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선원 외호, 우리가 이끈다

위례천막결사 상월선원에는 휴일이 없다. 밤낮없이 정진 중인 9명의 스님들은 물론이거니와 매일 1000~3000명의 사부대중들도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기 때문이다. 9명 스님들을 시봉하고 전국 불자들을 맞이하는 것은 상월선원에 상주하고 있는 외호대중들이다. 이들은 상월선원에서 정진 중인 9명 스님들이 수행에 불편함이 없도록 살피고, 불자들이 법회와 기도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다. 상월선원을 이끄는 또 다른 힘, 외호대중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봉사자 대중에 감사할 뿐”- 총도감 혜일 스님
혜일 스님은 상월선원 총도감 소임을 자임했다. 조계종 前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2번의 무문관 동안거를 나고 노천 안거를 제안했을 때 혜일 스님은 허리에 지병이 있어 정진대중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대신 백련사 주지 소임 당시 무문관을 운영하며 스님들을 외호했던 경력이 있어 “도감 소임을 보겠노라”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11월 11일 동안거 입재 이후 상월선원은 아홉 스님의 용맹정진 수행처이자 전국 불자들이 찾는 기도처가 됐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불자들이 상월선원을 찾아 법회와 기도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좋지만, 혜일 스님의 목표는 오로지 ‘무탈 회향’이다.

그래서 혜일 스님의 가장 걱정은 9명 스님들의 건강이다. 9명 스님들은 오로지 물통 2개로 추위를 이겨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저체온증이 염려돼 응급처치 매뉴얼을 제작했고, 이를 응급물품과 함께 선방 안으로 넣을 계획이다.

혜일 스님은 “항상 존경하는 마음으로 외호하고 있다”며 “선원을 찾아 기도하는 불자들에게도 항상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9명 정진 대중과 전국 불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모시고 있다”고 밝혔다.

말미 가장 감동스러운 순간을 물었다. 혜일 스님은 ‘봉사자’를 꼽았다. 스님은 “매일 자발적으로 법당과 화장실 청소하고 차와 음식을 공양하는 봉사자가 있어 상월선원이 운영될 수 있었다”면서 “봉사자들을 통해 보살을 보고 있다. 이들이 나를 가장 ‘심쿵’하게 한 분들”이라고 말했다.

“기도로 외호정진합니다”- 미륵불 기도처 환풍 스님
상월선원 천막결사 수행처를 내려다보고 있는 부처님이 계시다. 호국사자사 대중이 세운 미륵불로 이곳을 기도 정진처로 삼고 외호정진하는 스님이 있다. 바로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환풍 스님(남양주 묘적사 주지)이다. 환풍 스님은 오전 9시까지 상월선원에 와서 법당 기도를 진행하고,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미륵불 기도처에서 9명 스님들의 안거 정진이 원만 회향하도록 기도를 올리고 있다.

환풍 스님은 현재 정진하고 있는 대중에 대한 무한한 존경을 표했다. 환풍 스님은 “前 총무원장 자승 스님부터 동료 중앙종회의원 심우·도림 스님, 도반인 호산·무연·재현 스님까지 존경하는 스님들이 엄동설한 속에서 수행 정진하고 있다”며 “근기가 약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분들이 정진을 원만 회향할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이다. 이는 조계종도로서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환풍 스님은 “9명 스님들의 수행정진은 ‘이사무애(理事無碍)’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하며 “추위와 고통을 감내하며 보여주는 큰 서원이 무엇인지를 우리 대중은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환풍 스님은 앞으로 더 추워져 주석 사찰에서 오고 감이 어려워지면 상월선원에서 상주하며 기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기도를 통한 외호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환풍 스님은 “앞으로 추운 날씨만 남았다. 선원에서 정진하는 9명 스님들이 더 열심히 정진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9명 스님 원만회향만을…” -시자 효연 스님
외호대중에서도 시자 소임을 맡고 있는 효연 스님은 상월선원에 24시간 상주하며 정진 중인 9명 스님들의 원만 회향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선원을 찾는 전국 불자들의 법회를 돕는 것도 스님의 역할이다.

스님은 매일 새벽 4시30분이면 기상해 도량석을 돌고 새벽 5시에 새벽예불과 참선을 한다. 오전 7시 공양그릇을 퇴공하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기도객 안내, 사시불공으로 바쁜 일과를 소화한다.

양평 상원사 용문선원 의정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효연 스님은 서울 수국사에 상주하며 동국대에서 공부하던 중 시자로 발탁돼 학교를 휴학하고 외호대중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고생이 많았지만, 지금은 몸에 익어 조금은 시자 소임을 보는 게 나아졌다는 효연 스님은 “엄동설한 속에서 정진하는 9명의 스님들의 정진을 보면 허투루 살 수 없다. 젊은 제가 추위와 체력 부족으로 고생하는 데 석달을 오롯이 정진하는 스님들을 자연스럽게 존경하게 된다”면서 “9명 스님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이제는 묵묵히 맡은 소임을 실수 없이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어른 스님들이 무탈하게 정진을 회향할 수 있도록 열심히 시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사 기록·홍보 맡겨주세요- ‘상월선원천막결사’ 유튜브팀
상월선원 천막결사에 차별성은 ‘디지털’에 있다. 21세기 미디어 혁명시대의 결사임을 반영한 듯 상월선원은 ‘상월선원천막결사’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이를 이끄는 것이 출재가 4인으로 구성된 유튜브팀이다.


