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대설(大雪)·동지(冬至)
동지팥죽·연잎밥·김장아찌

시간을 따라 흐른 절기는 어느새 대설과 동지다. 과거에 비해 눈 내리는 날이 적어졌어도 대설은 더러 폭설을 내려주기도 한다. 지리산에 처음 온 몇 해는 눈을 쓸다가 잠을 못잔 적도 있다. 사찰 진입로가 응달이라 내리 사흘간 쏟아진 눈을 치우지 않으면 겨우내 얼음판을 걸어야 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에 번거롭더라도 밖으로 나가야 한다. 한번 치우려면 2시간은 족히 걸리니 며칠마다 눈 치우는 일은 성가시게 되었다.

눈밭에 묻은 항아리에 동치미가 잘 익고 있다. 산죽을 베어 와서 무가 뜨지 않도록 틈을 채워주고 단도리를 해놓았으니 별탈이 없을 것이다. 동지가 되면 동치미도 한몫 단단히 한다. 중국의 공공씨 악귀에서 비롯한 동지팥죽 전설은 전래된 만큼 오래도록 사찰의 작은 설이 되어 신도들과 팥죽을 통해 교감하는 문화가 됐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동짓날을 아세(亞歲)’라 했는데 동지부터 태양의 황도가 새로 바뀌는 터라 작은 설이라고 대접하였다 한다. 국일암 노스님은 팥죽을 잘 쑤셔서 양푼에 그릇마다 여러 개 담아서 장독대 위에 올려놓으셨다. 식은 팥죽을 각단에 올리고 동짓날 방문하는 이들에게 먹이고 싸주시기까지 하면서 큰 가마솥에 한 솥 끓여낸 팥죽은 늘 불 담당하는 새내기 출가자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느 해 단도리를 잘못해서 죽에 누린내가 난 적이 있었다. 심하지 않더라도 그 많은 팥죽이 누린내를 풍겨선 안 될 일이었다. 고만고만한 출가 1년생 새내기 셋은 앞뒤 분간도 못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노스님은 얼굴 하나 찡그리지 않고 아이고, 이놈 자슥들아. 죽이 눌렸으니 이를 어째꼬,,,”하시며 됐다. 담부터 조심하래이라는 짧은 말로 아무 일 없는 듯 넘기셨다.

야단을 크게 맞았으면 차라리 덜 죄송할 텐데 일머리가 부족하니 이해해주시던 너그러운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사제스님은 팥죽의 굳은 부분을 좋아해서 어느 해 죽그릇마다 윗부분을 모두 걷어서 먹어 치운 후 시치미를 떼다가 대중참회를 크게 한 일이 있었다. 그 일조차도 30년 훌쩍 세월이 지나가니 지금도 금수암 윗동네 사는 사제를 만나면 팥죽이야기는 잊기 어려운 추억거리가 되었다.

욕심껏 사놓은 김을 다 먹지 못하는 시기에 김장아찌는 매우 유용하다. 장물을 달여서 김 두어장 위에 밤채를 얹어내는 김장아찌는 사실 장절임이다. 이 시기 수분이 적당히 빠진 더덕 역시 좋은 식재료다. 목 넘김을 편하게 하기 위해 양배추를 곁들어 먹으면 맛도 낫다. 잣에 배를 넣고 갈아서 더덕채를 무치면 굳이 익히지 않아도 상큼한 맛의 더덕샐러드가 된다.

겨울철 미리 만들어놓은 연잎밥 또한 유용하다. 밥이 쉽게 상하지 않기 때문에 두고 먹을 수 있는 별미이기도 하다. 연잎의 효능은 셀 수 없이 많지만 혈관질환을 개선하는데 탁월하고 항산화물질인 퀼세틴과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혈압을 내리는 효과가 있다. 오래도록 장복할 경우 자양강장의 효과도 대단하다.

조금 있으면 눈 푸른 납자들의 용맹정진의 고삐가 더 단단해 지는 시기이다. 출가 전 굴뚝 신심 덕에 한 달에 한 번 수선회에서 12일 용맹정진을 하곤 했다. 출가인구도 가장 활발한 시기였던지라 이십대 초반 출가자도 흔했다. 정일 스님께 가르침을 받던 시절이고 법련사나 칠보사 아니면 정일 스님이 주석하신 보광사에 찾아가서 밤새 정진하던 시절이었다. 교리도 채 익히기 전에 선바람에 부대꼈던 시절, 여름정진보다 겨울정진이 날씨 덕에 더 매섭게 느껴졌던 때다.

지금처럼 패딩이 흔한 것도 아니고 속인으로 출가를 꿈꾸던 그 풋풋함에 추위도 잘 참았던 것 같다. 사찰의 음식 맛이 짜게 느껴졌던 것은 봉정암이고 갓바위고 모두 짠무 하나에 공양을 했던 까닭이기도 하다. 점차 식품관련 공부를 하다 보니 겨울철에는 조금 짜게 먹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운동력이 떨어지고 체온이 추위에 잘 떨어지기 때문에 짠 성분이 체액조절을 해주고 겨울철은 오행중 수의 기운인지라 적절하게 간이 좀 더 필요한 시기다.

동지팥죽

동지팥죽

재료: 2, 찹쌀가루 1, 멥쌀가루 1, 대추 1, 잣 약간, 소금 1큰술

1. 팥은 물에 삶는데 한 번 끓으면 그 물을 버리고 다시 물을 붓고 뭉근하게 끓인다. 이때 팥이 완전히 퍼져서 체에 내릴 수 있어야 한다.

2. 쌀가루 두 가지에 소금간을 하고 섞어서 동그랗게 새알심을 만든다.

3. 거른 팥물을 끓이다가 새알심을 넣고 중불에서 끓인다.

4. 고명으로 대추와 잣을 얹어낸다.

연잎밥

연잎밥

재료: 연잎(¼) 4, 찹쌀 2, 대추 4, 1T, 은행 12, 4, 검은깨 약간, 소금

1. 찹쌀은 씻어 2시간정도 불린 후 채반에 받쳐 물기를 빼고 김이 오른 찜기에 찐다.

2. 은행은 프라이팬에 굴리면서 구워 속껍질을 벗기고, 대추도 씨를 발라내 모양을 살려 썰어준다. 밤은 4등분한다.

3. 찰밥이 지어지면 연잎을 펼쳐서 한 공기씩 담고 대추, , 은행, , 검은깨를 넣고 연잎에 싼다. 이 때 소금물을 뿌리며 연밥을 만든다.

4. 김이 오른 찜기에 연밥을 다시 30~40분정도 찐다.

김장아찌

김장아찌

재료: 김밥용김 8, 3, 생강 1(80g), 간장 3T, 조청 3T, 매실청 1T, 통깨 1T, 실고추 약간

1. 김은 먹기 좋게 5-6크기로 자른다.

2. 밤은 곱게 채 썰고 생강은 강판에 갈아 즙만 준비한다.

3. 냄비에 물 ½, 집간장, 조청, 매실청, 생강즙을 넣고 끓여 식힌 후 밤채, 실고추, 통깨를 넣어 양념장을 만든다.

4. 양념장에 김을 4~5장씩 잡고 적신 후 용기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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