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와 불교

다사다난 했던 2019년 기해년의 해가 저물고 2020년 경자년의 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은 올해는 어떤 띠의 해인지를 보고 그 해의 띠동물이 지닌 의미에서 올 한해의 전망을 하곤 한다. 올해는 쥐의 해로 풍요와 희망과 기회의 해로 불리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지만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희망을 갖고 임하는 지금, 2020년 경자년을 맞아 쥐의 해의 의미를 살펴보았다. 노덕현 기자

십이지신상 중 자신상 도상. 통도사 성보박물관 제공

‘근면’·‘탐욕’ 상반된 의미 지녀

오랜 기간 인류와 함께 생활한 쥐는 저장한 곡식을 먹고, 병을 옮기는 등 생활에 끼치는 해가 크다. 하지만 쥐의 이러한 특성이 민간설화에서는 다른 모습으로 그려진다.

바로 근면과 영리함의 상징이다. 특유의 위험을 감지하는 본능과 생존력으로 인한 이유다. 쥐의 뛰어난 번식력은 다산을, 많은 운동량은 근면과 성실성을, 위험을 감지하는 본능은 악운을 막아주는 것으로 높게 평가됐다. 탐욕스러움과 영리함, 근면성을 함께 지닌 동물이 바로 쥐이다.

〈삼국유사〉에서는 불교 수행에서의 근면, 정진 의미로 쥐를 활용했다. 〈삼국유사〉 권4에서는 ‘미륵신앙을 크게 일으킨 진표율사는 수행할 때면 쥐를 기르고 미륵전에서 수도했다’고 전한다. 구도의 과정에서 쥐의 근면성을 이른바 쥐를 길렀다고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낮과 밤이 없는 움직임 특징
만월보살 화신, 달 광명 채워
번뇌의 삶 속 부지런함 의미

부처도 속이는 영리함 보여
12지 동물의 첫번째 이유
지혜까지 이어지는 노력 필요

〈불설비유경〉에는 부처님이 승광왕을 위해 설법한 ‘안수정등’ 법문이 나온다. 한 나그네가 광야에서 사나운 코끼리를 만나 웅덩이로 숨었는데 다행히 나무뿌리를 붙들어 웅덩이에 빠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흰쥐와 검은쥐 두 마리가 나타나 그가 잡고 있는 나무뿌리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웅덩이 네 귀퉁이에는 독사가 있었고, 바닥에는 독룡이 도사리고 있었다. 더군다나 들판에서 타오르는 불길은 점차 다가와서 그 나무마저 태우고 있었다. 그때 나무에서 벌꿀이 그 사람의 입에 떨어졌다. 그 사람은 위험한 자신의 처지를 잊고 꿀맛에만 탐욕을 냈다.

여기서 광야란 무명(無明)을 의미하고, 두 마리의 쥐는 낮과 밤 속에서의 끊임없는 번뇌의 삶을 말한다. 이처럼 쥐는 근면, 혹은 탐욕 등이 함께 공존하는 의미를 지닌다.

〈전생경〉에서는 부처님 당시 인도에서 쥐가 해로운 동물이자 불길한 동물로 여겨졌지만 부처님이 이를 일깨운 일화가 전해진다.

이 일화서 한 바라문은 어느 날 자신의 새 옷을 쥐가 갉아먹은 것을 보고 불길한 징조로 여겼다. 이 옷을 버리려고 한 바라문에게 부처님은 그 옷을 받으며 “바라문이여! 우리에게는 묘지나 거리, 또는 쓰레기장에 버려진 옷들이 알맞다. 그대는 이번 삶뿐 아니라 전생에도 그릇된 견해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했다. 바라문은 부처님에게 그 전생이야기를 청해 들었다는 내용이다.

