어가고 있다.

입방 전 9명 스님들은 △하루 14시간 이상 정진 △하루 한 끼 공양 △옷 한 벌만 허용 △양치만 허용하고 삭발·목욕 금지 △외부인 접촉 금지하고, 천막 벗어나지 않기 △묵언 등을 골자로 한 청규를 정하고 이를 지키며 수행 중이다.

또한 이들 스님들은 규약을 어길 시 조계종 승적에서 제외한다는 각서와 제적원까지 총무원에 제출했다. 생명과 같은 승적까지 걸고 수행에 들어간 것이다.

천막결사, 어떻게 시작됐나
이 같은 ‘천막결사’는 조계종 총무원장 퇴임 이후 2차례 백담사 무문관에서 동안거 정진을 했던 자승 스님의 “안거 한철만이라도 치열하게 정진해보자”는 제안으로 시작됐다.

본래 자승 스님의 처음 계획은 서울역에서 혼자 노숙 정진을 하며, 그곳을 배회하는 노숙인들과 함께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위의 만류로 대중들이 꾸려졌고, 장소도 다시 논의됐다.

서울역을 비롯해 종로 탑골공원 원각사지, 광화문들이 후보지로 거론됐으나 여러 어려움이 있어서 최종적으로 위례신도시 법당 건립 부지로 결정됐다. 위례신도시 법당은 2020년 중으로 본격적인 불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대해 선원 지객 소임을 맡은 호산 스님은 동안거 결제 전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위례신도시 법당 건립 부지에서 이뤄지는 스님들의 용맹정진으로 신도시 포교를 위한 종단의 불사가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 최고의 도량을 건립하길 기원하며 정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거 정진 대중 어떻게 생활하나
‘문 없는 문’을 의미하는 상월선원 무문관에서 스스로를 가둔 채 수행 중인 9명의 스님들은 어떻게 정진하고 있을까. 

아홉 스님들은 새벽 2시 기상해 죽비로 예불을 올리고 하루 14시간 정진을 이어간다. 정진은 50분 참선, 10분 포행의 형식으로 이뤄진다.

공양은 오전 11시 선방 배식구로 하루 한 끼 도시락으로 제공한다. 도시락 내용물은 쌀밥의 경우 200g을 채 넘지 않는다. 과일의 경우 사과와 배 등 칼을 사용해 껍질을 벗겨야 하는 과일은 제외된다.

차와 커피 역시 검박하다. 선원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다구와 원두커피는 찾아볼 수 없다. 차는 티백으로, 커피는 봉지커피로 대체됐다.

가장 문제는 추위다. 하지만 9명 스님들은 최소한의 방한도구로 이겨낼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추위가 걱정된 외호대중이 발열조끼를 선방 안에 넣었지만, 9명 스님들은 다음날 바로 돌려보냈다. 핫팩 역시 제공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상월선원 총도감 혜일 스님(성남 봉국사 주지)은 “선방 내 커피포트가 있는데 제공된 물통으로만 추위를 이겨내려고 하시는 것 같다. 결연한 정진 의지를 느낄 수 있다”면서 “사부대중이 함께 정진하며 9명 스님들에게 힘을 보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열린 결사’로 진화하는 중
9명 스님들의 동안거 입재 이후 52일째가 되어가는 현재 위례천막결사 상월선원은 9명 스님들의 용맹정진 수행처이자 외호대중들의 야단법석 기도·수행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동안거 입재 이후 상월선원에는 평일과 주말을 가릴 것 없이 전국 사찰을 비롯해 동국대 등 종립학교, 포교단체에서 선원을 찾아 기도 정진을 하고 있다.

상월선원 측에 따르면 하루 평균 1000명 이상, 많을 때에는 3000명 이상이 선원을 찾기도 했다. 한 달여 만에 5만 명이상의 불자들이 선원을 찾아 정진 중인 스님들을 응원하고 기도 정진을 한 것이다.