전체적인 디렉팅은 정오 스님이 담당하고, 영상 편집은 원준 스님이, 촬영은 정상훈(동국대 대학원)·김민겸(한국전통문화대학) 씨가 맡았다.

유튜브를 담당하고 있는 4인이지만, 결사에서 소임을 맡기 전까지는 유튜브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재가자들은 유튜브를 보기만 했지 자신이 유튜버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정오 스님은 “지난해 10월 27일 소임을 맡고 평생 볼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예능프로그램부터 인기 유튜브 영상과 썸네일까지 샅샅이 찾아 분석했다”면서 “그래도 문외한이다 보니 처음 시작할 때는 하루 2~3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 지금은 조금은 익숙해진 편”이라고 말했다.

유튜브팀이 올리는 영상콘텐츠는 오는 길 설명부터 법회 법문과 풍경, 선원 일상 브이로그까지 다양하다.

정오 스님은 “일반적으로 결사라고 하면 장엄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상월선원 유튜브 콘텐츠는 온 국민이 편안하고 즐겁게 접할 수 있게 시청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면서 “상월선원에 이뤄지는 모든 수행·신행·봉사들을 영상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유튜브팀의 주요한 책무”라고 밝혔다.

추위 이기는 茶 한잔 어때요- 용인 대덕사 명선다례원
상월선원으로 들어서는 초입에는 항상 차향(茶香)이 머문다. 그곳에 용인 대덕사의 명선다례원(원장 김정숙)이 다도봉사를 하고 있어서다.

용인 대덕사 명선다례원은 상월선원 천막결사의 시작을 알리는 고불법회 때부터 현재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다도봉사는 매일 8명이 하고 있다. 주 2, 3회 봉사하는 인원 5명과 김종숙 원장을 비롯해 매일 참여하는 2인이 일정을 조율해 봉사팀을 운영하고 있다.

매일 오전 9시 상월선원에서 봉사를 시작하는 이들은 오후 5시까지 꼬박 선원 내방객들을 맞이한다. 하루 평균 1000명 정도, 많을 때에는 3000명이 선원을 찾지만, 전혀 힘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김종숙 원장은 “상월선원에서 정진 중인 9명의 스님들이 주는 기운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전혀 힘들지 않다. 보람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구랍 23일)현재까지는 오후 5시까지 봉사했는데 앞으로는 오후 9시로 봉사시간을 늘렸다. 다도 봉사단이 자리를 비우면 왠지 허전하다는 불자들의 의견이 많기도 했고, 환풍 스님과 미륵부처님 기도처에서 오후 9시까지 기도 정진하기 위해서 선원에 남아 봉사하고 기도할 계획”이라며 “오후 9시까지 이어지는 봉사에는 참여할 수 있는 회원만 참여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매일 내오는 다과와 과일들은 모두 명선다례원에서 사비로 구입·제공한다. 천막법당 대중공양물을 받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대부분은 명선다례원의 몫이다.

김 원장은 “매일 매일 기쁜 마음으로 보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금보다 더 정성스럽게 대중에게 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항상 초심으로 봉사합니다- 법당봉사자 박순덕 씨  
법당봉사자 박순덕(61, 서울 송파구 거여동) 씨는 위례신도시 법당 부지와 인연이 깊다. 현재 상월선원이 자리한 위례신도시 법당 부지는 본래 호국사자사 군법당이 있었고, 그곳에서 관음회장까지 역임했다. 하지만, 군부대가 이전하며 신행처를 옮겼고, 조계종단에서 법당 부지를 매입했다는 소식만 들었다. 그러던 중 천막결사 소식을 들었고, 한달음에 법당 봉사를 자임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박 씨는 매일 아침 9시면 상월선원에 와서 법당을 청소하고 좌복을 정리한다. 오후 교대하는 봉사자가 올 때가 법당에서 찾아오는 불자들이 기도를 잘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금 이천으로 옮긴 사자사에서 봉사하는 일정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상월선원에서 보낸다.

박 씨는 “호국사자사에 대한 애정이 정말 많았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15층 옥상에 올라가면 사자사 미륵부처님이 보인다. 이를 보며 매일 기도드리고 있다”며 “이곳에 상월선원 천막결사가 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환희심이 들었다. 서원을 세우신 9명 스님께 감사할 따름”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이곳에 도량이 건립되면 많은 불자들이 모일 것”이라며 “9명 스님들이 정각을 이루고 부처가 되어 세상에 나오시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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