민간설화와 결합해 사찰 곳곳 표현

민간설화 속 탐욕과 근면 의미의 쥐는 사찰 곳곳에서도 전해지고 있다. 원원사지 3층석탑 탑신에는 쥐가 상징적으로 새겨져 있다. 이는 〈천수경〉에 나오는 관세음보살의 12가지 명호가 민간설화와 결합해 각각의 동물로 배치되는데 만월보살 화신이 쥐이기 때문이다. 만월보살은 달이 신선하고 아름답게 빛나 중생들에게 희망과 꿈을 주기위해 맑은 물을 끊임없이 채우는 역할을 맡고 있다. 만월보살이 달에 광명의 물을 길어다가 아무리 채워도 마구니가 물을 마시기에 물이 자꾸 떨어지고 만월보살은 악마를 잡기 위해 쥐의 모습으로 인간 세상에 내려왔다고 전한다. 항상 고달프지만 부지런함으로 12지 동물의 첫 번째인 이유다.

통도사 성보박물관에는 사찰에서 쓰이는 12지신번을 보관하고 있다. 사찰에서는 예로부터 큰 행사를 할 때 삿됨을 물리치는 벽사(闢邪)를 위해 이 번을 12방위에 걸었다. 여기서도 쥐는 첫 번째로 북방을 막는다.

꾀 많은 영리함의 상징도

쥐는 꾀 많은 영리함의 상징이기도 하다. 십이지에서 쥐가 첫 번째가 되는 설화를 보면 잘 드러난다. 십이지가 지금의 쥐, 소, 범 등으로 구성된 것은 후한(後漢) 왕충의 논형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쥐(子), 소(丑), 범(寅), 토끼(卯), 용(辰), 뱀(巳), 말(午), 양(未), 원숭이(申), 닭(酉), 개(戌), 돼지(亥)로 이중 쥐가 첫 번째인 것은 불교에서 따로 내용이 전해진다.

극락의 열두 개의 문을 지키는 수문장을 뽑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부처님이 대세지보살을 불러 수문장을 지상의 동물 중에서 선정해 1년씩 돌아가며 당직을 세우도록 했다. 이에 대세지보살은 열두 동물을 선정하고 그들의 서열을 정하기 위해 불러 모았다. 열두 동물 중 모든 동물의 무술 스승이었던 고양이를 제일 앞자리에 앉힌 후 차례대로 소, 범,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돼지, 개를 앉혔다.

이후 대세지보살이 부처님에게 설법을 청하러 갔고, 오랜 시간 기다리던 고양이는 갑자기 배가 아팠다. 참다 참다 고양이가 볼일을 보기 위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공교롭게도 부처님이 도착했다. 빈 자리에 구경 왔던 쥐가 달려나와 “고양이가 수문장의 일이 힘들 것 같다며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했고 이에 부처님은 쥐에게 고양이를 대신해 수문장을 맡으라고 했다. 이 사건으로 쥐와 고양이가 원수지간이 됐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코끼리의 머리를 한 인도 지혜의 신 가네샤(Ganesha)가 때로 쥐를 타고 있거나 쥐를 거느린 작은 배불뚝이로 표현된다.

쥐의 해, 불교는 어떤 일이?

△544년 신라 최초 사찰 흥륜사 준공

△676년 의상 스님 부석사 창건

△724년 오대산 상원사 창건

△760년 월명사, 향가 ‘도솔가’ 지음

△1012년 황룡사탑 중수

△1492년 조선 도첩제 폐지

△1552년 승과 실시, 휴정 스님 급제

△1564년 휴정 스님 〈선가귀감〉지음. 불국사 중창

△1624년 승군 창설, 남한산성 축조

△1660년 양민 출가 금지

△1900년 日정토종, 서울 사무소 설치

△1912년 성철 스님 탄생,

임제종 중앙포교원 개원

△1936년 명성여학교 설립인가. 초대 교장 최범술

△1948년 조선불교 초대 교정 석전 한영 스님 입적, 제2대 교정 한암 스님 추대

△1972년 비구니 종단 보문종 창종. 〈직지심체요절〉 발견.

△1984년 통도사 영축총림 개원, 초대방장 월하 스님

△1996년 봉선사 능엄학림 개원, 초대학장 운경 스님

△1996년 위덕대 개교, 초대총장 손제석

△1996년 풍경소리 찬불동요 1집 발표

△1996년 연등회 봉축기획단 상설

△2008년 서울시청 규탄 범불교도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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