외호대중을 천명한 사찰들도 게으름 없이 정진 중이다. 조계사는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에 상월선원을 찾아 정진하고 있다. 봉은사는 둘째, 넷째주 목요일에 개최하던 상설음악회 ‘박범훈의 소리길 여행’의 장소를 상월선원으로 옮겼으며, 매주 토요일마다 봉은사 사부대중들의 정진 동참도 이뤄지고 있다.

두 차례의 철야정진도 있었다. 구랍 7일에는 조계사, 봉은사, 봉국사 대중을 중심으로 첫 철야정진이 봉행됐으며, 구랍 14일에는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이 철야정진으로 9명의 스님들을 외호했다.

자원봉사와 보시도 위례천막결사를 이끄는 힘이다. 용인 대덕사 명선다례원은 매일 자비로 다과 물품을 구입해 선원을 찾은 대중에게 보시하고 있다. 봉은사와 봉국사에서도 대중공양을 올리고 있으며, 화장실·법당청소 자원봉사자들도 20여 명에 달한다.

‘상월선원천막결사’ 유튜브 채널과 밴드 개설·운영도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시대의 결사 모습이다. 특히 현재 1700여 명이 구독 중인 ‘상월선원천막결사’ 유튜브 채널은 선원 일정 공지부터 정진 현장을 생생하게 불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뜨거운 ‘대중 무문관’ 열기
일반 대중이 스스로 무문관 수행을 체험해보는 체험관 ‘대중 무문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12월 7일 공식적인 운영에 들어간 ‘대중 무문관’은 불교 오피니언 리더 윤성이 동국대 총장, 이기흥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선상신 前 불교방송 사장, 임명배 前 한국에너지공단 상임감사가 입방해 1박 2일동안 수행하며 시작을 알렸다.

구랍 8~9일에는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범해 스님, 수석부의장 장명 스님, 차석부의장 법원 스님이 ‘대중 무문관’에서 수행 체험을 진행했으며, 구랍 13~15일엔 조계사불교대학 최고위 과정 여성불자 4인이 정진에 동참했다. 박종수 본지 사장도 구랍 22일부터 23일까지 ‘대중 무문관’에 방부를 들이고 정진 체험을 하기도 했다.

올 1월 초에는 중앙종회분과위원장 각림·함결·제정·만당 스님이 대중 무문관에 방부를 들이고 정진할 예정이다.

한국불교사에서 유례가 없는 수행·기도·봉사의 현장이 되고 있는 위례천막결사의 의미를 조명하는 시도도 이뤄졌다.

구랍 28일에는 불교학자, 불자 교수들이 함께하는 학술토론회가 열렸다. ‘상월선원 천막결사의 역사적 의미와 과제’를 주제로 열린 학술토론회에서는 ‘중생과 함께하는 붓다, 붓다와 함께하는 중생- 상월선원 천막결사의 시대적 지향(김응철, 중앙승가대)’과 ‘결사, 붓다 정신의 근원적 지평을 향한 불교의 의지- 상월선원 천막결사의 역사적 의의(황순일, 동국대)’가 각각 주제 발표됐다.

이후에는 ‘상월선원 천막결사의 정신,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를 주제로 종합토론이 이뤄졌다. 지정토론자로는 자현 스님(중앙승가대), 혜명 스님(동국대 경주캠퍼스), 김성규(영남대 의과대학), 박인석(동국대), 송일호(동국대), 최응천(동국대), 서운교(동국대), 이범수(동국대), 이병두(종교평화연구원장) 등이 참여했다.

총도감 혜일 스님은 상월선원 천막결사에서 새로운 수행·신행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봤다. 혜일 스님은 “한 달동안 5만 명이 넘는 대중들이 선원을 찾아 자발적으로 법회를 열고 기도하는 것은 9명 스님들의 정진력에 감화됐기 때문”이라며 “9명의 스님들의 수행, 이를 통한 전국 불자들 기도 정진, 봉사로써 외호 실천이 상월선원에서 아름답게 구현되고 있다. 앞으로도 결사가 원만 회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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