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선 화가 초대전 ‘부처님 오신날’
12월 9일부터 31일까지 갤러리 까루나

불교 바탕한 현대미술 구현
전통기법 활용한 추상적 회화
한국적 차분함·세련미 공존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우수상

오늘날에서 ‘불화(佛츐)’의 범위를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 내용과 형식 모두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미술에서도 불화는 새롭게 시도되는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대미술의 불화 전시가 열린다.

서울 비로자나국제선원 내 갤러리 까루나는 화가 김지선 초대전 ‘부처님 오신날’을 개최한다. 불교를 바탕으로 한 현대미술을 추구하고 있는 김 작가의 그림은 전통적인 색과 기법을 활용해 한국적인 차분함과 세련미가 공존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17점의 그림들은 작가 자신과 관객들에게 성찰의 시간을 선사한다.

불화는 불교회화의 줄임말이다. 좁은 의미와 넓은 의미, 또 그 안에서 주제와 소재 등 여러 가지로 나뉜다. 분명한 것은 그림 속에 ‘불교’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지선 화가의 그림은 분명 불화라고 할 수 있다.

김 작가의 그림 속엔 길이 있고, 그 끝에는 일주문이 있다. 그 길과 일주문은 형식이면서 내용이다. 길이라는 시각 속에는 시각으로 해결될 수 없는 ‘과정’이 숨어있다. 그 과정을 달리 부르면 사유와 성찰, 수행, 질문 등이다. 김 작가의 그림을 불화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그렇게 그림 속에 불교가 있기 때문이다. 길과 일주문을 비롯해 모든 사물은 추상화되어 있다. 구체적이지 않은 추상 역시 ‘불교’다. 그리고 그것이 김지선이 그림 속에 불교를 풀어놓는 방식이다. 부처의 법을 그림으로 옮기는 언어다. 언어를 끊어내는 공안의 무궁무진한 길처럼 그의 그림 속 길에는 천 가지 만 가지의 과정이 지나간다.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접어들면서 대부분의 예술은 평범한 것에 가치를 두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가치의 방향은 인간을 향하고 있다. 과거의 작품들이 거대한 사회담론 속에 존재하는 인간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그려냈다면 현대의 작품들은 외롭고 소외된, 그리고 사소하지만 소중한 인간의 감정을 그려낸다. 이런 변화는 소재의 다양성을 가져왔고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에 대한 더 넓은 소통의 장을 열어주었다. 누구나 재미있고 특이한 상상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실재로 만들어 내는 이는 예술가들이다. 김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그림들은 작품 속에서 부처님과 한바탕 신나게 노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린 그림들이라고 한다. 그림 속에는 각자에게 던지는 질문 같은 ‘길’이 그려져 있다. 작가가 시작한 길이지만 그 길은 관객 모두의 길이다. 그 길 끝에는 일주문이 있다. 일주문 역시 각자의 것이다. 그림을 그린 작가를 표현한 것이고 그림을 바라보는 관객을 그렸다. 일주문은 한마음을 상징한다. 세속의 번뇌를 말끔히 씻고 한마음 속에 머물고자 함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길의 표현은 불도(佛道)다. 불도는 부처님의 말씀이면서 수행자의 길이다. 현대는 개인의 감정이 중요해지고 자아의 표현이 적극적인 시대이다. 작가는 그림을 통해 마음을 닦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말한다. 작가는 그림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대중이 부처님 말씀의 의미를 생각하며 각자의 삶을 깊게 성찰해보기를 바란다.

“어릴 적부터 불가적인 환경에서 자란 것이 지금의 그림이 된 것 같아요. 언젠가부터 그림을 통해 부처님을 이야기하고 싶어졌어요. 기왕 그림을 그린다면 그림 속에 부처님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재가 그린 그림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불교가 친숙해지기를 바라고 있어요.”

어려서부터 불교를 접했던 김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불교를 어려운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늘 안타까워했다. 김 작가의 그림은 또 다른 경전 해설서인지도 모르겠다.

김지선(34) 화가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 졸업, 동국대 일반대학원 불교미술과 과정 중에 있다. 2017년 527창작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개인전 3회,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2019년 경인미술대전에서 수상했으며, 갤러리 이즈 신진작가 창작지원 프로그램 선정작가로 선정됐다. 2019년 서울국제불교박람회 BAF청년작가공모전에서 청년작가 공모전 부분 ‘우수상’을 수상했다. 현재 불교철학을 현대미술과 접목시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02)6012-1731.

김지선_부처님오신날 #5_acrylic on canvas 77x3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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