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자살률 1위 되찾는 한국
자살예방 활동에 다시 비상등 켜
사회·구조적 원인 점차 늘어나

정부부처·지자체 예방활동 지원
자살예방 프로그램 다수 공모해
정신적 지지체계 확립에 큰 도움

그 중 명상 활용 프로그램 눈길
자기연민 지수 유의미하게 올라
충분히 살기 좋은 세상 인식되길

명상을 활용한 대표적 자살예방 프로그램으로 마샤 리네한이 개발한 변증법적 행동치료가 있다. “여러 번 자살을 기도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자는 의도에서 이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프로그램 내용을 보면, 마음챙김 명상을 기반으로 인간의 삶에서 필연적인 고통이나 아픔을 수용하고 감내하는 고통 감내기술과 강렬한 정서상태의 강도·지속시간·빈도를 감소시키는 감정조절기술, 그리고 구체적인 대인관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익히는 대인관계기술 등을 내담자에게 훈련시킴으로써 극단적 선택을 예방하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타이틀을 다시 찾아오면서 자살예방 활동에 비상이 켜진 상황이다. 여기에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국회의 입법 및 정책 기능을 지원하기 위해 발간한 국제통계 동향과 분석3호의 내용은 안타까움을 더한다. 보고서 내용을 보면 한국 노인의 소득빈곤율과 자살률이 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 행복과 거리가 먼 노후 삶을 연명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청소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사회·구조적 원인으로 인한 자살률의 증가는 충격적인 수준이다.

이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그리고 각 시도 등에서 다양한 예방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자살예방 프로그램의 개발과 관련된 사업을 지원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기획은 시의적절하다.

이런 적절한 조치에 힘입어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조계종 불교상담개발원에서는 2019년 생명존중·자살예방 ·마음·쉼 프로젝트(문화체육관광부)’의 일환으로 자살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을 공모한 바 있다. 그 결과 10여 편에 이르는 다양한 관점의 좋은 자살예방용 명상 프로그램들이 접수, 그 중 4편이 최종 선정돼 지금은 프로그램 운영이 마무리되었다. 결과로 보고된 내용에 따르면, 선정된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실시된 프로그램을 통해 정신·사회적 지지체계형성 및 자기보호 생활기술 강화를 비롯하여 위험요인의 감소와 보호요인의 증가라는 효과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차명상으로 구조화한 프로그램의 경우 자살예방 지킴이 활동을 하는 게이트키퍼들을 대상으로 8주간 실시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연민 지수가 유의미하게 올라가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점은 위험이나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적응능력을 주어 세상에 나밖에 없다는 생각, 자살 밖에 없다는 두 극단적인 생각을 이겨내게 하는 보호요인의 강화에 유효한 프로그램이 등장한 것이라 반가운 결과라 하겠다.

현재 변증법적 행동치료를 비롯하여 명상을 활용한 자살예방 프로그램의 서구적 모델은 대학의 심리학과와 상담학과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교육되고 있다. 반면에 국내에서 개발된 명상을 활용한 프로그램들은 이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분명한 것은, 대상의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상에 맞는 개입 프로그램을 기술적으로 구조화하여 그 대상의 위험요인을 감소시키거나 보호요인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노력이 꾸준히 진행된 프로그램만이 학계와 현장의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명상을 활용한 자살예방 프로그램의 개발·실시를 통해 개인의 심리나 행동의 문제 발생을 완화시키는 요인이 증가하여 자살이 예방되고, 사회적 충격이 감소되는 선순환이 계속 확대되기를 희망한다. 동시에 새해에는 잉태되는 그 순간부터 가장 존귀한 존재인 생명의 소중함을 알아차린 이들로 인해 지금 이곳이 충분히 살기 괜찮은 행복한 곳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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