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탈·열반의 논리’를 설하다

중관학 논문·원전 번역 수록
수학·중관논리 비교 고찰부터
중관·불교논리학 접점 모색도
“논리적 사유 비판하는 反논리
훈련통해 철학적 의문서 해방”

‘중관학(中觀學)’은 〈반야경〉의 공(空)사상에 토대를 두고 용수의 〈중론〉에서 제시하는 중도의 실천을 강조하는 대승불교의 사상체계다. 〈반야경〉의 공사상과 용수의 중관논리에는 특유의 ‘역설 논법’이 있다. 용수는 특이한 구조의 논법을 통해 논적(論敵)들을 논파해왔다.

중관학 특유 논리 체계인 ‘중관논리’를 다룬 연구논문서가 나왔다. 김성철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의 〈역설과 중관논리- 반논리학의 탄생〉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불교 중관학을 대표하는 학자인 김성철 교수는 ‘용수의 중관논리의 기원’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래 ‘회쟁론 범문·장문 문법해설집’, ‘중론, 논리로부터의 해탈 논리에 의한 해탈’ 등 중관사상 관련 논문과 저술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이번에 발간된 연구서 〈역설과 중관논리〉는 그가 발표한 중관학 관련 논문 중 논리적이고 문헌학적인 논문 8편과 원전 번역 1편이 수록됐다. 게재된 논문들은 모두 중관학 분야에서 연구의 전문성과 창의성이 돋보이는 역작들이다.

가장 처음 게재된 연구논문 ‘역설과 중관논리’는 1996년 제6회 가산학술상 수상 후 작성한 것으로, 수학자 버트란트 러셀이 발견한 집합론의 역설과 중관논리의 유사성을 밝혀낸 최초의 논문이다. 저자는 러셀의 계형이론의 ‘자의성(恣意性)’을 비판하면서, ‘논리적 정당방위’ 이론을 통해 역설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제안하고 있다.

‘〈Sambandhaparkvtti〉와 〈중론〉’은 불교논리가인 다르마끼르띠(법칭)가 저술한 〈Samband haparkvtti(觀關係品註)〉에서 구사되는 논법을 분석함으로써, 다르마끼르띠에게 용수의 중관논리가 영향을 주었다는 점을 증명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다르마끼르띠에게서 중관학의 영향을 볼 수 없다는 비엔나 대학 슈타인켈러(Ernst Steinkellner, 1937~)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중론〉 귀경게 팔불의 배열과 번역’에서는 〈중론〉 귀경게의 범어 원문과 한역문·티베트어 번역문에서 팔불(八不)의 배열 순서가 일치하지 않는 이유를 추적했다. 이를 통해 각 언어권의 시(詩)형식에 맞줘 배열을 조작한 것을 저자는 증명한다.

김성철 교수는 연구서를 통해 중관논리가 논리적 사유를 비판하고 이를 넘어서는 ‘반논리(反論理, Counter Logic)’임을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중관논리는 용수에 의해 창안됐지만 그 연원은 〈반야경〉의 공사상과 초기불전의 연기설에 사상적 연원이 있다. 이에 따라 중관논리는 ‘공의 논리’이자 ‘연기의 논리’이면서 흑백논리를 비판하는 ‘중도의 논리’라고 김성철 교수는 주장한다.

또한 종교적, 철학적 번민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안을 얻기에 ‘열반의 논리’라고 부를 수도 있으며, 온갖 이론과 망상을 만들어내는 생각의 속박에서 해방되기에 ‘해탈의 논리’라고 부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성철 교수는 “중관논리는 우리의 논리적 사유를 비판하는 ‘반논리’”라며 “우리는 중관학의 반논리학을 훈련함으로써 종교·철학적 의문에서 해방되며, 그동안 자신이 견지하던 인생관·가치관·세계관의 상대성을 자각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