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에서 만나는 벽화

법상 스님 지음 / 5만원 / “벽화가 곧 법문이다” 전국 순회

벽화가 말하는 법문을 들어 본적이 있을까? 부처님 일생을 담은 내용부터 시작해 해학적인 옛 이야기 까지 보기만 해도 벽화는 궁금증을 유발한다. 벽화가 주는 궁금증이 공부로 이어지고 문화재 해설사의 짧은 설명이 긴 설법보다 기억에 오래 남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는 시각적 효과로 관심을 끌고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벽화와 성당의 성화들은 글을 모르는 농민이나 천민에게 경전 혹은 성경을 설명하기 위해 주로 사용됐다. 가장 효과적이고 쉬운 방법으로 가르침을 전하고자 노력한 결과물들은 현재는 오히려 예술 작품으로 가치를 더 인정 받을 정도이다.

벽화 사진만 간추려도 340여 개
벽화, 경전으로 풀어 가치 재조명

하지만 성화와는 달리 벽화는 대접이 부실하다. 그래서 이런 안타까운 심정으로 우리나라 방방곡곡과 해외까지 돌아다닌 스님이 있다. 주인공은 김해 정암사 주지 법상 스님이다. 스님은 “벽화가 곧 법문”이라는 신념으로 전국 곳곳을 누볐다. 길게는 3일, 짧게는 하루 동안 숙소를 잡고 근처 모든 사찰은 빠짐없이 돌며 벽화 사진을 찍고 관련 경전을 찾아 연구했다. 당시 구입했던 차는 벌써 폐차 직전이 됐을 정도로 누볐다. 6년 전 시작 된 이 연구는 340여 벽화 이야기를 담은 책인 〈사찰에서 만나는 벽화〉로 출간됐다.

법상 스님은 “벽화가 일러준 내용은 곧 경전인데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자료가 검증이 안 된 경우가 많아 바로 잡고 싶었다”며 “벽화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사찰을 장엄하는 화석처럼 치부돼 생명력을 잃어 버려 다시 심폐소생 하는 심정으로 책을 기획했다”고 집필 의도를 피력했다.

법상 스님은 또한 벽화를 마주 할 때마다 전각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극락전은 극락에 관한 내용이 없고 대웅전은 석가모니 부처님에 관한 스토리를 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게다가 벽화 내용도 경전에 충실히 담은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라고 설명 했다. 지나친 구름 문양과 산수화 등을 엮은 도교풍도 오류라고 지적했다.

벽화는 일반 시민들이 가장 쉽게 접하는 사찰 문화라 부처님 경전을 전하기 가장 좋은 도구인데, 연구하지 않는 자세가 벽화 문화를 사행길로 이끌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컴퓨터에 있는 사진을 정리하고 내용을 간추려 담아도 책 〈사찰에서 만나는 벽화〉는 총 780페이지에 달하며 담긴 사진만해도 340장이 넘는다. 스님은 처음에 만화로 제작하고 싶을 정도로 쉬운 접근법을 구상했다. 쉬운 언어가 생명이란 의미이다. 책은 그래서 어느 누가 읽어도 쉽다. 특히 스님은 모든 벽화에 담긴 경전 내용의 출처를 명확하게 짚고 밝혔다. 경전 뿐만 아니라 사찰 안내도 돼 있어 책을 보고 사찰을 방문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생생한 벽화의 느낌을 담기 위해 컬러로 제작해 제작비도 두 배 이상 들었다. 그래서 시중에는 300권 밖에 내놓지 못했다.

한편 1986년 장락사로 출가한 스님은 현재 경남 김해 정암사서 주지를 맡고 있으며, 네이버카페 ‘선재선재(善哉善哉)를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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