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중흥 불사·결사 시작되다

2019년 한국불교도 다사다난했다. 사회적으로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사업이 전개됐으며, 백만원력 결집 불사와 위례천막결사 등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사업들이 시작됐다. 한 해동안 한국불교 주요 이슈 10개를 선정·정리했다. 정리=신성민·노덕현·윤호섭 기자

12월 2일 열린 ‘백만원력 결집불사 발우저금통 여는 날’ 행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 등이 저금통의 동전을 모으고 있다.

하나로 모인 보살들의 원력
2019년 가장 큰 이슈는 바로 조계종 백만원력 결집불사다. 조계종 제36대 집행부가 417일 서울 조계사에서 공식적으로 선포한 백만원력 결집불사는 단순히 수행과 보시를 넘어 불교의 미래를 사부대중의 손으로 직접 그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를 위해 조계종은 불··승을 주제로 경주 열암곡 마애불 입불 부처님 성지 인도 부다가야에 한국사찰 건립 육해공 3군본부 계룡대 영외법당 건립 불교복지 확대를 위한 불교요양병원 건립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교구본사에서 대대적인 모연운동이 전개됐으며, 37년 도반인 설매·연취 보살이 부다가야 사찰 건립기금 50억 원을 희사하기로 해 화제가 됐다. 조계종은 이 같은 원력을 모아 내년 부다가야 사찰 분황사의 첫 삽을 뜰 계획이다.

조계종 前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한 9명의 스님들이 11월 11일 위례천막결사 상월선원에서 방부를 들이고 동안거 정진에 들어갔다.

위례천막결사 상월선원 용맹정진
지난 1111일 위례신도시 포교당 건립 부지에서 한국불교사에 유례가 없을 새로운 결사가 시작됐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해 성곡·호산·무연·심우·진각·도림·인산 스님은 상월선원이라고 명명된 비닐하우스 선원에서 동안거 정진에 들어갔다.

9명의 스님들은 하루 14시간 이상 정진 하루 한 끼 공양 옷 한 벌만 허용 삭발·목욕 금지 등의 청규를 정하고 이를 어길 시 조계종 승적에서 제외한다는 각서와 제적원까지 제출하고 무문관 정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달여 가 지난 현재 상월선원은 9명 스님들의 용맹정진 수행처이자 외호 대중들의 야단법석 기도·수행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3월 1일 조계사에서 개최한 기념법회서 스님들이 백초월 스님의 진관사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3.1운동 독립정신, 불교계서 재현
올 한 해는 민족 독립을 위한 3.1운동의 정신이 불교계에서도 다시 펼쳐진 한해였다. 먼저 31일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서울 조계사에서 기념법회를 열고 100주년 선언문을 발표했다. 불교계는 3.1정신과 독립선언문이 민중을 감싼 미륵보살의 하생(下生)과 같다고 상찬하며, 사회 분열 및 갈등 행위 배격 중도와 화쟁 사상으로 화합 무력과 폭력행위 비용납 적극적인 남북교류지지, 평화정착 실천 등을 다짐했다. 서울 뿐만 아니라 부산을 비롯한 전국 사찰에서도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이어졌다.

국보 제11호 익산 미륵사지석탑 보수 후 모습. 20년에 걸쳐 해체·복원됐다.

익산 미륵사지석탑 복원 완료
20년 동안의 해체 보수 끝에 새로 복원된 국보 제11호 익산 미륵사지 석탑이 지난 430일 대중에게 공개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01년부터 석탑의 본격적인 해체조사와 함께 다양한 분야의 학술조사연구와 구조보강, 보존처리 등을 시행해 2017년 말 6층까지 석탑의 조립을 완료했다.

미륵사지 석탑은 최장기간 동안 체계적인 연구와 수리가 진행됐으며, 추정에 의한 복원이 아닌, 원래의 부재를 81%까지 최대한 재사용해 석탑의 진정성과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하지만 감사원의 문제 제기로 다시 원형 복원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총림 해제된 고불총림 백양사
고불총림 백양사가 조계종 중앙종회 결의로 116일 총림의 지위를 잃었다. 종정 서옹 스님 생존 시에만 총림을 운영하겠다고 조건부 신청한 점 총림 구성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오랫동안 지속된 점 등이 발목을 잡았다. 게다가 주지 토진 스님과 대중의 소통이 없다는 문제 제기가 이뤄지면서 주지의 용퇴를 촉구하는 내부 목소리도 나왔다. 주지 토진 스님은 총림 해제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백양사 대중은 이번 일을 계기로 문제를 해결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비롯한 대표단이 파키스탄 라호르박물관 고타마 싯다르타 고행상 앞에서 예불을 하고 있다.

파키스탄 고행상 한국전시 가능성
조계종이 파키스탄 정부 초청을 받아 11월 파키스탄 내 불교 유적을 순례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비롯한 중진스님들은 이 과정에서 파키스탄 정부에 라호르박물관이 소장한 싯다르타 고행상의 한국전시 가능성을 물었다. 이에 파키스탄 행정수반인 임란 칸 총리를 비롯해 라호르를 관장하는 초드리 모하마드 사르와 펀자브주 주지사는 고행상뿐만 아니라 어떤 불교유물도 가능하다고 화답해 머지않아 고행상의 한국전시가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싯다르타 고행상은 일본에서 전시된 적이 있으나 한국전시는 한 차례도 없었다.

일본 아베 정부의 경제 보복 조치로 나온 ‘노 재팬(No Japan)’ 운동에 전국 불교계의 동참도 이어졌다.

韓日갈등에 불교계도 ‘No Japan’
연초부터 이어진 한일갈등은 8.15광복절을 앞두고 반일운동으로 점화됐다. 대한불교청년회를 비롯한 불자 청년들과 지역사찰을 중심으로 불교계에서는 반일운동이 거세게 일었다. 만해 스님의 정신을 잇는 대한불교청년회는 광복절을 앞둔 813일 청년단체들과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반일 플래카드를 전법회관 등에 부착하는 등 홍보활동에 나섰다.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또한 일본정부의 과거사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일선 불자대학생들의 반일운동 동참을 촉구하기도 했다.

신심 뜨겁게 결집한 佛都 부산
2019년은 부산 불심이 하나로 결집된 한 해로 평가할 수 있다. 올 한해 동안 만명 이상이 운집한 불교계 행사는 대부분이 부산에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불도 부산의 불심은 뜨거웠다. 올해 3월 출가열반재일 대규모 승보공양으로 시작된 부산 불심의 결집은 조계종 부산연합회의 76일 합동수계법회에 이어 1020일 시민과 함께하는 불교문화대축제로 이어졌다. 합동수계법회서는 2000명의 불자들이 운집해 지계의 삶을 서원했다.

이어 시민과 함께하는 불교문화대축제는 10만명의 불자들이 부처님 진신사리 친견을 위해 모여 장안의 화제가 됐다.

지성불교 산실 불교평론20
불교 유일 학술계간지 불교평론이 올해로 창간 20주년을 맞았다. 1999‘20세기 한국 불교의 회고와 반성을 주제로 창간호를 낸 후 불교평론기복(祈福) 불교’ ‘대승불교 정체성등 불교계 민감한 부분을 과감히 공론의 장으로 끌어냈다.

특히 불교평론은 그동안 기존 불교학계에서 다루지 않은 다양한 시대 조류와의 접점을 모색했다. 지금까지 다룬 기획만 150여개에 달할 정도로 매번 기획과 특집을 통해 불교에 대한 비판적 검토, 대안 제시 등을 고민했다.

지난 830탈종교화 시대, 불교의 위상과 역할을 주제로 불교평론창간 20주년 심포지엄이 열렸으며, 이를 통해 한국불교의 나아갈 방향을 진단했다.

영화 나랏말싸미와 신미 대사 논쟁
지난 723일 개봉한 영화 나랏말싸미가 때 아닌 역사왜곡논란에 휩싸였다. 개신교계 일간지인 국민일보와 통신사 뉴시스를 비롯한 몇몇 언론들은 세종은 신미 대사의 존재를 몰랐기에, 신미 대사가 한글 창제에 직접적으로 참여했다는 영화의 내용은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국어학자와 불교계를 중심으로 세종 단독 창제라는 신화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으며, ‘협력설범어기원설이 다시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 또한 불교계 사찰과 단체를 중심으로 영화 나랏말싸미에 대한 단체관람도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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